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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최호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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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을유문화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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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듯하다. 아주 사소한 일상적인 불안부터, 사회적인 불안까지 그 감정은 불쑥 튀어나와 우리를 시도 때도 없이 자극한다. 집에서 나올 때 문은 잘 잠그고 나왔는지, 가스불은 잘 껐는지, 뉴스를 틀면 언제 어디선가 벌어진 온갖 사건사고가 보도되고 마침내 사람을 사귀는 것마저 위험요인이 되어버린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 역시 우리를 위협한다. 우리가 사주나 타로 같은 미신에 의존하게 되는 것도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간이 불안을 느끼는 건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요소라고들 한다. 하지만 켜켜이 쌓인 트라우마가 어떤 임계점을 넘는 순간, 불안이라는 감정이 나를 바닥없는 곳으로 끝없이 끌어내리는 기분처럼 느껴진다면. 이런 절망에 빠진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할까.
융 심리학의 권위자 베레나 카스트 교수의 『불안에 관하여』는 독자들이 불안의 다양한 구성 요소를 토대로 일상생활과 심리 치료 상황에서 불안에 대처하는 법과 불안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불안을 느낄 때, 당신은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 편인가. 불안 앞에서 나타나는 모습은 다양하다. 최대한 외면하고 피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두려움 앞에서 용기를 내는 사람도 있다. 저자는 야스퍼스의 표현을 가져와 우리에게 '불안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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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불안은 우리 자신을, 우리의 진정한 자기를 부르는 소리다.
불안에 사로잡힐 때 우리는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를 진실로 떠받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된다.
그 때문에 우리에게는 야스퍼스의 자주 인용되는 표현처럼
'불안을 마주할 용기Mut zur Angst'가 필요하다.
─ P.43
나는 불안 앞에서 어떠했던가. 불안 앞에서 나의 모습에 대한 적절한 문장을 발견했다. 81쪽, '불안 속에서 나는 작고 열등하게 느껴진다'고. 오랜 시간 불안 속에 살았고, 여전히 불안은 껌딱지처럼 찐득하게 달라붙어있다. 카스트 교수가 짚어주는 불안을 느끼는 상황, 그리고 우리들의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읽으며 나와 타인을 이해하려 애써본다. 내가 지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외부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아닐까, 나에게 공격적이었던 어떤 사람의 태도가 어쩌면 불안을 느끼고 했던 방어 기제가 아니었을까 하며.때로 불안은 장애를 유발하기도 하는데, 4장에서는 이러한 장애들, 강박과 공황,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두려움 때문에 강박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는지, 혹은 특정 상황에서 발한, 전신 떨림, 경련 등의 신체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지는 않은지. 책은 이러한 증상의 일부인 치료 사례들이 함께 실려있는데 읽으며 자신의 일부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자는 이런 장애에 대한 대처법도 소개하고 있다. '불안 장애가 있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주요 방법 중 하나는 불안을 유발하는 자극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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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지각하려면 불안에 이름이 있거나,
우리가 불안에 이름을 붙일 수 있어야 한다.
─ P.88
불안은 누구나 느낄 수밖에 없고 죽을 때까지 함께해야만 하는 감정이다. 관계에서 불안이 해소되기도 하지만 관계가 불안을 유발하기도 하고, 불안은 어느 날 꿈의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불안을 끝까지 모호한 형태로 두기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글을 읽으면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누군가가 불안에 관하여 알아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가장 먼저 찾아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