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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 개정판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22년 6월
평점 :
『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크리스티 / #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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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조각들이 도마뱀들처럼 튀어나와서 말했다. "나 여기 있어. 넌 나를 알아. 아주 잘 알다마다. 모르는 척하지 마." 그리고 그녀는 그들을 알았다. 그래서 지긋지긋한 것이었다. 조앤은 그들 하나하나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를 보며 씩 웃는, 그녀를 비웃는. 모두 진시릐 편린들이었다. 조앤이 이곳에 도착하자 그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앤이 해야 할 일은 그 조각들을 맞추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삶 전체...... 조앤 스쿠다모어의 진짜 이야기......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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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의 병간호를 마치고 바그다드에서 런던으로 돌아가기 위해 육로를 이용하는 조앤 스쿠다모어. 그녀는 우연히 마주친 친구에 비해 활기차고 완전한다고 느낀다. 평화로운 가정,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사랑하는 남편 덕분에 안정적인 수입과 건강하고 행실이 발랐던 삼남매까지. 직업이나 그 비슷한 것을 갖고 싶었던 적도 없이 아내로써, 엄마로써 그 역할에 충실히 하는 삶에 만족했다. 어디 그뿐인가, 원예가협회에서 총무 일을 맡고 지역 병원의 이사이고, 지역 단체와 걸스카우트를 도우면서 정치에는 관심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집안일 손님 접대와 정원일, 독서까지 바쁜 일과를 보낸다. 그런 그녀가 예기치않은 날씨에 발이 묶여 사방이 온통 금빛 모래가 펼쳐지는 숙소에 머무르게 된다.
하루, 이틀... 상쾌한 공기와 산책하며 가지고 있던 책을 읽어가며 그럭저럭 지내던 조앤에게 불현듯 떠오르는 말. 우연이 마주쳤던 블란치가 건넨 그 말은 완벽한 삶을 꾸렸다고 자부했던 조앤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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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앤이 마주하게 된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애써 외면하고 회피했던 진실의 조각이 맞춰질수록 그녀의 삶이 도리어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신기루 같은 삶을 현실이라 믿고 사는 조앤. 그러나 그것은 그 누구도 강요하거나 요구한 것이 아닌 스스로가 만들어낸 자신만의 세계였다. 그녀가 견고하게 쌓았던 자신의 삶이 조금씩 무너지자 서서히 보이는 진실 앞에서 깨달음과 뉘우침을 반복하고 집에 돌아가면 남편 로드니에게 '미안함'을 전할 것이라 다짐한다. 조앤은 과연 신기루에서 빠져나올 것인가, 다시 안주하게 될 것인가.
자기 내면을 대면하는 일과 변화의 필요성을 마주했을 때 내려지는 결정을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쎄게 받은 결말이었다. 안락하고 안전한 내가 만든 세계에 안주하느냐, 자아성찰로 과거의 나를 벗고 두려움을 견디고 변화된 삶을 살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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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트 이름 앞에는 항상 '추리소설의 여왕'이 있다. 믿음직한 명탐정 포와로를 탄생시킨 추리소설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녀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란 필명으로 1944년에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심리묘사와 거기에 얹어진 묘한 긴장감은 닮은 부분이 많다. 끊지 못하고 한달음에 호흡하게 만드는 흐름이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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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완벽하게 만족하는 소설이자,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다. 나는 이 소설을 수년 동안 구상했지만 삼일 만에 완성했고, 단어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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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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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나는없었다
#심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