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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전쟁 - 1952, 사라진 아이들 ㅣ 싱긋나이트노블
정명섭 지음 / 싱긋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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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교유당 서포터즈로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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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고 2년 뒤. 귀신을 볼 수 있는 차혁주 중위는 전쟁터에서 이미 죽은 윤학규 상사가 공격 명령을 만류한 탓에 '명령 불복종'으로 좌천되고 만다. 평범하고, 산골치고는 먹고 살 만했던 곳. 하지만 광복 이후로 이념이 좌우로 나뉘면서 지옥이 된 곳, 운해읍으로. 그곳은 '빨치산과 통비분자'를 처단하며 이미 충분히 피로 물든 곳이지만, 이념 전쟁 뒤에 또 다른 희생자가 있었으니, 바로 '아이들'이었다. 운해읍에 들어서자마자 차혁주는 역시 그들의 영혼을 정확하게 바라보았고, 운해읍의 세 실세, 서북청년단 운해지부장 장상천, 이운창 경위, 운해읍 지주위원회 위원장 김석충은 진짜 유령을 보는 차혁주 중위를 경계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발생하는 살인사건, 한 아이가 잔혹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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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첫날 죽은 영혼을 보았다는 것은
대단히 불길한 징조였다.
─ P.27
이 연쇄살인사건에 숨겨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무당의 핏줄 탓에 유령을 볼 수 있는 차혁주 중위는
그 능력으로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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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을 거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작가 정명섭의 신간이 싱긋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등단을 역사추리소설로 했던 정명섭 작가의 이번 작품의 제목은 『유령 전쟁: 1952, 사라진 아이들』로 1950년대, 아직 휴전이 되지 않은 6·25 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며 유령을 볼 수 있는 한 군인이 전투로 인한 살인이 아닌 어린이에게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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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해읍이라는 반쯤 닫힌 공간에서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아이들과 이념적 대립이 있는 전쟁 중에 발생한 탓에 범인을 쉬이 '빨갱이'로 단정 짓는 사람들. 거기에 아이들의 유령은 차혁주에게 쉽게 무언가 알려주지 않고, 운해읍 안팎으로 있는 모두가 의심스러운 상황. 이 진상을 파악하기에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 작품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리고 몰입한 나머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반전으로 등장했을 때의 강렬한 충격이 작품을 처음부터 다시 읽게 만드는데 이때, 한 번 읽었던 문장들이 새롭게 보이며 소설이 굉장히 치밀하게 쓰였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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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시대극이나 역사물을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유령 전쟁』으로 시대와 맞물려 벌어지는 가상의 이야기의 맛을 알게 되었다.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사람이 죽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하고, '이념이라는 유령 때문에 우리는 한민족이면서 서로를 죽이고 있지 않냐'는 메시지를 소설 속 인물을 통해 날카롭게 던지는 작품. 여기에 연쇄살인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로 이미 피와 폭력으로 가득한 전쟁이라는 환경에서 인간은 약자에게 어디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된다.
정명섭 작가의 『유령 전쟁』은 역사물의 재미를 모르던 독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역사물과 추리물, 둘 다 좋아하는 독자에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소설이지 않을까. 더 나아가 역사소설을 아우르는 '싱긋나이트노블'이라는 시리즈까지 흥미가 안 생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