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의 책장 -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
데버라 펠더 지음, 박희원 옮김 / 신사책방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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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우주님이 모집하신 #우주서평단 과

신사책방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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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사실상 어떤 법적 지위도 누릴 수 없었고

지적 능력도 없다고 여겨졌으며

남성에게 복종하고 기분을 맞춰주라는 요구만이

여성의 역할이자 정체성이던 시대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은 가축보다 조금 나은 존재가 아니라

이성을 갖춘 인간이라고 주장했다.

─ 「4. 여권의 옹호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中


책을 읽을 때면 ─ 특히, 고전 문학을 읽을 때면 ─ 여성이 이상하게 그려지는 모습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감정적이고, 수동적이며, 간사하고, 남성보다 열등하다. 때로는 주인공이 진정한 '남자'로 거듭나기 위해 창녀로 등장한다. 책에서 그려지는 여성의 특성을 아무 의심도 품지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기엔 마음 한구석이 걸린다. 여성 독자는 그런 상황들을 그저 참고 견디거나, 불편한 손님이 되어서 읽는 도중에 쫓겨나야만 하는 운명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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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버라 펠더의 『여자만의 책장』은 그런 시대의 흐름 속에서 목소리를 내는, 여성을 옹호하거나 맞서 싸우는, 강인하게 그려지는 등의 책 50권을 선정했다. 일본의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부터, 여성이 집안에서 느끼는 분노를 여러 여성 작가에게 글을 청탁해 하나의 책으로 엮은 캐시 하나워의 『그래, 난 못된 여자다』까지. 남성 작가에 의해 쓰였지만 위대한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도 있다. 소개되는 책마다 여성의 시선으로 책을 읽어내고 쓴 대여섯 장 정도의 짧은 글이 달려있다. 안나 카레니나를 단순히 불륜을 저지른 감정적인 여성 캐릭터로 봐야 할까?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을 쓸 당시에는 어떤 사회였을까? 아름다움의 신화는 여성의 진보를 어떻게 가로막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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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부르는 책


​책을 부르는 책은 많다. 서평집, 독서 에세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책들, 때론 문학잡지에서도. 읽다 보면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자꾸만 쏟아져 나오는데 찾는데 애를 먹거나 출간이 아예 되지 않았다면 곤란하지 않을까? 이런 점을 책을 만들며 인지를 했는지, 신사책방의 『여자만의 책장』은 소개된 책의 한국판 표지와 함께 옮긴이, 출판사, 출간 연도 등의 정보를 함께 실었다. 50권의 책 중에서 국내에서 출간되지 않은 8권의 책을 제외하고 모든 책에 있다. 한 번역 잡지에 실렸던 '에세이 쓰기와 관련된 추천하는 책 리스트'는 절반 넘게, 아니 한 두 권을 제외한 모든 책이 한국에 없었던 기억이 있기에, 이 책에서 더욱 좋았던 점으로 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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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에세이는 책 소개가 아니라 관점의 항해다.

책에 대한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은

같은 책을 두고 조금씩 다른 시선을 발견하는 데에 있다.

또는, 독서 목록에서 내가 몰랐던 책을 접할 때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나와 다른 독서의 길을 거친 누군가의 생각이 궁금하다.

타인은 어떤 책을 읽는가.

타인의 생각에는 얼마나 많은 갈림길이 있을까.



가장 지루한 독서 에세이는 누구나 아는 책을 새로운 관점 없이 소개하는 글이다.

제도권에서 정해준 목록과 기존 해석에서 벗어나지 않는 독서로

새로운 생각이 솟아날 가능성은 없다.

특히 남성 저자의 책으로 독서 목록을 채우면서도

아무 의구심을 품지 않는 독서가들이 실로 많다.



세상이 정해준 책장을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권의 책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 「해제: 당신의 책장은 누구의 목소리로 가득한가」, 이라영(예술사회학자)


​여성 독자라면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읽기를 피할 수 없다. 책 읽기를 시작했다면 이러한 점은 숙명과도 같으리라. 데버라 펠더의 책장이 여성, 아니 모두의 책장에도 한 권이라는 형태로 존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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