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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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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열린책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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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가 부러웠던 적이 있다.
비올라도 그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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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Pietà]
경외, 연민, 공경심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미켈란젤로 비탈리아니 ─ 미모, 석공의 아들로 태어나 조각에 천재적 재능을 보인 그의 삶은 어릴 때부터 다사다난했다. 연골 형성 저하증을 가진 탓에 키가 작았고, 모두가 그의 모든 것을 낮잡아 봤기 때문이다.
여성으로 태어난 탓에 가진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고, 항상 의지가 좌절되는 비올라도 있다.
무덤에서 만나 새롭게 싹트는 우정, 미모와 비올라는 서로를 영혼의 쌍둥이라고 말하지만 둘의 삶은 너무도 달랐다.
그로부터 수년 뒤, 1986년, 임종을 앞둔 미모는 사크라 수도원에 있었다. 수도원에는 미모가 지키고 싶어 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그가 만든 《피에타》였다.
비탈리아니의 《피에타》를 본 사람들은 야릇한 꿈들이 잠을 어지럽힌다고 고해하고, 더워지고 뭔가 느껴지기 시작한다고 털어놓는다. 6백 혹은 그 이상의 사람들이 거의 모두 동일한 증세를 보고한다. 처음에 느끼는 강렬한 감정, 그다음에 짓누르는 일종의 심리적 압박감, 심장 고동의 이상 급증, 현기증 등. 우울감에 가까운 깊은 슬픔도 느꼈다고 한다.
미모와 비올라의 삶, 그들의 삶은 어떻게 '비탈리아니의 《피에타》'로 빚어졌을까?
'비탈리아니의 《피에타》'는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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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프랑스의 문학상이자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공쿠르상 수상작 『그녀를 지키다』는 630페이지라는 꽤 방대한 분량을 가진 한 권의 장편 소설이다. 두께에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한때 서양의 장편소설은 쓸데없이 길기만 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만큼 읽었는데, 분량에 비해 남는 게 별로 없었다는 감상을 남긴 소설도 여전히 있지만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그녀를 지키다』는 그 페이지만큼 감동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소설은 미모의 삶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의 탄생부터, 여기저기 내던져지고, 수치와 모멸을 겪기도 하다가 천재성으로 끝내 성공하는 조각가 미모의 삶을. 하지만 비탈리아니의 피에타가 가진 비밀이 종장에 이르러 드러나는 순간, 독자는 미모가 아닌 비올라의 모든 순간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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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잃는 것보다 더 고약한 게 있었으니,
바로 자유에 대한 의욕을 잃는 거였다.
─ P.553
우리에겐 이미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피에타》가 있다. 라슬로 토스의 반달리즘에 의해 한번 파괴된 그 조각상 말이다. 개인적으로 그 조각상을 참 좋아하는 탓에, 부오나로티의 《피에타》를 넘어서는 가공의 《피에타》를 이야기한다는 것에 처음에는 내심 반감이 들기도 했다.
당신도 부오나로티의 《피에타》를 좋아하는가? 그렇다면 끝까지 읽어보기를. 마지막까지 읽은 나를 포함한 모든 독자는 비탈리아니의 《피에타》가 책 속에만 존재할 뿐 현실엔 존재하지 않다는 사실에 큰 상실감을 느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