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수의 정체 ㅣ 창비아동문고 343
전수경 지음, 김규아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허수의 정체는 8개의 단편 동화가 모인 동화책이다.
이 여덟 편의 이야기는 모두 한 교실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각기 다른 아이들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작은 사회를 비춘다.
꼭 이루고 싶지만 잘 되지 않을 때, 단짝이던 친구와 멀어지게 되었을 때,
나도 몰랐던 감정이 생겨나게 되었을 때처럼
때로는 속상하고 때로는 유괘한 일상 속 갈등과 감정의 순간을
담담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낸다.
누구나 겪을 법한 상황이지만, 그 안에는 각자만의 고유한 아픔과 성장의 흔적이 담겨 있다.
이렇게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이어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교실 풍경이 그려진다.
각자의 이야기는 분리되어 있지만, 서로 얽히고 스치며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덕분에 다양한 시선에서 교실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며 서로 다른 고민 속에서도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각 단편이 명확한 결말 없이 끝난다는 점이다.
끝에서 인물들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보다는 아이들의 스스로의 감정을 조금씩 인지하고
마슴속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순간까지 보여준다.
어쩌면 이 열린 결말은 아이들의 실제 삶과 더욱 닮아 있다.
친구와의 갈등, 우정과 사랑에서의 혼란과 같은 감정들은 하루 아침에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허수의 정체는 그러한 감정들을 억지로 해소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할 수 있게 한다.
그렇기에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고 채워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인물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지, 나는 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지를 떠올리며
생각을 멈추지 않는 독자로 성장하게 된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누군가의 성장 과정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정답보다는 이해를, 완성보다는 과정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며
교실 속 아이들이 어떻게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어 가는지를 깊이 있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