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199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 1995작

 

1995년이면 어떠한 혼란이 있었더라..

내가 1982년생이니까 14살 무렵, 중학교 2학년의 시절이구나.

조숙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당시의 국제정세 같은 건 기억이 없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무언가 혼란이 있기는 했겠지.

 

그리고 작품으로부터 작가가 무언가 주의를 촉구한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다.

우리가 두 눈을 멀쩡히 뜨고서도 잃어가고 있는 무엇에 관해

주의를 촉구 중이라는 정도는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무엇에 대해 주의를 돌리지 않는 한

눈이 보인다는 것은 오히려 가식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보지 않으면서 모든 것이 보이는 척하는 것이니까.

 

작품에서 갑작스런 실명에 대하여 사람들은 신체적인 눈이 성하던 시절에 보아왔던 가치들로

판단하고 대처해 나간다.

그리고 그 상황은 이전에도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하고 있었음을 알려주는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실명은 오히려 진실을 드러내주었다.

 

그리고 개명은 오히려 진실을 덮어버린다.

상실한 것을 되찾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잃어가고 있는 맹인들이 개안을 하는 순간.

다시 가식의 시기가 찾아온다.

그러한 가식의 시기에 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미 충분히 피곤한데 말이다.

 

개명 이후의 사회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필요에 의해, 그리고 애당초 처음부터 원래의 상황을 원했기 때문에

곧 정부와 군대와 경찰들이 나타나 법에 명시된 질서를 만들어가겠지만,

법제화되지 않은 하나의 질서, 실명한 시기의 기억을 말하지 말라는 질서가 나타나지 않을까?

그 시기는 '인간적이지 않았던' 시기로, 무엇보다 자신이 인간적이지 않게 살아갔던 시기이니까.

그 침묵 또한 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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