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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평점 :
《나의 복숭아》
▪️꺼내놓는 비밀들
#글항아리 @bookpot
✔북클럽문학동네 가제본 이벤트로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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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모르는 사람 _김신회 🌟
🔖아니, 어쩌면 지난날 내가 사랑이라 착각하고 무수히 해왔던 실패들이 모두 진짜 사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모르면서도 사랑을 주고 또 받고 싶어했던 나는 사랑을 모른 채 사랑을 해온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그런 사람도 있다. 모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 잘 알지 못하면서 푹 빠져버리는 사람. 따지고 보면 원래 나는 그런 사람 아니던가.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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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레-미-미-미 _남궁인
🔖노래란 그야말로 사회적 행동임을 깨닫는다. 지금 입을 열면 진성은 용이 반으로 갈라지는 소리, 가성은 초음파, 두성은 용광로에서 쇳조각이 박살나는 소리가 난다. 내 DNA에서 노래라는 것 자체를 소멸시켜야 함이 마땅하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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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만 싫다 _임진아
🔖인간은 책 속에 사는 캐릭터가 아니다. 방금 내뱉은 말과 전혀 다른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내가 잇다. 그를 굳이 세울 필요도 없고, 어깨를 잡고 이쪽으로 데려올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가장 나일 때의 순간이 언제인지, 또 어떤 순간에 괴로움을 느끼는지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된다.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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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해영역 7등급 _이두루🌟
🔖말이라는 추상은 기술과 자본 없이도 무한하기 짝이 없다. 무형의 무한을 존재 가능하도록 만드는 언어라는 도구는 단말기도 충전기도 필요 없는 필승의 오락이다.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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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이야기 _최지은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진리는 새우깡에도 적용된다. (단, 홈플러스 pB상품 '왕새우'의 강렬한 감칠맛은 생태계를 교란할 만하다.)
-감자 과자의 맛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지만 무엇이든 오리지널을 능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단, 프링글스 샤워크림&어니언은 예외다)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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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사랑하기로 한다_서한나
🔖심장이 멎는 건 두렵지 않은데 술과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될까봐 두렵다. 내 몸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던 근육이 어느 날'내가 네 안에 살았던 건 꿈이었다' 말하고 사라질까 두렵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기운이 최대한 여러 가지였으면 좋겠다. 두려움 말고도, 술기운 말고도.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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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닮아가는 중 _이소영
🔖 오래전 "사람은 각자 일정량의 세밀함을 가지고 있는데, 소영씨는 그 세밀함을 식물 세밀화 그리는 데 다 써서 평소에는 없는 거 아니에요?" 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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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 _김사월🌟
🔖"나도 내가 별로인 인간인 거 알아." 참 공허한 그 말과 생각조차 멋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나니 자신을 싫어하는 내 모습이 싫어서 부정의 부정을 거듭하며 뒷걸음질치다 엉겁결에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어이없는 트위터 농담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여기 있다.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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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눈이 부셔서 _ 금정연🌟
🔖나의 복숭아는 날씨와 야구와 밤과 (체념에 가까운) 자신감과 책이지만, 동시에 날씨와 야구와 밤과 자신감과 책에 대한 나의 기억이라고. 그것은 내가 가진 얼마 안 되는 빛나는 것이지만 그 때문에 나는 종종 공을 놓치기도 한다고.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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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점이자 복덩이, 각자의 '복숭아'에 대한 이야기"
신기하게도 한 챕터에 하나씩 비슷한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가 잇었다. 나는 사랑을 잘 모르고/ 음치이며/ 자주 긴장하고/ 영상 시청을 못 견딘다./ 밥보다 과자를 더 찬양하며/ 근육이 생기길 소망하고/ 보기와는 다르게 급한 성격을 갖고 있으며/ 얼떨결에 살아내고 있다./ 또 날씨와 야구와 밤을, 약간의 자신감과 책을 아끼는 그런 것들이 묘하게 오버랩 되면서 울다가도 웃었고, 서글프다가도 이내 안도했다. 취약점이라며, 부끄러운 이야기이고 은밀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 이것들을 부정하거나 못마땅해하지 않는다. 그저 "이게 나예요." 라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알아봐주는 자소서랄까. 그것도 아주 사랑스러운, 한편으론 "그러니까 너도 괜찮아"라고 다독여주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 달고 있는 글들을 아꼈으며, 각 챕터의 한 문장씩 옮겨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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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복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