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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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앨버러 지음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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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과거의 지도에서 지워진 반쯤 잊힌 장소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들은 대체로 옛 모습의 그림자이거나 단순한 폐허로 나타난다. 그림자든 폐허든, 여전히 이 장소들은 사라진 문명과 사회를 상징한다. 이 장소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먼 훗날 이어질 발굴과 부활에 앞서 꼭 필요한 본질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수 세기 넘도록 무엇을 얼마나 많이 놓치고 있었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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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도시
▪️잊힌 땅
▪️사그라지는 곳
▪️위협받는 세계

📖고대 도시 이야기를 볼 수 있겠구나, 막연한 환상을 품고 펼친 책. 실제로 초등학생 때부터 관심사였던 히타이트의 수도 하투샤를 가장 먼저 찾았고 여전히 왜 멸망했는지에 대한 미지는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이미 사라진 장소들은 그저 옛날 이야기처럼 재밌게, 호기심을 일렁이며 봤다면 현재진행중인 사라져가는, 사라질 장소들이 등장할 땐 나름 심각해졌다. 자연 자체가 풍경을 바꿔놓을 수도 있지만 훼손되고 지워지는 이유를 좇다보면 결국 인간의 이기적인 태도가 한몫하는 곳이 더러있었기 때문이다. "달에서도 보인다는 그 유명한 건축물" 만리장성은 74.1퍼센트가 "보존 상태가 형편없"으며 그마저도 지방정부는 농지를 만들기 위해 일부를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아마존 다음으로 큰 콩고분지 열대우림은 삼림파괴속도가 걱정스러울 정도다. 벌목으로 인해 2100년에는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이곳엔 "1만 종이 넘는 식물과 400종이 넘는 포유류와 최소 1000종의 조류"를 품고 있는 곳인데. 생활 용수와 농업 용수를 대기 위해 이스라엘과 요르단, 시리아는 "요르단강 상류와 야르무크강의 물길을" 바꾸어 사해는 물의 유립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단다. 이미 반토막이 난 상태다.

지도와 도판을 따라 저자의 안내를 받다보면 얼핏 여행하는 기분이 나기도 한다. 친절한 말투와 역사적 맥락과 주변 환경에 대해 쉽게 풀어 설명해주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더불어 가파르게 변화하는 장소들의 이야기는 현장의 한복판에 서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앞서 저자의 말도 그렇다. "이 책이 추구하는 이상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존재의 변덕스러움을 일개우는 한편,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소중한 것들을 얼마나 긴급히 보존해야 하는지 경고하는 것이다." 라고.

누군가에겐 기록으로 보여질 자료이겠고 누군가에겐 소중한 추억이 깃든 곳일 수도 있겠고 또 누군가에겐 지키고 싶은 곳이겠지만, 개인적으론 이왕이면 어떤 연고가 없더라도 지도에서 오래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무래도 이런식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그건 아닌 거 같아서 말이지..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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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장소들의지도
#하니포터_사라져가는장소들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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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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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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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강하게 태어났지만 악하지 못했다. 강하다는 것은 악하다는 것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다. 악했다면 너는 네 아비를 찔렀겠지만, 너는 강했기에 버텨서 살아남았다. 세상을 일부러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모든 상황을 타협하려 하지 않았다. 가끔은 그게 미칠 듯이 억울했지만, 그래서 '차라리 네가 악했다면'이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했지만 나는 네가 악하지 않아서 좋았다. 너는 정말이지 강해서, 멋있었다.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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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에 가속도를 붙인 지구에서 일어날 수 유한한 이야기 속에서 팬데믹을 통과하며 천선란이 내놓은 열 편의 소설집. SF와 호러, 아니 스릴러라거나 미스터리? 지독한 리얼리즘까지 숨어있는 그 사이 어디쯤. 혹은 어디라도 상관없었을 다른 듯 닮은 듯한 이야기들. 그래서일까, 늑대인간, 인간이 만든 인공화합물을 먹어치우는 외계생물체 '바키타', 해리성 인격장애, 좀비, 인공지능, 이름없는 영혼 등. 공통분모라곤 없을 거 같은 소재들이 결국엔 '노랜드'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읽히기도 했다.

