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예술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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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예술』
#윤혜정 /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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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특히 예술가라는 인류는 우리가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거나 알고 싶지 않거나 몰라도 되는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발휘하기 위해 두 발 끝으로 삶과 감정의 가장자리에 서길 자처한 이들이다. 고단함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한 이 일을 온몸으로, 온 마음으로 기꺼이 실천한 이들, 그리고자 산 게 아니라 살고자 하여 그려야하만 하는 이들을 두고 우리는 '천생 예술가'라 부른다.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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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언저리에서 서성거리는 내게 윤혜정의 글은 초대장같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이 그랬고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다른점이라면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이 저자의 눈과 입과 사유를 통해 건네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이자 쌍방향으로 오가는 대화의 형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바로 저자 내면의 내밀한 이야기로 향하는데 그 밀도와 공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아마 그녀의 이야기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내 모습이 비쳐 작은 공감대가 일렁이기도 했고 프롤로그에서 말한 한 문장이 읽는 내내 유독 오버랩 되면서 시선을 따라와서일지도 모르겠다. "설사 아무리 별것 없이 엉성해 보여도, 모든 미술 작품은 만든 이의 철학, 사유, 경험, 존재 이유 등 삶의 뼈대가 응축되고 세계의 질서가 추상화된 결정체입니다. 유명하거나 그렇지 않은 작가, 더 알려지거나 덜 알려진 작품은 있을지언정 이유 없는 작품은 없습니다." 나는 이 말이 꼭 이렇게도 들린다. "설사 아무리 별것 없이 엉성해 보여도 모든 삶은 사는 이의 철학, 사유, 경험, 존재 이유 등 삶의 뼈대가 응축되고 세계의 질서가 추상화된 결정체입니다. 유명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 더 알려지거나 덜 알려진 사람은 있을지언정 이유 없는 삶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더더욱 와닿아서 좋았고 또 하나의 예술이었다:)

『인생, 예술』은 28명의 예술가와 28점의 작품을 선별하여 예술 감수성을 꽉 채운 예술 에세이인 만큼 낯설고 반가운 이름들이 등장한다. 그중 절반정도는 한국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생경한 이름들이 적지 않았다. 또 장 미셸 오토니엘처럼 현재 한국에서 전시중이라는 정보를 얻기도 했으며 외국 작가들이 한국에서 전시했던 이력을 보며 몰랐다면 끝끝내 아쉬웠을 법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어쩌면 이 이름들을 다시 한국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기도 했고. 그래서 이 책속에서 만난 이름들을 하나하나 머리와 가슴속에 소중히 각인시켰다. 내게 이런 작업은 크건 작건 일상의 두근거리는 전복이다. 여전히 낯설고 드문드문한 발걸음을 미술관으로 옮기겠끔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예술 신념이나 성실한 작업의 결과물을 어떤 장치(책이나 기사가 아닌)도 없이 온몸으로 감각하는 관람객이 되고 싶다고, 『인생, 예술』을 읽고 더욱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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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직접 겪어 내는 것만큼 '살아 있는 우주를 기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고, 그래서 더없이 잔인하다. p150

🔖한 인생이, 한 의식이 세상을 보는 시선에는 역사, 선입견, 스타일 등 모든 것이 담기기에 회화는 한낱 캔버스가 아닌 작품이 된다. 그래서 회화는 영원하다. p188

🔖시대를 불문하고, 어떤 사람이 '재능 있다'는 것은 '끝까지 순수하게 성실하다'는 것과 동의어임을, 나는 유영국이 온 생을 바쳐 증명한 그림을 보며 다시금 깨닫는다. p224

🔖삶이란 높은 탑을 쌓는 게 아니라 미완성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특정세대가 아니라 바로 나로 구성된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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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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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예술
#예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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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프랜 리보위츠
프랜 리보위츠 지음, 우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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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프랜 리보위츠』
#프랜리보위츠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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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만드신 아이라고 모두 아름답진 않다. 어디 내보일 만한 신의 아이는 정말 몇 명 없다. 외모와 관련하여 가장 흔히들 하는 실수는 겉모습에 집착하지 말고 영혼의 진정한 아르마움을 밖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믿음이다. 만약 당신의 몸에 이런 게 가능한 부위가 있다면, 그건 매력 발산이 아니라 그냥 새는 구멍이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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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3가지를 고백하자면, 이분과는 1.초면이라는 것. 그리고 2.'그녀'가 아닌 '그'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버젓이 표지에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있는데?) 3.초장부터 촌철살인, 팩트폭력을 날릴 것을 전혀 예상 못했다는 점이다. 그녀를 지칭하는 말은 실로 다양하다. "여성, 레즈비언, 유대인, 뉴요커, 비평가, 에세이스트" 이력까지 따지자면 장르불문이다. "대학생 과제 대필, 청소부, 개인 기사, 택시 운전사, 포르노 작가, 칼럼니스트 등"

