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디바이디드 : 온전한 존재 ㅣ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4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평점 :
│
본 서평은 열린책들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본 서평은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시리즈의 1권, 『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과 2권, 『언홀리 : 무단이탈자의 묘지』, 3권, 『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
이 견고하게 쌓아 올려진 '언와인드 제도', 사회적 질서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경제적 이득과 노화만이 남아있는 어른들의 이익에 더욱 초점이 맞춰진 이 제도는 생존을 위해 분투하던 아이들에 의해 마침내 붕괴된다. 하지만 잃어버렸다는 건 새로운 것이 들어설 자리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해관계에 의해 철저히 숨겨질 수밖에 없었던, 그렇기에 파괴되지 않도록 소니아가 소중히 감춰왔던, 잰슨의 마지막 역작인 '장기 프린터'가 남아있었으니….
/
「한 5년 됐어요. 이 몸에 언와인드의 간을 넣고 다닌 게.
근데 솔직히 말해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난 술을 끊고 내 간으로 어떻게든 버텼을 거요.」
─ P.491
─
드디어 이 소설의 끝을 봤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언바운드'라는 제목의 책이 있는 것으로 보아 더 있을 수는 있겠지만, 한국어판은 일단 이것으로 끝이 났다. SF는 오락적인 장르로만 즐겼었는데,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는 꽤 깊은 메시지를 내게 던져주었다. 이 가상의 이야기에서 현실의 일부가 느껴져서였을까?
처음에는 극단적인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던 '언와인드'라는 제도도 장마다 삽입된 검은 종이, 마치 참고문헌을 보는듯한 글들을 읽으며 충분히 현실적인 발상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고, '부디 이 이야기 속 미래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이라던 『커커스 리뷰』도 역시 처음에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4권을 덮을 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산업화 돼가는 장기매매 시장, 이식받은 부위로 인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사례들, 줄기세포와 3D 프린팅 기술 등 파편적이면서도 유기적인 기사들이, 아니 수면 위로 드러난 현실들이 이 SF 소설에 근거를 부여하고 있었다. 감춰진 것들은 얼마나 거대할까? 닐 셔스터먼의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는 그러한 것들을 방치했을 때 벌어질 미래의 인류가 살아갈 세상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
닐 셔스터먼은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
비록 낙태는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고, 여성 진영에서는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법에 대해 거세게 저항하고 있지만, 이미 태어나버린 아이들에 대해서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아무리 성숙하지 못해 어리석은 행동을 보이더라도 빠르게 포기하기 보다 그들의 성장을 믿고 지지해 주자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1권에서 아직 세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몰랐던 아이들은 보호받지 못한 채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히고 연대해왔다. 마침내 4권에 도달한 독자들은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며 많이 성장하고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피날레를 맞이하는 순간, 작품 속 미성숙한 어른들이 저지른 다양한 폭력의 양상들이 다시 부메랑처럼 돌아오며 부끄러워진다. 반면교사. 이런 어른이 되지는 말자, 법과 제도와 규칙을 세울 수 있는 힘을 내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서 쓰자, 이러한 생각은 '언와인드'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될 수 있지 않은가. '영 어덜트' 소설로 분류되어 있지만 누구나 즐기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빨리 스크린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