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가 필요 없는 사회
윤은주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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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우주님이 모집하신 #우주서평단 

세창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정치는 가급적 멀리하고 싶었다. 우리에게 정치가 주는 이미지는 어떠한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은 서로 싸우고, 비난하고, 그러다가 선량한 이미지메이킹으로 사진 찍고 그런 모습들뿐이다. 게다가 언론은 선택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니, 시민들은 어떤 중대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자세히 알기도 너무 힘들다. 어떤 기사에서는 너무 좋은 거라고 호들갑을 떠는데 또 어떤 기사에서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들의 정치는 또 어떠한가. 듣도 보도 못한 당 개수만큼 각자의 생각과 사정이 다르고, 의견도 너무도 다르다. 한국인들에게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건 마치 한바탕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처럼 다가온다.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 윤은주 저자는 변질되어버린 '정치'를 다시 되찾기 위해 펜을 들었다. 책 제목인 『한나 아렌트가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저자는 한국의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 한나 아렌트가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마침 한국에는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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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트가 경험한 전체주의는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 체제였다.

전체주의는 대중의 합의로 형성된 정치권력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한 독재 권력이다.

전체주의는 무한히 많고 다양한 인간을 하나의 개인으로 조직한다.
─ P.37-38


우리나라의 정치도 타인을 인정하는 게 싫어서 쉽게 싸움으로 번지지 않던가. 그런 모습이 끊임없이 대물림되어 정치 밖 영역에서도 타인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에서 아렌트가 겪은 전체주의를 보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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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견을 내놓으면 그것으로 상대를 설득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설득과 의견은 다르다.


설득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이야기를 집중하는 것이며,

의견은 자신이 표현한 것을 상대가 알도록 나열하는 것이다.

설득은 구체적인 목적이나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상대가 태도를 바꿔 자기 것으로 수용하는 것이지만,

의견은 하나의 대상에 대해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말하여

로의 태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 P.61-62



우리가 해야할 것은 ​싸우는 게 아닌,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기,
깨끗한 공론장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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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의 난민 생활을 경험한 아렌트는 우리에게

어둠을 깨뜨리고 빛이 있는 새로운 시대로 나갈 것을 요구한다.

새로운 시대에 자유롭게 생각하고, 의지하며, 판단하는 자유로운 정치적 행위의 주체가 되라고 요구한다. 정치적 행위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치적 영역인 공론장에서 정치적 자유와 정치적 평등을 실현하는 정치적 행위의 추제가 되는 것, 이것이 정치적 인간의 삶이며 아렌트가 바라는 정치다.

─ P.134-135


​저자는 현재 우리 몸에 깊게 새겨진 정치에 대한 착각과 부정적인 생각, 그리고 복수성을 띠는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방법을 바로잡고 더 나아가 함께 할 수 있는 깨끗한 공론장 만들기를 제안한다. 정치는 특별히 선택되는 사람만이 하는 것이나 싸울 각오를 한 사람만이 하는 게 아니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의지하며, 판단하는 주체가 되자는 저자의 주장은 깊이 공감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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