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여동생과 오랜만의 미술관 나들이를 다녀왔다.

전부터 가고 싶었던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

사실 미술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그래도 전시회라도 몇 번 기웃거리고,

인사동 화랑이라도 들락거렸던 덕에

아름다운 것 봤을 때 아름답다고 감탄할 줄은 알게 된 것 같다. 

그런 내 눈에 이 전시는 참 호사였다.

 

사실 이 전시는 아름답다기 보다는 인상깊다는 쪽에 가까운데,

이 전시가 다루고 있는 시기의 그림이

약간 과장된 형태와 집중된 조명, 강한 색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성경이나 그리스로마 신화 등 격정적일 수 있는 테마를 많이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반라가 등장하는 그림에서는 육체가 정말 강렬하게 그려져 있어서

사건과 철학적 테마를 그 강렬함으로 인식시켜 주고 있다.

눈으로 철학적 테마를 인식한다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호사가 맞다;

 

또한 다른 형태의 그림들도 수준이 높았다.

늙은 여인이라는 작품은 작품명 그대로 한 노파의 초상화인데,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세한 주름과 모공까지도 보여서 세밀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당대에는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비견되었다가 점차 인기를 잃었다고 했는데,

난 오히려 이 작품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모나리자로부터 그 드높은 칭송만큼의 감흥을 얻지 못했었는데,

신비로운 미소는 정말로 신비로운지 모르겠다. (무지의 탓이겠거니 해야지)

 

마지막으로 바로크 미술에 공통된 테마인 '바니타스'(인생무상)의 중요성이다.

과장되고 화려하여 자칫 겉모습으로만 끝날 수도 있는 바로크 미술에

정신적인 균형을 잡아주는 건 아무리 화려한 인생이더라도 시들어버린다는 저 문구.

얀 브뤼겔의 '작은 꽃'이라는 정물화에서는 사철의 꽃들이 모두 아름답게 피어있는 와중에도

시들어 땅에 떨어진 꽃의 모습이 이 테마를 잘 드러내주고 있는데,

생의 양면을 한 그림 안에 담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각을 장악하는 강렬한 그림들과 그 안에 담긴 테마들.

대형 전시 중에도 그 내용이 빈약한 전시들이 많은데

비엔나미술사박물관전은 무척 풍요로운 전시였다.

연휴의 하루를 쪼개어 다녀온 보람이 있는 전시였기에

다른 분들께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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