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건축
클라우스 라이홀트.베른하르트 그라프 지음, 이영아 옮김 / 예담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밀레니엄 타워의 경이로움은 태초의 바벨탑을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그것은 태초부터 인간이 꿈꿔온 높이의 상징이 아니었을까?  파리의 에펠 탑,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그렇게 High Rise(摩天樓)의 꿈은 이어진다.

빌바오의 구겐하임과 뉴욕, 50년을 사이에 둔 두 개의 미술관은 공연히도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에 의해 몽환적인 설계로 이루어 졌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낭만적 향수의 결정체이며, 몬테성은 기하학적인 미스테리다. 아토미움은 현대과학의 이정표, 금문교는 첨단의 기술, ...

이 책은 수많은 건축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건축 자체에 대한 얘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비화(秘話)와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신화와 전설, 역사와 기록, 당시의 사회와 문화, 그 건축의 의뢰인, 작가, 비평가, 심지어는 그 건축물에 대한 찬가에 이르기까지, 과거를 추적하여 지나간 시대의 메아리를 환기시킨다. 저자는 이미 건축의 매력이 물질적인 형태나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이 깃든 추억과 정서 - 그 이야기들에 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되도록 건축과 흥미롭고 재미있는 온갖 이야기들을 잇고 있다. 쿠푸왕의 피라미드에서는 헤로도토스가 인용되고, 밀레니엄 타워에서는 성경 속의 바벨탑이 등장한다. 피사의 사탑에서는 탑의 구제대안과 갈릴레이의 낙하실험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독자에게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 이유는 건축의 비화(秘話)나 공간적인 정서에만 주력하지 않고, 역사적 건물의 기념성과 의의를  편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건축의 역사상 반드시 회자되는 주요 건물들은 다 들어가 있다. 스톤헨지와 피라미드, 아크로폴리스, 콜로세움, 성 소피아, 타지마할,...  이들은 이 책의 주안점이라기보다는 역사를 의식한 맥락으로 보인다. 제목이 <세상을 바꾼 건축>이라고 할 만큼 이책은 기념성과 권위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여러 부분에서 사료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항목에서는 큰 이슈가 없는 화제가 등장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기도 하다. 결국 더욱 많은 사료가 필요했던 것 같다. 전설은 더 신비하고, 역사는 더 치밀했어야 했다.


이 천일야화와 같은 길고긴 건축사의 역정을 읽어 가노라면, 금문교가 걸린 샌프랜시스코의 시내를 보며 저자가 인용했던 말이 생각난다. “도시의 거리 하나하나가 작가들의 이야기요. 언덕 하나하나가 소설이요. 집 하나하나가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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