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심해 오래 걷기 부담스러웠던 날,

한 번 지나쳤다가 되돌아오는 우를 범하고서야 들어가게 된 그 곳은

분위기나 아주머니의 친절이 안온한 그런 곳이었다.

 

더구나 마침 티벳을 주제로 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어

티벳여행을 꿈꾸는 나로써는 더욱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내가 매체를 통해 일상에서 접하는 티벳은 두 가지 모습이다.

 

하나는 많은 사진집과 여행기가 보여주는 티벳의 자연과 순수이다.

확실히 단지 사진을 보고 있을 뿐인데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는 종류이다.

자신들에게 없는 것을 동양 오지에서 찾으려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비판처럼

이 또한 보는 이들의 주관이 사전에 투영된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 사진들은 너무 아름답다.

 

다른 하나는 시사 다큐멘터리의 '물질문명에 오염되어 가는 티벳류'이다.  

티벳에 들어선 패스트푸드점을 보여주며

상당히 걱정스러운 느낌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노라면

앞으로 그 곳에 잃게 될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이 두 시각이 이상하다는 것은 아니다.

두 시각 모두 진실을 좀 더 잘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다만 내가 티벳이 아닌 티벳 가공물을 본다는 느낌에 그 이전을 보고 싶은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티벳으로의 여행이겠지만

아직 몸이 묶여 있으니 대리만족을 찾아야겠는데,

마침 그 사진전이 역할을 해주었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풍광보다 인물을 찍은 사진들이

어렸을 적 동네 언덕에서 맨 손으로 파낸 고구마처럼

있는 그대로 참 살갑게 다가온다.

 

알파벳 대문자 머리핀을 한 꼬마와 고무장갑을 끼고 빨래를 하는 라마승,

판에 있는 동물 모양을 맞추면 그 모양대로 엿을 만들어 주는 엿장수의 모습 등이

일상 그대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 그냥 그저 있는 그대로.

이상화할 필요도 우려할 필요도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좋은 사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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