사라져가는 것들 앞에서, 떠나보내야만 했던 이들을 바라보며 기억하기 위해, 존재하고 싶어서, 또는 그립기 때문에 그 힘으로 버티는 존재들 모두 애틋하고 애잔하고. 결국 "살아가자는" 말이었다는 작가의 말 첫줄마저도 전부- 하지만 그안에 내포된 살다'들'이 얼마나 많던가... 살아내고 살아야만 하고 살아지더라는- 저마다 다른 삶의 모양은 희망따윈 생각지도 않게 만들면서 뭐 이렇게 눈물나게 좋은건지.

"여전히, 하지만 사랑하고 싶어 소설을 읽고, 삶을 알 고 싶어 소설을 읽듯 가끔은 더 지치고 싶어 소설을 읽는" 마음에도 닿을 수 있어 작가와의 첫만남이 매우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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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한없는 다정함과 친절함은 가라앉은 슬픔 위헤 떠 있는 돛배와 같아서 그 안에 타 있는 이가 이 사실을 잊지 말아야 침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주려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묵직한 슬픔은 파도를 만들지 못하는 잔잔하고 싶은 저수지 같았다. P284

🔖사랑해 마지않던 사람들은 연이어 떠나보내게 되면 마음은 주는 것이 아니라 보관해두는 것, 기댄다는 건 그것이 사라졌을 때 넘어진다는 것, 함께한다는 건 섞일 수 없는 물체가 잠시 머물다 갈 뿐이라는 것. 그렇게 생각했다. 떠난다는 건 붙잡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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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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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하니포터3기_노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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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 개정판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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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크리스티 / #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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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조각들이 도마뱀들처럼 튀어나와서 말했다. "나 여기 있어. 넌 나를 알아. 아주 잘 알다마다. 모르는 척하지 마." 그리고 그녀는 그들을 알았다. 그래서 지긋지긋한 것이었다. 조앤은 그들 하나하나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를 보며 씩 웃는, 그녀를 비웃는. 모두 진시릐 편린들이었다. 조앤이 이곳에 도착하자 그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앤이 해야 할 일은 그 조각들을 맞추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삶 전체...... 조앤 스쿠다모어의 진짜 이야기......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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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의 병간호를 마치고 바그다드에서 런던으로 돌아가기 위해 육로를 이용하는 조앤 스쿠다모어. 그녀는 우연히 마주친 친구에 비해 활기차고 완전한다고 느낀다. 평화로운 가정,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랑하는 남편 덕분에 안정적인 수입과 건강하고 행실이 발랐던 삼남매까지. 직업이나 그 비슷한 것을 갖고 싶었던 적도 없이 아내로써, 엄마로써 그 역할에 충실히 하는 삶에 만족했다. 어디 그뿐인가, 원예가협회에서 총무 일을 맡고 지역 병원의 이사이고, 지역 단체와 걸스카우트를 도우면서 정치에는 관심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집안일 손님 접대와 정원일, 독서까지 바쁜 일과를 보낸다. 그런 그녀가 예기치않은 날씨에 발이 묶여 사방이 온통 금빛 모래가 펼쳐지는 숙소에 머무르게 된다.

하루, 이틀... 상쾌한 공기와 산책하며 가지고 있던 책을 읽어가며 그럭저럭 지내던 조앤에게 불현듯 떠오르는 말. 우연이 마주쳤던 블란치가 건넨 그 말은 완벽한 삶을 꾸렸다고 자부했던 조앤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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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이 마주하게 된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애써 외면하고 회피했던 진실의 조각이 맞춰질수록 그녀의 삶이 도리어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신기루 같은 삶을 현실이라 믿고 사는 조앤. 그러나 그것은 그 누구도 강요하거나 요구한 것이 아닌 스스로가 만들어낸 자신만의 세계였다. 그녀가 견고하게 쌓았던 자신의 삶이 조금씩 무너지자 서서히 보이는 진실 앞에서 깨달음과 뉘우침을 반복하고 집에 돌아가면 남편 로드니에게 '미안함'을 전할 것이라 다짐한다. 조앤은 과연 신기루에서 빠져나올 것인가, 다시 안주하게 될 것인가.

