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마시는 새 세트 - 전8권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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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눈물을 마시는 새로부터 수 십여년,

왕국의 시대를 넘어 제국의 시대가 되었다.

황제가 이러한 급격한 변화로 인한 반발들을 잔혹하면서도 깔끔하게  처리해나가는 가운데

종족 탄생 이후 처음으로 자신들이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다스리는 정치조직을 만나게 된

레콘들도 어쩔 수 없는 변화의 길을 걷게 된다.

상황에 따라 변주되는 제국과 레콘의 운명.

숱한 인물들이 이 운명을 조종하거나 편승하여 이득을 얻으려 하지만

정작 결론을 향해 나가고 있는 것은 이 운명에 휩쓸려들어 버린 인물들이다.

황제사냥꾼 지멘과 아실.

황제의 대장군 엘시 에더리.

인간으로 태어나 도깨비 사이에서 태어난 정우 규리하.

 

드래곤 라자로부터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던지라

이영도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깊은 신뢰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번 작품(이하 피마새)에서는 기력이 약간 못 미친듯한 느낌이 들어 제법 씁쓸하다.

 

일단 글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 같은 수법이 종종 반복되는 것이 눈에 보여버렸다.

재미있는 농담도 너무 많이 반복하면 물리듯이

재치있는 수법들도 반복되면서 생각만큼의 재미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남이나 자신의 바보짓에 대한 반응이라든가,

퍼져나가는 유언비어나 정치적 움직임을 뒤에서 조종/관조하는 현인의 모습이라든가.

 

또한 캐릭터의 경우,

엘시는 답답하고, 정우는 이해가 잘 안되고,

지멘과 아실은 후반에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힘을 잃는다.

오히려 이이타 규리하 등에 감정 이입이 더 잘되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이런 스케일의 이야기에서 주요 캐릭터, 주변 캐릭터를 너무 세세히 구분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서도 그래도 주인공 급의 인물들이 호응하기 좀 힘든 느낌을 준다.

 

또한 거대한 스케일의 시간과 공간을 다루는데 비해서

피마새에서는 각지에 흩어진 인물들이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알게 되거나

정보의 늦은 전달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시간과 공간이 이야기에 개입하기가 힘들고

인물들간의 대결로 그 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 결과로 약간의 무리가 발생하지 않나 싶다.

8권이라는 이야기의 길이를 생각해보면 좀 더 다른 요소들이 들어설 자리가 많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피마새에 대하여

최종 감상인 기력이 약간 달린 듯 하다는 평에 대해서는

나 이전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하기에 리뷰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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