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 - 병든 두피와 모발이 되살아난다!
우츠기 류이치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 노푸가 주목받고 있다. 노푸를 다룬 신문기사나 티비 방송도 심심찮게 보인다. 동시에 노푸의 효능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 중이다. 샴푸의 계면활성제를 끊음으로써 두피가 건강해져 머리숱이 늘고 머리카락에 힘이 생겼다는 긍정론이 있는 반면 노푸로 두피의 노폐물이 제대로 씻어내지 못해 오히려 염증을 유발하고 탈모가 심해질 수 있다는 부정론도 있다. 노푸 관련 신문기사 댓글란에는 대개 노푸를 실천하고 있거나 도전했다 포기한 누리꾼들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유명 헐리웃 스타들의 헤어관리법으로 유명세를 타며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노푸. 노푸란 NO와 샴푸의 POO를 합친 신조어로 샴푸 없이 머리 감기를 뜻한다. 물로만 감거나 샴푸 대용으로 베이킹소다나 식초 같은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 머리를 감는 게 노푸의 일반적 방법이다.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탈모가 나이 성별 불문한 고민거리가 되면서 탈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탈모 예방 샴푸부터 발모 기능이 있다는 각종 제품들과 시술까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다. 이런 시점에 물로만 머리 감는 노푸라니, 모든 화학제품을 끊으면 머리숱이 많아진다니, 의아하면서도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아침 세안 때 비누 없이 미지근한 물로만 씻는 이들이 많다. 나 역시 그렇다. 건조함 때문에 샤워도 세정제 없이 물로만 한다. 그래도 충분히 깨끗하고 샹쾌하다. 그렇지만 샴푸 없이 머리 감기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쩌면 그건 상식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직 목도 잘 못 가누는 조카를 목욕시킬 때 몸은 물론이고 머리도 물로만 씻기는 걸 보고 '그래도 괜찮아?'라고 물어본 적이 있을 정도였다. 아직 아기라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뭔가 찜찜했다. 그렇지만 조카 녀석이 기어 다니고 제 발로 뛰어다닐 쯤엔 '당연히' 바디워시로 몸을 씻고 유아용 샴푸로 머리를 감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상식이 아니라 고정관념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무지일 수도 있다. 사실 샴푸 사용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의 영역이다. 최소한 물로만 머리를 감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별다른 불편없이 지낸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샴푸가 만들어지기 전에도 분명 사람들은 머리를 감았을 것이다. 샴푸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인해 탈모가 유발된다면 서울역 앞 노숙자들은 모두 대머리가 되어야 하지 않냐는 주장은 터져나오는 웃음과는 별개로 나름의 타당성을 갖고 있다. 


  먼지와 때를 씻어내어 두피와 모발을 산뜻하게 해주는 샴푸가 대체 왜 나쁘다는 걸까. 먼저 샴푸의 과도한 세정이 문제다. 샴푸 후 우리가 상쾌하다고 느끼는 두피는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피지들까지 모두 없애버린 상태다. 즉 비정상적인 건조 상태를 우리는 쾌적한 상태로 여기고 있다. 샴푸 후 피지가 없어진 두피는 부족분을 메우려 더 많은 양의 피지를 만들고 그러다보니 피지샘은 커지게 된다. 그렇게 필요 이상 대량 분비된 피지는 산화되어 염증을 유발한다. 또한 지나치게 발달한 피지샘은 피지를 과잉으로 만드느라 모발에 가야 할 영양분까지 뺏어가는데 그 결과 영양부족 상태에 빠진 머리카락은 가늘어지고 솜털처럼 짧아진다. 과도한 세정력이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또다른 문제는 샴푸의 주성분인 계면활성제의 독성이다. 물과 기름을 섞어주는 계면활성제는 세포에 손상을 주거나 해를 입히는 세포독성이 강하다. 이것이 모공 속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고, 모공 주위 조직을 녹여서 모발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모근간세포(毛根幹細胞)를 손상시켜 머리카락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가 없게 만든다. 인간의 세포재생력이 뛰어나더라도 하루가 멀다하고 샴푸가 닿는다면 재생할 틈이 없어 모근의 씨가 마를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샴푸를 남용하는 이의 두피를 보면 모공 주변이 분화구처럼 움푹 패였는데, 그게 바로 샴푸의 계면활성제의 세포독성으로 인한 모공 조직 손상 때문이란다.