자기 내면을 대면하는 일과 변화의 필요성을 마주했을 때 내려지는 결정을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쎄게 받은 결말이었다. 안락하고 안전한 내가 만든 세계에 안주하느냐, 자아성찰로 과거의 나를 벗고 두려움을 견디고 변화된 삶을 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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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트 이름 앞에는 항상 '추리소설의 여왕'이 있다. 믿음직한 명탐정 포와로를 탄생시킨 추리소설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녀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란 필명으로 1944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심리묘사와 거기에 얹어진 묘한 긴장감은 닮은 부분이 많다. 끊지 못하고 한달음에 호흡하게 만드는 흐름이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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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완벽하게 만족하는 소설이자,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다. 나는 이 소설을 수년 동안 구상했지만 삼일 만에 완성했고, 단어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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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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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나는없었다
#심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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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의 고고학 1980 - 욕망의 장소 한국 팝의 고고학
신현준.최지선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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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의 고고학 : 1980 욕망의 장소』
신현준, 최지선 지음 /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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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팝의 연대기이자 고고학 시리즈 중 한권.

▪️1960 탄생과 혁명
▪️1970 절정과 분화
▪️1980 욕망의 장소
▪️1990 상상과 우상

내가 선택한 1980년대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장소'가 키워드다.

🔖그 각도는 장소였다. 복잡다단한 과정을 거쳐 이 책의 각 장은 여의도, 영동, 정동, 광화문, 신촌, 대학로, '강북', '강남', 방배동, 이태원이라는 열개의 장소를 키워드로 삼았다. 그렇지만 이런 각도는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리저리 장소를 이동해 다니는 것이 현대 도시의 삶이고, 음악이야말로 시공의 제약 없이 흘러 다니는 예술인데 왜 음악을 장소에 고착시키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내가 그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질문은 '음악이 아무런 경계와 제약 없이 여러 공간을 흘러다님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종종 (유동적인) 음악과 (고정적인) 장소를 연관시킬까'라는 것이다. -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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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의 시리즈 중 1980년대를 선택한 것은 꽤나 단순하다. 80년대생이기도 하고 그러므로 80년대의 음악을 기억할리 만무할테니까. 흥얼거림이 가능한 대중음악은 90년대 후반부터다. 그나마 친숙한 이름들과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90년대였을 테지만 그럼에도 내가 듣고 따라 부르던 시대의 바로 직전에서 어떤 흐름을 타고 넘어왔는지가 궁금했다. 80년대의 한국은 민주화운동으로 격동의 시기이지 않았나. 기억하기론 90년대 등장한 아이돌의 외모나 가사에도 여전히 제제가 가해지기도 했었다. 하물며 80년대에는 어땠을까, 싶고. 또한 리커버, 리메이크 등으로 귀에 꽃히던 음악을 좇다보면 항상 한참 시간을 거슬러 올라야 했으니까 일렁이는 호기심에는 80년대 처방이 딱이었다.

