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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한 마리는 기쁨 - 두 아버지와 나, 그리고 새
찰리 길모어 지음, 고정아 옮김 / 에포크 / 2022년 6월
평점 :
『까치 한 마리는 기쁨』
-두 아버지와 나, 그리고 새
찰리 길모어 지음 / #에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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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나는 바람이 녀석의 깃털을 뚫고 불어오는 것이 느껴질 지경이다. 녀석의 무게 없는 기쁨은 잠시 나 자신의 것이 된다. 인력과 척력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나는 녀석이 멀리 날아가길 바라고, 내 곁에 남기를 바란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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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는 달리 서양에서의 까치는 불운을 의미하며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낙관적인 의미는 사실 까치를 몇 마리 보느냐에 따라 운세를 점친다는 전래 동요의 가사 일부를 바꾼 것이다. 원래는 "한 마리는 슬픔, 두 마리는 기쁨, 세 마리는 결혼을, 네 마리는 출산을 알리고 다섯 마리는 은, 여섯 마리는 금을 가져오며, 일곱 마리는 악마를 불러오는데..." 이런 식이다.
저자 찰리 길모어는 어느 날 여자친구 야나의 언니가 폐차장에서 구조한 까치를 돌보기로 한다. "스쳐 지나갈 것에 애착을 품을 필요가 없다"던 찰리는 '벤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조금씩 애착이 형성된다. 무려 2년동안이나. 본격적으로 육조일기를 탐독하려는 찰나 찰리는 더 깊은 내면의 이야기로까지 나를 이끈다. 아주 솔직하게, 가감없이. 이건 예상치 못한 전개인데? 하지만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건 두 아버지와의 이야기로도 엮인다. 우선 찰리의 친부는 히스코트 윌리엄스. "작가, 배우, 무정부주의자, 이튼 칼리지 동문" 그리고 가정을 이룬 상태에서 찰리를 낳고 그와 어머니를 6개월만에 외면한 남자. 오죽하면 생부 때문에 자식을 낳는 것이 두렵다고 했을까. 생부의 회피, 도피, 무책임은 찰리에게 상실의 슬픔과 상처를 남겼고 10~20대에 술과 마약에 의존해 괴이한 행동으로 영국 국민을 경악하게 했으며 언론을 장악했다. 그 결과 감옥까지 가게 되었고. 그리고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새로운 두번째 아버지는 영국의 유명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 생부 히스코트와 정반대의 아버지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아버지와 새라니, 영 맥락이 없을 듯한 사이에서 찰리는 벤젠을 돌보면서 알게된 감정으로 생부를 조금씩 이해해간다. 히스코트 역시 가족은 돌보지 않았음에도 갈까마귀를 키웠던 사실이 그들을 묘하게 한데 묶는다. 그럼에도 그것과 별개로 나는 도대체 자신을 철저히 버린 생부를 왜 애타게 찾아다니고 만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건지, 자기 학대를 일삼으면서까지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면서 이면에는 답답함도 느꼈다. 다만 찰리와 벤젠이 그저 사람과 새라는 관계를 넘어 치유와 교감의 영역으로 들어설 때, "멀리 날아가길 바라고, 내 곁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과 닮은 건지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내가 어린 시절 처음 그를 알고 싶어 했을 때, 그 이유 중 하나는 나 자신을 알고 싶어서였다. 나는 그에게서 나 자신의 미래, 나 자신의 본성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를 알게 되면서 나 자신도 어느정도 알게 되었지만, 내가 생각하던 방식은 아니다. 내 아버지가 누구인지가 나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길렀느냐가 어떻게 타고났느냐를 이긴다. 그래야 한다.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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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덕분에 지나가던 까치도 유심히 보게 된다. 벤젠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똘똘하고 신비로운 새, 사람의 말을 따라할 줄 알고, 속임수에 능하다. 그리고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커다란 기쁨이자 사는 동안 얽매였던 속박에서 자유를 찾아준 존재였다는 것도.
좋은 책을 만났다. 그가 설명하는 자연풍경은 아름다웠고 그속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밉고 짠하고 유쾌했으며 그의 이야기는 놀라울만큼 솔직하고 슬펐지만 또 그만큼 애틋했다. 그래서 벤젠에게 대책 없이 빠진 건 그들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독자로 만나는 이들도 나와 같지 않을까 싶다. 벤젠에게, 또 찰리에게.
🔖당신도 새를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아주 경제적이에요. 천국에 가지 않아도 돼요. 새는 치유력이 있다.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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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생부 히스코트는 영국 최초의 슈퍼모델 '진 슈림프턴'과도 연애했다.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는 28년만에 결합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노래를 발표했다.
-찰리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엘튼 존과 만난 영상이 있다.
-벤젠은... 스포라 끝.
-찰리는 딸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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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poch.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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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한마리는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