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고민할 수 있게 해주는 후루야 미노루.
흠칫 고개를 들어보면 어느새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이 지나있다.
이나중 탁구부, 두더지, 그린힐, 크레이지 군단, 시가테라..
동생이 밥먹는 돈을 아껴 전권 구입,
책장에 꽂아 놓은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들은
나로 하여금 책장 앞을 시간을 도둑맞는 함정이 설치된 위험지대로 설정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후루야 미노루는 역시 강력한 것이, 알고도 피할 수가 없다.
도둑맞은 시간 덕에 여자친구와의 약속에 살짝 늦거나
읽으려고 생각했던 책을 못 읽는 사태가 발생하는데도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가치가 있었어. 방금 보낸 시간은 정말 가치있는 시간이었어.'
이나중 탁구부의 괴악함 정도만 접하고 후루야 미노루에 대한 판단을 내린 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겠지만,
작품들은 현실적이고 삶에 대한 주제가 녹아들어 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왜 사는가?
응? 정말로 상상할 수 없다구?
집에서 쫓겨나 무작정 도시로 상경한,
술먹고 돈이나 얻으러 오는 아버지를 죽여버린,
괴롭힘으로 항상 돈을 상납해야 하는 처지의,
맘에 드는 미인을 보고 폭주족에 가입해 버린,
청소년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평범한 삶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과정이
현실/비현실이 섞인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져나가고 있다.
이들은 자신과 현재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스스로 많은 질문을 던져 보는데,
그 질문과 답은 우리의 삶에도 적용되는 묵직하고 진솔한 것들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이 다름아닌 평범한 삶이라는 것은
그런 삶을 찾아가는, 혹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에 스스로 '잘 하고 있어'는 말 한마디 던질 기운을 주기도 한다.
아, 그렇다고 작품이 무거운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점이 후루야 미노루의 강점이다.
작품에 따라 정도의 차가 있지만 그런 주제를 유머도 아니고
원초적인 개그(!!)와 함께 전달해주고 있는데,
자칫 주제와 이야기를 분리시켜 버릴 수도 있는 어려운 작업이 아주 능숙하게 이루어진다.
어느 순간에는 마주치게 되는 질문들이 있지 않은가?
그때 울고 고통스럽기 보다는 웃으면서 고민할 수 있다면 좋겠다.
후루야 미노루 덕에 그렇게 하기가 조금 쉬워지는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