기차역에서 우연히 들은 조용필의 「바운스」 , 「걷고 싶다」에 심장이 떨리고 한영애의 「조율」을 듣고 가사처럼 되길 소망한 적이 있었으며 산울림의 노래는 그야말로 내안에서 울리는 음악 그자체였다. 또 조덕배, 이문세 그리고 대학가요제를 좋아하고 조동진과 조동익, 장필순의 이야기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물론 이 책에서는 내가 듣고 좋아하는 이름들보다 생경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며 재밌게도 장소와 연관지어 산발적이라기보단 하나의 그룹처럼 묶여있어 이해하는데 도움이 크게 되었다. 그렇다고 '작품+가수=장소'처럼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유연하게 80년대를 넘나든다. 가까이 보면 각 장소에 얽힌 음악의 이야기를 촘촘히 볼 수 있고 멀찍이 넓게 본다면 80년대의 대중음악을 관통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장의 말미에는 인터뷰가 실렸는데 이 책에 생생한 기운을 불어넣는 듯하다. 정보와 설명 그 이상의 진짜 목소리가 담긴 느낌이랄까, 당시의 기억과 이야기는 추억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도 여기 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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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도 자꾸 90년대에 미련을 못버리는 나... 유희열,이적 인터뷰에 에쵸티vs젝키, 신승훈vs김건모 이 라인업만 봐도 팝콘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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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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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팝의고고학1980 #욕망의장소
#한국팝의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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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
고봉준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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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
고봉준 외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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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혁명이 되지 않는 현실과 시와 자기 자신에 맞서서 끝까지 혁명의 가능성과 희망을 밀어붙였던 김수영, 그가 지금도 뜨겁게 읽히는 것은 그 오랜 희망이 아직 다 잠든 것은 아니라는 뜻일까. p161_김명인, 「시와 삶과 세계의 영구 혁명을 추구한 시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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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교과서 속의 김수영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의 시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르면서 덜컥 민음사의 '디 에센셜 : 김수영'을 사버렸다. 언젠간 읽겠지,라는 나의 오만한 뜻이 있었으나 혹시 이 책을 읽으면 시간도 거리도 좁혀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이 책은 2021년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한겨레에서 기획, 연재되었던 평론 26편을 담았다. 그의 순탄치만은 않던 삶과 작품을 토대로 쓰여진 글들은 육필원고등 참고 자료를 포함해 읽기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었으나 인용되는 시구는 여전히 어렵게 다가왔다. 하지만 어느 한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한권에 다양한 주제로 김수영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친철한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ㅡ

▪️1부 탄생과 일제 강점기
-가족/유교/일본,일본어/만주 이주
▪️2부 한국전쟁기
-한국전쟁/설움/박인환/기계/하이데거
▪️3부 구수동 거주 시기
-마포 구수동 시절/전통/엔카운터/꽃자유
▪️4부 4.19혁명 이후
-혁명/적/여편네/돈/비속어/번역
▪️5부 시대를 비추는 거울
-여혐/니체/온몸/죽음사랑/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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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저항,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어조의 김수영이 제일 먼저 내가 닿을 수 있는 지점이었다. 특히 욕이 난무(?)할 때는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시에게 기대하는 정서에 이런 쌍욕은 해당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수영의 시에서는 대거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호기심이 일었던 나는 김진해 교수의 「시임에도 욕설은 쓴 게 아니라, 시라서 욕설을 썼다」편을 가장 먼저 펼쳐보기도 했다. "그가 택한 "독자적인 방법"중 하나는 시인의 입안에 습관처럼 맴도는 말을 눈치 보거나 머무서리지 않고 내뱉는 것이다. 그는 '시에서 욕을 하는 것이 정말 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안다.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없는 것들을 굳이 시에 초대함으로써 더 이상 시를 '아름다움'의 졸개로 만들지 않을 뿐이다. 그는 시의 범위를 확장한 게 아니다. 시의 정의를 다시 내리고 있는 것이다."p193 내가 명명할 수 있다면 그저 '김수영은 김수영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그럼에도 자주 가족은, 가족에 대한 시로써보다 인간 김수영을 비춰보는 거울같이 느껴졌다. 그래서인가, 사뭇 다른 분위기의 시 중 「나의 가족」을 유독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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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위대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
유순한 가족들이 모여서
죄 없는 말을 주고받는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방 안에서
나의 위대의 소재(所在)를 생각하고 더듬어 보고 짚어 보지 않았으면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라뫄 물결ㅡ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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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읽어도 좋지만 먼저 보고 싶은 키워드를 선택해 펼쳐도 좋을 책이다. 어느 편을 읽든 결국엔 '김수영'을 알고, 이해하는 한곳으로 집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아무래도 두 번 읽으면 더 좋을 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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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문학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다양하다. 김수영의 문학 자체가 현실과 현재에 개입하는 여러 개의 문이며 거대한 문이기도 하다. 시대와 사회를 넘어, 차갑게 경직된 현대의 수많은 개인들 사이로 활짝 열린 이 개방성이야말로 우리가 김수영을 통해 누리는 최대의 축복일지도 모른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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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출판사 서포터즈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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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든무수한반동이좋다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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