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쑤기미 - 멸종을 사고 팝니다
네드 보먼 지음, 최세진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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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황금가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개발이나 산업 등의 이유로 종을 멸종 시켜야 할 필요가 있으시다고요? 3만 8432유로(한화로 약 오천만 원)만 내세요! 단, '지능이 인증된 동물'은 13배에 해당하는 가격(한화로 약 육억 오천만 원)을 내셔야 합니다. ​브라마사무드람 광업 회사의 환경 영향 책임자 핼야드는 미식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리고 몇 번이나 거대한 부를 쓸어 담을 기회를 놓친 불운의 사나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자리에서 세계멸종위원회의 개정안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멸종 크레딧'의 가격이 지금보다 더,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그에게 있어서는 이번이야말로 돈을 벌 타이밍이었다. 브라마사무드람이 보트니아만에서 망간철 단괴 채굴 계획을 확정했을 때 부서 예산으로 멸종 크레딧 열세 개를 확보했는데 ─ 이는 작업을 시행했을 때 서식종인 '독쑤기미'가 실제로 멸종되고 지능 인증이 취소되지 않은 경우에 필요한 개수였다 ─ 그걸 '공매도'하자고. 핼야드는 6만 7000유로에 열세 개를 모두 팔아 87만 1000유로를 곧장 암호화폐 계좌로 보내고, 가격이 하락할 때까지 몇 달 기다렸다가 87만 1000유로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멸종 크레딧 열세 개를 사들여 그 차액을 전혀 모르는 브라마사무드람에 돌려주고 그 수익을 부채 상환과 현혹적인 미식을 즐기는 데 사용할 예정이었다. ​이 계획이 잘못될 유일한 길은 멸종 크레딧의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상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 컴퓨터 웜 바이러스가 각 바이오뱅크의 통제권을 장악하기 전까지는. ​─ 《그랜타》 선정 최연소 최고의 영국 젊은 작가에 지목된 가장 핫한 작가 네드 보먼의 전무후무 경제 블랙 코미디 『독쑤기미: 멸종을 사고 팝니다』가 황금가지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소설로는 처음 국내에 선보이는 작가인데, '또 웃긴 소설 없어요?'하고 찾게 만드는 작가였다. ​맛있는 음식에 미친 남자 핼야드, (작품 속 거의 모든 인류가 그렇지만)자기 안위가 제일 중요해서 '회사 주식 공매도'라는 도박에 실패했는데 감옥에 갈 수는 없는 절박함을 보여준다. 동물에 각별한 애정이 없어서 동물지능평가사가 될 수 있었던 카린에게 제발 독쑤기미에 지능이 없다고 해주면 안 되냐고 부탁할 정도. 카린은 그런 핼야드에게 멸종이 안되었음을 확인하면 될 일 아니냐고 제안하고 둘은 '독쑤기미'의 흔적을 찾아 지구를 돌아다닌다. 둘의 기묘한 여행 속에서 '독쑤기미'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벌어지는 'X됨'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들은 과연 독쑤기미가 멸종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을까? 핼야드는 그리고 지구인들은 X된 상황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 '웃다가 생각해 보니 웃을 때가 아님' 그 자체인 소설 웃다가 갑자기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남학생의 표정이 클로즈업 되어있고, 그 밑에 이런 자막이 붙어있다. '웃다가 생각해 보니 웃을 때가 아님' ​이 책에 붙일만한 수식어로는 '디스토피아'나 '경제', '환경' 등도 있겠지만 '블랙 코미디' 역시 빼놓을 수 없지 않을까. 심각한 상황에서 북부보호구역으로 들어가기 위해 뽀송뽀송하고 꼬리가 달랑거리는 갈색 수달 위장복을 입고,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서 배양 참치를 권하자 맛보고 눈물을 흘리는 핼야드가 웃겨서 미치겠다. 여기에 간장까지 권하는 것도 킥. 하지만 무엇보다 다음 대화가 나는 제일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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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그들에게 장관이었다고 했다. "보기 좋았다고요?" 핼야드가 물었다. "아뇨, 저는 장관입니다. 환경식품농림부 장관이죠." ─ P.312


원문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있을까, 궁금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렇게 나를 빡빡 웃겨놓고 닐 보먼은 안 웃긴 주제를 던진다. 가상에 미쳐살고 종차별적인 인류를 조명하며, 인류세라고 불리는 지금 이 시대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어디 여기서 비판만 하는가, 'X 되는 건 우리'일 것이라는 장면들을 끊임없이 삽입한다. 어쩌면 머지않아 다가올 미래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지금 미리 초콜릿 많이 먹어두라'던 글을 봤다. 기후 위기로 초콜릿 시장이 붕괴되고 코코아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코코아를 예전처럼 맛보기 힘들 거라는 이유에서. 네드 보먼의 『독쑤기미』는 유쾌하면서도 우리의 상황을 한 번쯤은 심각한 시선으로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동물과 환경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꼭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X된 지구와 환경을 어떻게 연출할지 영상화 확정이라는 소식마저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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