  요즘 쏟아지는 기능성 샴푸를 포함해 샴푸의 성분표시를 보면 온갖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샴푸의 계면활성제가 피부의 방어막을 허물고 침투하면 샴푸 속 다양한 화학물질들이 머리를 감는 동안 두피 모공으로 스며든다. 샴푸 후 깨끗이 헹궈내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두피에 남은 잔여물들은 모공을 통해 피부 속으로 흡수된다. 여기서 내 눈길을 끈 건 두피의 모공은 다른 피부의 모공보다 크다는 것! 화장품보다 샴푸의 화학성분들이 더 위험한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보통 머리카락 2,3개 정도가 함께 자라는 두피 모공을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사회적 충격을 안겨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샴푸와 로션, 최근에는 치약에까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학물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문제의 주범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와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은 웬만한 샴푸에는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는 기사에 놀라 집에 있는 샴푸의 성분표시를 확인해 봤는데, 놀랍게도 두 가지 모두 들어 있었다. 두피에 좋다는 꽤 비싼 샴푸였기에 충격도 컸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두 성분 모두 씻어내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잔여물이 남아 흡수될 수도 있는 터라 찜찜함이 사라지지 않았다. 안그래도 두피가 딱딱하고 얇은데다 머리숱도 적어서 노푸에 도전해볼까 고민 중이었는데, 쓰던 샴푸의 성분표시를 보고는 그 결심을 굳혔다. 

  물로만 머리 감기에 도전 첫 1주차는 쉽진 않았다. 그래도 견딜만은 했는데 문제는 2주차였다. 두피와 머리카락의 끈적임과 미끈거림이 절정에 달해 불쾌감과 노푸 사이에서 심한 갈등에 빠지곤 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노푸를 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스러웠다. 중간에 모발에만 샴푸를 살짝 쓰기도 했다. 그래도 그동안 참았던 시간이 아까워 일단은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완전히 물로만 감기는 힘들어 샴푸 대체품을 찾았는데, 가장 많이 거론되는 베이킹소다는 강알칼리라 잘못하면 개털되기 십상이라는 경험자들의 무수한 댓글에 바로 접었다. 그러다 한 블로그에서 찾은 것이 바로 밀가루! 설거지할 때 기름진 그릇에 밀가루를 쓰면 말끔하게 닦였던 기억이 나서 시도해봤는데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다. 두피와 모발의 끈적임을 밀가루가 흡수해 제거해준 덕분에 상쾌하게 머리를 감을 수 있었다. 린스 대용으론 식초를 조금 넣어 희석한 물로 머리를 헹궈주면 뻣뻣하던 머리카락이 마법처럼 부드러워진다. 마지막으로 흐르는 물로 깨끗하게 헹궈주면 끝이다. 밀가루를 알고부터는 노푸도 할만해졌다.  

  노푸를 시작한지 이제 한달 정도 지났다. 물로만 머리 감기와 밀가루와 식초를 이용한 머리 감기를 병행하고 있다. 환절기인 가을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머리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 수는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좌절). 그렇지만 샴푸를 쓸 때는때 종종 가렵고 건조하던 두피 증상은 확실히 좋아졌다. 비듬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건강한 두피는 약간의 비듬이 있는 게 정상이란다. 묵은 각질이 제대로 탈락하고 있다는 얘기니깐. 머리카락이 샴푸 할 때처럼 찰랑거리거나 부드럽진 않지만, 밀가루와 식초(또는 구연산)의 소량 사용을 병행한 후로는 그에 준하는 상쾌함과 부드러움이 있다. 대신 샴푸를 쓸 땐 별다른 노력없이 알아서 살짝 말려 들어가던 머리 끝부분의 컬이 노푸를 시작하면서는 좀 느슨해져 예쁘게 안 말린다. (현재 C컬펌 단발머리) 내 머리결의 성질 때문인지 노푸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노푸 한달 째라 샴푸와 노푸의 변화를 명확히 말하긴 힘들다. 그렇지만 샴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독성 가득한 계면활성제로부터 탈출했다는 기쁨과 샴푸 대신 밀가루 같은 천연재료를 사용해 머리를 감음으로써 환경을 지키는데 작게나마 일조한다는 보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솔직히 앞으로도 계속 노푸를 할지 다시 샴푸를 쓰게 될지 모르겠다. 노푸 중에 간간이 샴푸를 써야 할 일도 있겠지만(예를 들어 미용실을 간다던가 할 경우), 갈등의 시기가 지나가고 노푸의 즐거움을 조금씩 느끼는 중이라 아직 내게 노푸는 유효하다. 개인적으로는 노푸가 꽤 마음에 들지만 실질적으로는 넘어야 할 불편함 때문에 타인에게 쉽게 권유하진 못하겠다. 하지만 자신의 두피나 모발의 문제를 느끼고 있거나 알 수 없는 화학성분의 독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한번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해보고 안 맞으면 다시 돌아가면 되니까. 


