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마음 훈련법 - 크리스틴 네프가 전하는 적극적 자기연민의 힘
크리스틴 네프 지음, 서광.덕산.서승희 옮김 / 학지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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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학지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간의 삶을 고통과 분리할 수는 없다. 누구나 살면서 힘든 시기를 겪게 된다. 이런 순간이 올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나의 경우에는 늘 스스로를 비판했었다. 남들도 나처럼 힘들 거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입을 꾹 닫고, 더 이상 나의 괴로움을 이야기하지 않았을 때 나에게 벌어진 일은 스스로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트라우마가 지루해지는 순간마다 재생되며 발작하기도 한다. 속이 쓰려 끊어버린 정신과 약을 다시 찾아야 할까? 하지만 약을 먹는다고 이 세상의 보이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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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사람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약이 결코 오답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마음을 훈련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심리학 분야의 선두를 달리는 출판사 학지사에서 『러브 유어셀프』와 『나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로 자기연민을 알린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의 신간을 소개한다. 여성을 위한, 적극적인 자기연민의 방법을 담은 『나를 돌보는 마음 훈련법』이 바로 그 책이다. 이전 저서로 이미 자기연민에 대해 다시 배운 독자라면 모를까, 많은 한국인들에게 자기연민은 어쩌면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무한 경쟁 사회에서 스스로의 고통을 돌아보거나 제대로 보듬어 볼 배움의 기회조차 없었을 뿐만 아니라, 힘듦을 이야기했을 때 많이 들어본 대답 중 하나는 '너만 힘든 거 아니다'라는 냉정한 말이었으니.


​자기연민이라는 단어의 재정의부터 하자면, 크리스틴 네프가 말하는 '자기연민'은 결코 자신이 불쌍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고통과 불완전함을 따뜻하게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을 뜻한다. 친구가 나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했을 때, 가장 좋은 적절한 반응을 나에게도 예외 없이 해주는 것이다. 저자는 들어가기에 앞서 자기연민은 누구에게나 유용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미투 운동을 지나며 성중립적이었던 지난 저서와 달리 여성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믿고 지지했던 남성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수많은 여성을 성희롱하고 학대했던 사실을 알게된 것을 계기로, 가부장적 사회에서 불공정한 여성의 위치에 주목하며 이제야 집필하게 된 여성을 위한 자기연민책. 여성은 왜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생존하려면 부드러운 측면을 억누르고 남성처럼 행동해야 하는지, 성공하고 반감을 사느냐, 호감을 얻고 불공정한 대우를 받느냐 하는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지, 직장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강한 압박을 더 많이 받으면서도, 성희롱의 대상이 되고, 남성보다 낮은 보수를 받아야 하는지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자기연민의 힘으로 여성이 스스로를 지키고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텍스트와 실습 등의 활동을 소개하며 돕는다.


나는 그렇기에 이 책이 개인적으로는 더 좋았다고 말하고 싶다. 만약 이 책에서 그저 흔한 에세이처럼 따뜻한 말만 했더라면, 읽는 순간에는 잠시 위로가 되었을지 몰라도 덮은 뒤에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을지도 모르니까. 허공을 훑는 피상적인 위로가 아닌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 사회의 문제를 조목조목 하게 지적하는 글들을 보며 하루는 학지사에서 소개했던 『문화 심리학』 속 문장이 연결 지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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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마음은 분리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인간의 마음은 보편적인 것이 아닌

문화적 맥락 내에서 구성된 상대적인 것이다.


─ 『문화 심리학』 中


​가부장제라는 문화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으니, 여성들의 마음마저 분리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크리스틴 네프의 강렬한 가부장제 비판의 메시지가 책의 첫인상에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지점이지만, '모든 여성'에게 따뜻하지 못한 세상에서는 그저 부드러운 메시지보다 사회를 돌아보고 문제점을 인식하는 것이 더 좋다. 이는 비판의 화살을 오로지 자신에게로 향하지 못하도록 돕는다.


​자신의 힘듦을 인정해 주고, 극복하게 돕는 책. 나는 이 책의 무수히 많은 곳에 플래그를 붙였고, 또 여러 번 읽었다. 읽으며 고통을 느낀 순간도 비록 있었지만, 많은 여성에게 읽혔으면 한다. 이 책을 기반으로 하는 서로에 대한 연대가 언젠가 실현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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