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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
고봉준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5월
평점 :
『이 모든 무수한 반동이 좋다』
-26가지 키워드로 다시 읽는 김수영
고봉준 외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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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혁명이 되지 않는 현실과 시와 자기 자신에 맞서서 끝까지 혁명의 가능성과 희망을 밀어붙였던 김수영, 그가 지금도 뜨겁게 읽히는 것은 그 오랜 희망이 아직 다 잠든 것은 아니라는 뜻일까. p161_김명인, 「시와 삶과 세계의 영구 혁명을 추구한 시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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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교과서 속의 김수영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의 시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르면서 덜컥 민음사의 '디 에센셜 : 김수영'을 사버렸다. 언젠간 읽겠지,라는 나의 오만한 뜻이 있었으나 혹시 이 책을 읽으면 시간도 거리도 좁혀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이 책은 2021년 김수영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한겨레에서 기획, 연재되었던 평론 26편을 담았다. 그의 순탄치만은 않던 삶과 작품을 토대로 쓰여진 글들은 육필원고등 참고 자료를 포함해 읽기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었으나 인용되는 시구는 여전히 어렵게 다가왔다. 하지만 어느 한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한권에 다양한 주제로 김수영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친철한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ㅡ
▪️1부 탄생과 일제 강점기
-가족/유교/일본,일본어/만주 이주
▪️2부 한국전쟁기
-한국전쟁/설움/박인환/기계/하이데거
▪️3부 구수동 거주 시기
-마포 구수동 시절/전통/엔카운터/꽃자유
▪️4부 4.19혁명 이후
-혁명/적/여편네/돈/비속어/번역
▪️5부 시대를 비추는 거울
-여혐/니체/온몸/죽음사랑/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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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저항,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어조의 김수영이 제일 먼저 내가 닿을 수 있는 지점이었다. 특히 욕이 난무(?)할 때는 적잖이 당황스럽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시에게 기대하는 정서에 이런 쌍욕은 해당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수영의 시에서는 대거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호기심이 일었던 나는 김진해 교수의 「시임에도 욕설은 쓴 게 아니라, 시라서 욕설을 썼다」편을 가장 먼저 펼쳐보기도 했다. "그가 택한 "독자적인 방법"중 하나는 시인의 입안에 습관처럼 맴도는 말을 눈치 보거나 머무서리지 않고 내뱉는 것이다. 그는 '시에서 욕을 하는 것이 정말 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안다.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없는 것들을 굳이 시에 초대함으로써 더 이상 시를 '아름다움'의 졸개로 만들지 않을 뿐이다. 그는 시의 범위를 확장한 게 아니다. 시의 정의를 다시 내리고 있는 것이다."p193 내가 명명할 수 있다면 그저 '김수영은 김수영이다'라고 말할 수밖에. 그럼에도 자주 가족은, 가족에 대한 시로써보다 인간 김수영을 비춰보는 거울같이 느껴졌다. 그래서인가, 사뭇 다른 분위기의 시 중 「나의 가족」을 유독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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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위대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
유순한 가족들이 모여서
죄 없는 말을 주고받는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방 안에서
나의 위대의 소재(所在)를 생각하고 더듬어 보고 짚어 보지 않았으면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라뫄 물결ㅡ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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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읽어도 좋지만 먼저 보고 싶은 키워드를 선택해 펼쳐도 좋을 책이다. 어느 편을 읽든 결국엔 '김수영'을 알고, 이해하는 한곳으로 집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아무래도 두 번 읽으면 더 좋을 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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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문학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다양하다. 김수영의 문학 자체가 현실과 현재에 개입하는 여러 개의 문이며 거대한 문이기도 하다. 시대와 사회를 넘어, 차갑게 경직된 현대의 수많은 개인들 사이로 활짝 열린 이 개방성이야말로 우리가 김수영을 통해 누리는 최대의 축복일지도 모른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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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출판사 서포터즈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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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든무수한반동이좋다
#김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