  우츠기 류이치의 <물로만 머리 감기 : 놀라운 기적>은 노푸를 시작하고 끈적임 때문에 회의에 빠질 쯤 우연히 알게 되어 찾은 책이었다. 반복되는 두피 발진으로 힘들어 하던 저자는 한 달에 한 번 물로만 머리를 감는다는 자신의 은사를 떠올리게 되었고, 본인도 샴푸를 끊고 물로만 머리를 감으면서 노푸의 효과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책 <물로만 머리 감기 놀라운 기적>에는 샴푸가 왜 나쁜지, 샴푸가 어떻게 탈모를 유발하는지,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이 왜 두피를 건강하게 하고 발모에 좋은지 등의 내용을 알기 쉽게 담아냈다. 두피 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어떻게 씻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책을 읽기 전에 노푸에 관해 여러 정보들을 많이 찾아본 까닭에 아는 내용도 많았지만, 두피에 작용하는 샴푸의 기전이나 물로만 머리 감기에 대한 소소한 궁금증 등을 풀 수 있어 좋았다. 막연히 노푸가 궁금한 독자라면 이책 우츠기 류이치의 <물로만 머리 감기>가 큰 틀을 잡는데 적잖이 도움이 될 듯하다. <물로만 머리 감기>에 이어 읽은 <피부도 단식이 필요하다>도 기본 기조가 비슷하다 생각했는데, 이책의 저자 우츠기 류이치가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고. 책을 관통하는 생각이 비슷한 이유가 있었다. 저자의 다른 대표작인 화장품의 계면활성제의 문제점을 밝힌 <화장품이 피부를 망친다>인데, 아마 이책 역시 계면활성제를 멀리 하고 건강한 피부 본연의 기능을 회복시키자는 기본 취지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조만간 이책도 만나보려 한다. 


  그동안 우리의 두피와 머리카락은 샴푸에 길들여져 왔다. 샴푸가 피지를 다 없애버리면 그걸 상쾌하다고 생각했다. 두피를 보호해 줄 피지가 사라지니 두피는 더 많은 양의 피지를 만들고 우리는 샴푸로 그걸 없애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그렇게 필요 이상 과잉 분비되는 피지는 샴푸를 끊자 두피와 모발에서 끈적거렸고, 많은 이들이 그 끈적이는 불쾌감에 노푸를 포기했다. 하지만 그런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샴푸의 계면활성제를 멀리 한다면 똑똑한 두피가 점차 피지량을 줄여나간다. 2~3주가 지나면 대부분 처음의 끈적임이 사라진다는 경험담은 그런 이유다. 6개월 이후부터는 두피의 모공이 줄어든다니 이왕 시작한 거 그때까지 계속 가보고 싶다. 

  저자는 대부분의 피지나 오염물질은 미지근한 물로도 충분히 씻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노푸의 기본은 미지근한 물이다. 뜨거운 물은 오히려 두피를 건조하게 만드니 좋지 않다. 물로만 감는다고 두피를 뻑뻑 문지르는 건 좋지 않다.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씻어주어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대충 씻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구석구석 꼼꼼하게 씻어내되 두피에 무리한 힘을 가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이책을 읽기 전까진 물로만 감는 만큼 더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생각에 두피를 빡빡 문질렀기에 이 부분에서 무척 뜨끔했다. 무엇보다 샴푸로 머리를 감았을 때의 느낌이 상쾌함이 아니라 정상적이지 않은 건조한 상태라는 걸 아는 게 중요하다. 두피와 모발에는 적당량의 피지가 존재하는 게 건강한 거니까. 핵심은 두피든 얼굴이든 몸이든 껍질이라도 벗길 듯이 씻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샴푸 사용이 필수가 아니듯 노푸 역시 각자의 선택이다. 샴푸를 쓰는 것이 더 좋다면 그냥 그렇게 하면 된다. 노푸를 하고 싶지만 샴푸를 완전히 끊는 게 힘들다면 샴푸의 양과 횟수를 점차적으로 줄여가는 것도 방법이다. 샴푸와 노푸를 번갈아 가며 감는 것도 추천한다. (너무 멀리 가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노푸에 대해 알고 직접 실천하면서 자본주의 산업이 우리의 몸을 어떻게 구속하고 위협하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여성용 면도기와 제모제를 팔기 위해 여성의 털은 불결하고 제거되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프레임이 생성되고 오늘날까지 어어지고 있는 것처럼, 샴푸 역시 문명인이라면 당연히 써야 하는 생활필수품의 상식으로 자리잡게 된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상식과 고정관념의 간극은 생각보다 훨씬 좁은지도 모르겠다. 샴푸와 노푸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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