앤디 워홀이 창간한 잡지에 발표한 글을 묶어 펴내어 유명해졌고 그후에 쓴 글들을 모아 베스트셀러에 올렸다. 아마 그녀가 살아온 인생을 토대에 그녀만의 전매특허인 거침없는 촌철살인 유머를 더한 성과이지 않을까. 평범한 에세이같았지만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띠로리...할 때가 자주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사고의 영역을 달리 바라보면 아하!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

▪️만약 세상에 정말로 음식이 없다면 "나 지금 끊어야 되거든? 조만간 저녁이나 한번 먹자"라는 말로 특정 부류와의 통화를 끝맺기란 족히 불가능에 가까워질 것이다. p166

▪️현실화라는 단어는 없다. 내면화라는 단어도 없다. 이 영역에서 화로 끝나는 단어가 적절한 경우는 변화뿐이다. p205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생각하기 전에 읽어라. 혼자 지어내지 않은 것을 생각해볼 기회가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현명한 행동이지만, 짜증스러운 결론을 내릴 위험이 가장 큰 나이인 열입곱 살이라면 특히 그렇다.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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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에세이의 탈을 쓴 자기개발서? 아니면 독설로 매운맛을 선사하는 에세이? 사실 이 글들은 1970~1980년대에 출간된 거란다. 옮긴이의 말까지 보고서야 알았다. 이것이 앞에서 했던 고백 중 마지막 고백이다. (서문을 읽고도 이렇다니🤦‍♀️) 옮긴이의 말따라 "시기적 이질감과 단어, 말투" 또는 "시대적 변화"에 대한 걱정이 있을 수도 있는데 프랜 리보위츠는 오히려 보란듯이 말한다. 그녀의 성정이 어떤지 단번에 알아차릴만한데, 눈치보지 않고 언제나 자신다움을 유지하는 것, 그래서 글과 행동이 일맥상통한다.

🔖여기 담긴 글들을 원래 쓰인 당시, 그리고 지금 또다시 의도한 대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고. 바로 예술사로서. 하지만 조금은 다른 예술사다. 현대적이고, 시의적절하며,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상황을 충실히 반영한 현재진행형인 예술사.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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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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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랜리보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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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주성철 지음 / 씨네21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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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 영화를 다시 볼 수밖에 없다
#주성철 / #씨네21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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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미완성인 영화의 틈새를 찾아 그 영화를 함께 완성했으면 좋겠다. 영화평론가와 관객은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영화의 최종 스태프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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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전시실 감독관
▪️제2전시실 배우관
▪️제3전시실 장르관
▪️제4전시실 단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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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주성철의 첫 번째 영화평론집이다. 일단 내게 '평론'은 기피하고 싶은 영역이었다. 굳이 재밌게 본 영화를 분석하고 재단하고 또 논하면서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단어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달리 평론도 이야기의 연장선으로 참 쉽고 재밌구나, 느낀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1~4전시실 테마로 나누어 감독과 배우, '홍콩 누아르'부터 인권영화까지 종횡무진 넘나든다. 말미에는 현재 한국감독의 양대산맥인 박찬욱과 봉준호의 단편영화관으로 마무리한다.

전문용어가 남발하는 평론집이 아니라 마치 영화광들이 모여 수다떠는 한 장면처럼 보여진다. 이미 보았던 영화는 그때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르고 덕분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장면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들고 n차관람의 열망이 솟는다. 한편 책이 책을 부르는 것처럼 이 책속에 등장하는 영화들도 새끼치듯 영화를 부른다. 특히 나는 홍콩영화는 추억의 일부로 소중하게 남아있는데 유독 일본영화나 소설의 감성은 흡수하지 못한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한번 시도라도 해볼셈이다. 한국영화는 늘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볼때마다 새롭고 재밌는 건 왜인지:)

