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사란 무엇인가?
디르크 회르더 외 지음, 이용일 옮김 / 교유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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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교유당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최근 대구의 성서공단에서 태국의 이주노동자 뚜안 씨가 법무부의 단속을 피하려다 공장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연히 클릭한 뉴스 기사는 인권과 보호의 언어로 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감싸며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한 누리꾼의 댓글 ─ 거의 모든 뉴스 기사의 댓글이 상당히 공격적이지만 ─ 은 법적 질서의 언어로 그녀의 죽음은 당연한 결과라는 듯 이야기하고 있었다. 상반된 논조를 가진 두 글을 보며,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몰라서 도망치듯 그 페이지를 빠져나온 기억이 있다. 그때를 떠올리면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아직도 얼굴이 화끈해진다. '왜 그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을까'와 '왜 댓글은 한 이주노동자와 그 주변인들의 고통을 납작하게 만들며, 나는 왜 그 댓글을 보며 혼란스러웠을까'라는 질문은 내 안에서 점점 더 커졌고, '우리는 '이주[移住]' 나 '이주민[移住民]' 그리고 '이주사[移住史]'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가 되었다.


이주사 연구에서 '젠더'라는 분석 범주를 도입하여 학제 간 접근을 선도한 크리스티아네 하르치히 교수와 이주사를 기존의 국가 중심 서사에서 탈피해 다양한 언어권 하층민의 시각에서 주력해온 디르크 회르더 교수, 그리고 이탈리아계 이주민의 주거 환경과 가족 구조에 주목해 이주를 계급, 젠더, 가사노동의 관점에 새롭게 해석한 바가 있는 도나 가바치아 교수가 이주 역사를 깊이 있고, 넓게 조망하는 연구서 『이주사란 무엇인가?』가 교유서가를 통해 출간되었다.


책은 (1) 서문에서 잘 알려진 관점들을 재개념화하고, (2) 장기적 관점에서의 인류 역사 속 이주를 들여다보며, (3) 이주와 문화적 상호작용에 대한 이론들을 배운다. 이어 (4) 이주 경로들에 대한 시스템 접근법으로 출발지–이동 과정–수용 사회–글로벌 상호작용으로 이어지는 상호 연결된 과정을 보고, (5) 학문적 도전으로서의 이주 일상들과 (6) 이주에 대한 21세기 초의 전망들을 확인하며 마무리된다.


/

이주는 복잡하고, 대체로 글로벌한 현상이다.

이주민들은 특정한 장소에서 출발하여 많은 문화권들 가운데서

그들의 목적지를 선택한다.

들어오는 이주와 나가는 이주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은

이러한 이주의 복합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


이동은 다방향이며 복잡하고, 일시적이거나 장기적이고,

자발적이거나 강제적이다.

다양한 선택 조건들을 가지고 이주민 여성들과 남성들은 어떠한 결정을 내린다.

이주사는 인간의 "흐름"이나 이주의 "물결"을 다루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능력 안에서 사회적 선택들과 제약들을 교섭하며

인생 계획을 추구해나가는 행위 주체로서의 남성들과 여성들을 연구한다.

이주사는 이동성의 양쪽 끝 모두를 본다.


가족, 도시 거주지와 마을,  또는 사회 전체에서 구성원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목적지 사회들에서 "인적 자본"을 얻는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 P.30, 「1장. 서문: 잘 알려진 관점들 ─ 학술적 재개념화」


나 개인은 '이주'라는 개념과는 거의 연관이 없었기에, 이주에 관한 복잡한 선택들과 그에 대한 영향을 처음 이 책으로 배우게 되었다. 기존 개념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도 이주사를 넘어 인간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3장에서 다뤄지는 '푸시-풀 모델'에 대한 설명이 그러했다. 학계에서 사람은 밀어내는 요인과 끌어당기는 요인 사이에서 이동·선택한다는 '푸시-풀 모델'은 설명만 들으면 꽤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소득 중심의 모델이 생활비와 주거비, 식비를 소홀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비판받았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저자는 다시 한번 이주민은 이런 단순한 선택이 아닌, 보다 거시적이며 여러 합리성을 고려하며 이주를 선택한다고 주장한다.

거시적 차원으로 세계 체제론을 다룬 부분 역시 공부가 되었는데, 세계 각국이 개별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자본 체제 안에서 구조적으로 연결되었음을 확실히 정리해 주고, 보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국가가 발전 단계나 그 나라의 문제가 아닌 가난해지도록 기능하는 불평등한 위치였음을 알게 해준다.


얇은 책 한 권에 담긴 지식이 너무나도 방대해 솔직히 말하면 읽는 데 애를 먹었다. 내가 이주민이 아니기도 하고, 이주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이전에 '이주'라는 단어를 듣고 떠올리던 얄팍한 이미지는 책을 읽으며 더욱 풍성해지고, 생소했던 개념이나 모델에 대해 배우는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트이기도 했다. 돌아가신 뚜안 씨를 포함해 수많은 이주민과 함께하는 우리들이 이주민을 차별과 혐오가 아닌 이해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 번은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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