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냉동 인간 이시후 ㅣ 창비아동문고 342
윤영주 지음, 김상욱 그림 / 창비 / 2025년 4월
평점 :
『냉동인간 이시후』는 희귀병인 ‘소아 랑귀누스병’을 앓던 12살 소년 시후가,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 하나로 ‘냉동인간’ 상태로 보존되었다가,
40년 뒤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다시 깨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과학적 상상력에만 기대지 않고,
‘시간을 건너 살아남은 소년’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독자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나는 시후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른 뒤 눈을 떴을 때, 나는 그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4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시후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를 맞이한 세상은 그가 알던 것과 전혀 달랐다.
익숙했던 거리와 건물은 사라졌고, 기술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달해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랑했던 가족들은 이미 나이가 많이 들었거나 세상을 떠났고,
함께 뛰놀던 친구들은 이제 중년이 되어 자신들의 삶을 살고 있었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자신만 시간이 멈춰 있었던 것이다.
이 ‘시간의 단절’이 시후에게 가져다준 감정은 단순한 혼란을 넘어선 깊은 상실과 외로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후는 점차 미래 사회에 적응해 나가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잃어버린 관계에 대한 아픔,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일어서는 용기.
시후의 이야기는 단순히 상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아가며 마주치는 변화와 적응,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냉동인간’이라는 다소 생소한 과학적 개념을
어린 학생의 시선으로 매우 섬세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냉동 상태에 있다는 과학적 설정보다는,
그 이후 깨어난 ‘한 아이의 감정과 생각’에 집중하면서 독자들이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미래 기술 덕분에 병을 치료받고 살아났지만,
그것이 반드시 행복한 결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가 놓치기 쉬운 그리움, 외로움, 낯섦과 같은 인간적인 감정과
다시 관계를 맺어가는 따뜻함이 이야기 속에 촘촘하게 녹아 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시후였다면?”이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나도 냉동인간이라는 선택을 했을까?
혹은 다시 깨어났을 때, 모든 것이 변해버린 현실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친구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그런 질문을 나누며 토론해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과학적 호기심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가치를 함께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야기지만,
이 책은 오히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누구인지를 결정짓는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리고 가족이란 과연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이처럼 중요한 질문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삶과 인간관계에 대해 한 걸음 더 깊이 생각해보게 만든다.
<함께 생각해볼 주제>
만약 나에게도 시후처럼 미래로 건너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을 이렇게까지 바꿀 수 있다면, 그 발전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나와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내 삶이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뀌었을 때, 나는 어떻게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