그렇다고 검색만 하면 다 알 수 있는 영화정보나 스토리나 줄줄이 나열했다면 그저그런 식상한 이야기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분명 아는 영화임에도 안팎으로 살뜰히 다시 보이게 하고, 모르는 영화 역시 촘촘한 밀도로 이끌리게 하는 마법을 부리는 건 "무려 22년째 오로지 영화를 이야기해온 사람"의 내공이 증명해주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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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진부한 표현이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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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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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포터4기_그영화의뒷모습이좋다
#그영화의뒷모습이좋다
#하니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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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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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마텔 101통의 문학편지』
#얀마텔 / #작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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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제가 좋아하지 않는 책을 수상님께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한 가지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책까지 폭넓게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폭넓게 읽어야 독학자가 흔히 빠지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독학자는 자신의 한계에 맞는 책들을 주로 선택해서 그 한계를 굳혀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령에 따라 학교를 옮겨가며 받는 체계적인 학습이 이점이라면, 수세기 동안 구축된 사고 체계에 비교해서 자신의 지적 능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새로운 생각들을 겁먹지 않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는 좋아하는 책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좋아하지 않은 책을 통해서도 배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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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문학 작품을 전혀 읽지 않았다면, 그의 마음속에는 대체 무엇이 있겠는가?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력을 어디에서 얻었겠는가? 인간다운 감성을 어떻게 구축했겠는가? 무엇은 근거로 상상하고, 그 상상의 색깔과 무늬는 무엇이겠는가?"

독자에게 묻고 있지만 사실 명쾌한 해답을 행동으로 옮긴 것은 얀 마텔이다. 그는 캐나다 총리 스티븐 하퍼에게 2007년 4울 16일부터 2011년 2월 28일까지 101통의 문학편지를 보낸다. 보좌관들이 대리 작성하는 형식적인 답장을 겨우 7통 받았지만 그는 "어김없이 격주"로 꼬박꼬박 책과 함께 편지를 발송한다. 사실 상대방이 보이는 이 정도의 성의(?)라면 그만둘 법도 한데 얀 마텔의 집념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집념은 단순한 오기가 아니라 진심인 게 느껴지고. 캐나다 전 총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책이 책을 부른다고, 얀 마텔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생경한 작품에서의 이끌림은 물론이고 이미 읽은 작품이더라도 다시 보인다. 이 작품은 어떤 시각으로 보면 좋을지, 또는 독서행위를 넘어 소설, 희곡, 시집, 종교서, 그래픽 노블, 아동서 등 장르를 넘나드는 통찰력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삶의 지혜 같은 것들도 넙죽 받아 먹고; 총리님 덕분에 숟가락 거저 얹는 느낌!

서간체라 수월하게 읽히고 세계문학에 대해 혹은 낯선 작품들을 다채롭게 조우하고 싶다면 이 책을 단연 권하고 싶다. 목차만 보더라도 101통의 편지에 101권의 책이 등장할 거 같지만 실제로 이 책속에서 만나는 제목들은 어마어마하다. 특히 캐나다 독자들이 총리에게 추천하는 목록까지 더하면 책속에 책이 그득그득 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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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세계에서의 안락과 과도한 친숙함은 안정이 아니라 정체의 징후입니다. 따라서 끊임없는 사색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생각하는 행위에서만 잉태되기 때문입니다.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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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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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마텔101통의문학편지
#문학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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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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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이민진 /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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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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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시대의 증인이 되기도 한다. 선자의 삶처럼. 기록에 의지한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생의 전반에 각인된 지독한 기억으로 더 생생해질 수 있다. 오히려 더 진실같기도 하다. 등장하는 인물마다 시대를 대변하는,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그렇게 느꼈다.

1권은 1910년부터 1962년을 다룬다. 젊은 선자가 나오고 고단하고, 또 고단한 일상이 그려진다. 그야말로 지상의 모습만 하고 있을 뿐이지 지옥이나 다름없다. 일제강점기가 아닌가, 가난한 이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그 시대에서 여성임에도 돋보이는 선자의 우직함은 감탄할 정도였지만 한편으론 미련스러웠달까. 아직 1권만 읽은 터라 이렇게 말하지만 그 성정으로 2권에서의 선자의 삶은 또 어떻게 흘렀을지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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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에 걸친 조선인 가족의 이야기. 작가가 무려 30여년동안 공을 들인 작품이다. 애플tv에서도 제작되었으며 꽤나 화제였다. 원체 드라마는 보지 않는 터라 소설만 읽고 말아야지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그전에 2권을 기다리고ㅠㅠ 이거 왜 따로 나오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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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씨는 여자들이 우는 걸 보기가 싫었다. 할머니와 어머니, 아내와 딸들. 모두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조 씨는 여자들이 너무 많이 운다고 생각했다. p143

🔖"애국심은 그저 이념이야.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넌 조선을 바로잡을 수 없어. 너 같은 사람들이나 나 같은 사람이 백 명이 있어도 조선을 바로잡을 수 없어."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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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출판사와 번역가가 다른데 둘 다 읽으신 분들은 어떻게 보셨나요? (제일 궁금) 드라마와도 차이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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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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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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