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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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은행나무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자리를 잡고 있는 승객들은 고개를 들지도 않고 다른 식으로 아는 체를 하지도 않는다.

인간이 자연스럽게 모여 사는 종임을 고려할 때,

열차 안의 정적은 왠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 P.265, 「회계」


일, 혹은 노동.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반드시 해야 하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타인의 일에 대해서 상상할 때 대체로 위와 같은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까. 우리는 사람이 직접 일을 하는 모습,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순간을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은 일을 하러 떠나는 그 시작의 순간 그뿐이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자라서 노동시장에 뛰어든다. 일이 주는 기쁨과 슬픔은 잘 알지도 못한 채 말이다.


영국의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런던 항구에서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큰 인상을 주지 못할 노동의 풍경을 바라보며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주목받지 못하지만, 누군가는 일하고 있는 그곳에서 시작해 저자는 흥미를 끄는 일들, 때론 제안을 받아 누군가의 일터로 향한다. 화물선을 관찰하다가 물류를, 갑자기 비스킷에 흥미를 느껴 런던 서부 '유나이티드 비스킷'의 본부로, 노동의 역사를 생각하면서 일과 충족감이 동의어가 되도록 보장하는 방법을 찾는 직업 카운슬러를 찾아간다. 이렇게 해서 규모도 다양하고 가치도 다양한 열 가지의 직업에 대한 글이 모였고,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한 권의 책이 되었다.


​─

이미 우리나라에서 충분히 보증된 작가인 만큼 이 책에서도 그의 빛나는 필력이 느껴진다. 저자는 자신에게 생소한 일터에 가서 어쩌면 범인[凡人]들은 놓치거나 지루해할 것들을 포착하고 그런 장면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도록 글로 옮긴다. 그리고 거기에 저자가 느낀 '일의 기쁨과 슬픔'을 녹여내는데 이러한 글들은 그 어떤 일을 하는 독자더라도 생각해 볼만한 지점들을 불러일으킨다.

거대한 물류의 흐름을 보고 오래전 선조들은 물건들의 작은 역사와 유래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겠지만, 지금 우리 현대인들은 많은 물건을 손에 넣을지언정 아무것도 모를 거라며 씁쓸해하다가도, 위성 발사에 성공하는 순간에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흥분한다. 그리고 다시 죽어가는 자연을 생각하며 동정심과 죄책감을 느끼고…. 제목처럼 일의 기쁨과 슬픔이 가득하다.

최첨단 과학기술의 정점인 로켓 과학 현장을 취재하며 발사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인디언 족장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인상 깊었던 지점이었다. 발전된 과학 기술의 문명만을 누리던 탓에 조금 덜 진보되었지만 신화적이었던 인류의 과거를 상상하는 힘을 잃어버린 듯싶어서.



노동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 조건이라던 마르크스의 문장이 있지만, 그 빛은 점점 바래져가고 있다. 책은 사실 12년에 이미 한 번 출간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책이 읽혀야 할 이유는 부동산 투기와 코인과 주식 투자로 커다란 한방의 성공이 꿈인 우리 세대에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도록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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