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리대왕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전쟁 중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떨어지게 된 일군의 소년들.
처음에는 회합을 만들고 구조를 요청하는 봉화를 올리는 등
질서잡힌 공동체를 만들어가려고 하지만
사냥을 통해 표출된 폭력성은 이윽고 공동체 자체를 물들여가고 만다.
외부의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 본성은 무엇인가.
작품은 우리 안에 내재한 짙고 불길한 무언가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잔혹하고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무언가의 손.
세계에 혼재하는 고통을 바라보고 있자면 그것이 진실이라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오지나 정치적으로 혼란한 지역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 직장, 군대 등등 사회 속에서 마주하는 여러 조직 속에서
우리는 그러한 불길한 본성이 고개를 드는 경우를 너무나 자주 보게 된다.
사회의 여러 조직 속에서 강자의 위치에 있는 자가
약자에게 할 수 있는 끔찍한 일들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즉,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불길한 본성은
단지 무인도에 고립된다는 극한상황에서만 표출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생활의 순간순간에서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상이라는 섬에는 구조하러 와줄 어른 따위는 없다.
세계는 그 섬으로 끝이고, 우리가 어른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그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
만약 구조자가 오지 않았을 경우
무인도의 소년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해 보는 것으로
질문의 답을 하고자 한다면 너무나 비관적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