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진단서 - 요리책에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 식품의 모든 것
조 슈워츠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 식품진단서 | 조 슈워츠 |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12 


인간에게 먹는다는 것은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이자 그 자체로 하나의 큰 즐거움이다.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거기에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조건이 하나 더 추가됐다. 건강하게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 뿐만 아니라 산업 발달로 인한 환경 오염과 병충해 증가로 인한 농약 사용의 증가, 생산량 증가나 원가 절감을 위한 유전자 조작이나 인공식품첨가물의 사용 등 예전에 비해 복잡하고 다양해진 생산 경로로 예전에 비해 식품의 위험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어떤 식품이 특정 질병 예방에 좋다, 또다른 식품의 어떤 성분은 어디에 해롭다 등등 지금 이 순간에도 식품들에 관한 수많은 연구들이 행해지고 있고 또 온갖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연구 결과들을 듣고 있노라면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하나의 식품을 두고도 각각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들며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선만 하더라도 한쪽에서는 풍부한 불포화 지방산 함유를 들며 권유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바다 오염에 따른 오염물질의 축적 위험성을 경고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무얼 먹어야 하는 걸까?

캐나다의 화학자인 조 슈워츠는 이책 『식품 진단서』(바다출판사,2009)에서 식품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편견, 그에 따른 오해와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4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음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는 식품이 원래 갖고 있는 자연 성분의 역할에 대해, 2부 ‘식품 조작의 득과 실’에서는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식품 첨가물이나 유전자 조작 등 인간이 인위적으로 개입한 식품에 대해 기술해 놓았다. 3부 ‘음식물에 스며든 오염물질’에서는 또다른 논쟁점인 농약이나 항생제, 트랜스지방, 환경 호르몬 등 생산이나 가공 과정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다루고, 4부 ‘잘못된 속설 바로잡기’에서는 알쏭달쏭한 영양학적 속설에 대해 풀어놓았다.  

사과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건강 과일이다. 사과의 폴리페놀이나 토마토의 리코펜, 브로콜리의 글루코시놀레이트처럼 각 식품에는 다양한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다. 채소나 과일을 다양하게 섭취하기를 권장하는 것도 그것 때문이다. 뽀빠이의 힘을 샘솟게 하던 시금치의 철분은 체내 흡수율이 떨어져 부족한 철분을 보충하는 데는 적당하지 않다. 하지만 시금치에는 엽산이나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이나 스쿠랄로스는 천연감미료인 설탕보다 적은 양으로 훨씬 강력한 단맛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많이 저렴하다. 하지만 그것들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식품은 여러 가지 성분이 함께 존재하는 화합물이다. 건강에 좋은 성분도 있지만 동시에 그렇지 않은 성분이 함께 존재하기도 한다. 어떤 식품의 어떤 성분이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성분만 섭취하는 게 아니다. 더구나 우리는 여러 음식들을 함께 먹는다. 다양한 식품들의 성분들은 우리의 입 속으로 들어가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복잡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그런 까닭에 식품이 갖고 있는 어떤 특정 성분으로 그 식품 전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이런 까닭에 이책에서 저자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 ‘얼마나 균형있게 먹는가’에 무게를 둔다.

빽빽한 글자들이 400쪽 가까이 박힌 묵직하고 두툼한 책은 생각보다 빠른 속도도 읽힌다. 식품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그다지 지루하진 않다. 대중 강연으로 유명한 저자답게 정보를 전달하는 글 또한 유연하게 이어진다. 가끔 이름도 복잡한 화학명들을 거론하며 복잡한 화학 과정을 설명할 때는 다시 읽는 수고를 거듭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궁금한 것들에 대한 앎의 즐거움이 더 컸다. 천연식품은 물론 인공식품, 식품 오염물질 등 식품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을 설득력있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책은 평소 식품에 관심있는 대중들에게 매력적이다.

다만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인공첨가물이나 유전자 조작, 농약 사용 등에 대해서 허용치를 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저자의 화학자적 입장은, 개인적으로, 조금 불편했다. 물론 저자는 이제까지 행해진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철저히 데이터에 근거해 설명한다. 그리고 영양학적 면 뿐만 아니라 식품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제적인 면도 고려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자가 강조하는 '허용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전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불과 몇 년 사이에 평가가 뒤집히기도 하지 않는가. 게다가 인공첨가물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다. 저자의 말처럼 천연에서 나온 식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괜한 공포나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허용기준에 너무 의지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결국 이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좋은 식품도 무조건 나쁜 식품도 없다는 것이다. 하나의 식품은 수많은 성분들로 이루어져 있어 어떤 식품의 일부분만 보고 좋거나 나쁘다고 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특정 식품을 먹느냐 마느냐보다 전체적으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느냐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 까닭에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가급적 신선한 채소나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권장한다. 당연히 과식은 좋지 않다. 이것이 대부분의 연구 결과에서 말하고 있는 건강 식단의 기본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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