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바운드 하트
클라이브 바커 지음, 강동혁 옮김 / 고블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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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x, You opened it.

I came.


이 대사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울 소식이 하나 있다. 영화 『헬레이저』 프랜차이즈의 시초가 된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 『헬바운드 하트』가 국내 초역으로 드디어 출간되었다는 것.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공포영화를 보던 취미가 계기이기도 했고, 온라인 게임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로도 이미 익숙한 덕분에 소식을 듣자마자 나 역시 알라딘 펀딩으로 빠르게 구매했다. 최근 몇 년간 그 어떤 소설보다 더 간절하게 기다려온 단 한 권의 책이었다.


새빨간 표지에 초판에만 적용되는 새빨간 책배까지. 알라딘 펀딩 첫날에 결제한 탓에 보다 긴 기다림을 견딘 뒤에야 이 새빨간 책이 도착했고, 나는 '르마샹의 상자'를 손에 넣은 프랭크처럼 두려움과 호기심에 떨리는 손으로 읽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흐름은 알고 있었기에 더욱 긴장한 상태로.


『헬바운드 하트』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르마샹의 상자'라는 캐스트 퍼즐을 풀면, 지옥의 문이 열리고 세노바이트(수도사)들이 나타나 퍼즐을 푼 자에게 최고의 쾌락을 선사해 준다.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쾌락주의자 프랭크 코튼은 돈을 주고 이 상자를 구매하며 마침내 풀어내는 데 성공하게 된다.


/

너무 늦었어, 그는 중얼거렸다.

두려움이 치솟았지만 애써 억눌렀다.

르마샹의 퍼즐은 이미 풀려버렸다.

마지막 장치가 돌아갔다.

머뭇거리거나 후회할 시간은 진즉에 지나갔다.

심지어 프랭크는 장막이 찢겨나가는 순간을 위해

목숨과 지혜를 모두 바치지 않았던가?


지금, 쾌락의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리고 있었다.

소수의 사람만이 그 존재를 알고 있으며,

심지어 맛을 본 사람은 훨씬 적은 그 쾌락의 세계로 향하는 문이.

그 너머에는 감각의 지표를 새로 정의할 쾌락이 기다린다고 했다.

그런 쾌락이라면,


─ P.16


퍼즐을 푼 대가로 받는 건 맛있는 음식, 흡연, 음주, 마약, 섹스 따위의 범주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이었을까? 아니, 그들이 주는 것은 인류가 이해하는 형태로의 쾌락이 아닌 새로운 단계의 고통이었으니.


"내가 기대했던 거랑은 좀 많이 다른" BDSM적 쾌락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 읽기의 장점은 장면에서 읽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정확하게 문장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거의 모든 『헬레이저』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간의 욕망과 고통, 폭력과 살의, 공포와 고통은 소설 『헬바운드 하트』 속 텍스트로도 충분히 느껴진다. 인간의 쾌락과 고통에 다면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작품. 여기에 이미 시각화가 된 수도사들의 모습까지 상상하며 읽으면 이보다 더 무서운 소설이 어디 있으랴.


이 책이 있었기에 영화가 있었고, 영화가 있었기에 나도 이 책을 읽게 되었으니,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쁨을 따질 수 없다. 만약 『헬레이저』 프랜차이즈를 좋아한다면 이 소설까지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고, 무서운 소설을 찾는 독자에게도 반드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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