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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 ㅣ 김영민 논어 연작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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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사회평론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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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김영민 교수의 『논어 연작』 중 한 권인 『논어란 무엇인가』를 반쯤 읽자마자 광화문 교보문고로 달려갔다. 잠깐 『논어 연작』을 소개하며 스쳐 지나가듯 언급된 게 전부였지만, 김영민의 논어 에세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져서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슬프게도 당시에는 출간 전이라서 흔적조차 만나볼 수 없었지만, 사유의 밀도가 높은 에세이에 환장하는 내가 2026년 처음 들어 가장 기대하던 책이 되었다. (*참고로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는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의 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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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논어란 무엇인가
공자의 말씀을 제자들이 엮어 만든 경전이요, 수천 년 전에 발화된 동양 고전이자, 지금 시대에 많은 작가들에 의해 인용되는 텍스트다. 『논어』와 관련된 책을 모두 섭렵한 것은 아니라 잘 모르겠으나, 이 나이에 꼭 읽어야 한다던가 강조하는 제목을 보면 『논어』는 '불후의 고전'이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영민 교수는 다시 한번 『논어』의 성격에 대해 지적한다. '『논어』에 담긴 생각은 이미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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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논어』에 담긴 생각은 이미 죽었다.
『논어』의 언명은 수천 년 전에 발화된 것들이고,
그 발화자와 청중은 오래전에 죽었으며,
그 언명에 원래 의미를 부여하던 맥락들 역시
역사적 조건이 변화하면서 오래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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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고전을 사랑하는 것은
살아 있는 존재와 연애를 하는 일과는 다르다.
죽은 것을, 죽었기에 사랑하는 지적 네크로필리아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 지켜야 할 사랑의 규약이 있다.
─ P.20
이어 김영민 교수는 이 죽은 텍스트가 죽어 묻힌 자리(콘텍스트)를 찾아야 죽은 생각이 부활한다고 말한다. 고전 속에 죽어 있는 생각들은 보다 넓은 콘텍스트에서 살아날 수 있다고. 책은 공자의 『논어』를 큰 기틀로 잡아 그 위에 여러 층위의 텍스트를 인용하며 『논어』가 현대인들의 삶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침묵, 말해지지 않은 것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하고, 인간에 대한 호오는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지, 지독한 현대의 삶에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인지. 폭넓은 지식과 유쾌한 글발로 정평이 난 믿고 보는 작가의 글로 어느 정도 에세이 보는 안목이 있다면 이 책의 좋음은 훑어만 봐도 알 수 있으리라. 「서문 매니페스토」만으로도 고전 읽기의 방법도 배울 수 있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디테일한 삶의 지혜마저 배울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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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생각이 텍스트에서 부활하는 모습을 보려면 콘텍스트를 찾아야 한다.
…
공들여 역사적 콘텍스트를 구성하는 데 성공했을 때에야 비로소
고전 속에 죽어 있는 생각들은,
"죽은 연인의 흰목을/마지막으로 만질 때처럼/서먹하게" 온다.
고전이 담고 있는 생각은 현대의 맥락과는 사뭇 다른 토양에서 자라난 것이기에 서먹하고,
그 서먹함이야말로 우리를 타성의 늪으로부터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상상의 지평을 열어준다.
─ P.24
'김영민 논어 연작'은 총 5권이다. 나는 아직 제일 라이트 한 2권뿐이 못 읽었지만, 『논어』에 깊게 파고 든다면 이 시리즈 전부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혹 『논어』에 대해 아직 잘 모르겠더라도, 『논어란 무엇인가』와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만으로도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