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가야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3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이 고고학_ 나 혼자 가야 여행》
황윤 역사 여행 에세이 / #책읽는고양이
.
.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_백제, 경주에 이은 3번째 '가야'

📖아빠는 내가 어릴적부터 '김해 김씨'의 시조, 몇 대손, 본관, 분파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기억하는 몇가지 키워드는 난생설화 김수로왕, 아유타국에서 온 허황옥, 구지가, 김유신이 있다. 그리고 아빠 옆에 앉아서 사극 <용의 눈물>, <왕과 비>를 보며 "아빠, 그래서 가야는 언제 나와?" 물었던 모습. 조금 더 자라서는 <조선왕조실록>과 더불어 여러 '왕조실록' 사이에서 '가야'는 아예 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것 정도가 전부다. (지금 검색해보면 2016년도에 살림출판사에서 출간한 '가야왕조실록'이 있다!!!) 사극 역시 조선시대 배경이 압도적이라 삼한, 신라까지만 올라가면 매우 신선하게 보였고 간간히 가야를 엿볼 수도 있었다. 한참 나중에서야 가야는 철기 문화를 바탕으로 막강한 고대 연맹 왕국이었으나 기록이 턱없이 부족해 제3자의 기록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마저도 신화나 설화 비중이 커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이해해야할 지 막연한 궁금증으로 남아있었는데...

📖그동안의 갈증을 가라앉힐 기회가 이 책으로 생겼기에 기대감을 가득 품고 펼쳤다. 김해에서 이야기가 시작될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작가가 출발한 지점은 우연치 않게 본 광개토대왕의 공적을 세세히 설명하는 <광개토대왕릉비>에서 시작한다. 신라와 경쟁사이였던 가야는 일본 세력을 이용해 고구려 편에 선 신라를 공격하기로 하고 일본도 좋다고(?) 손잡고 백제까지 거들었지만... 두둥- 광개토대왕은 무려 5만 대군을 출병시켜 신라를 도와 승리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백제는 힘이 약화되고 금관가야는 4세기까지의 전성기가 끝나 소국으로 변모하는데... 흥미진진 꿀잼의 기록은 "1부 광개토대왕릉비를 통해 수로왕이 활동하던 시대를 고고학 기초로 살쳐보고, 2부에서 남아 있는 수로왕의 전설을 통해 이 중 가야인이 기록한 역사가 무엇일지 찾아"본다. 지금은 사라진 <개황력>과 <삼국사기>, <삼국유사>에서 하나씩 짚어가며 후손 대대로 신화/설화에 살을 덧붙였던 것을 걷어내면 북에서나 남에서나 널리 애용하던(?) 난생설화가 나라마다 다각도로 해체되는 것이 재밌었다. 당시 인기가요 같은 구지가, 북방 낙랑부터 일본까지 무역활동, 거칠부, 이사부 같은 고대식 이름이 '성 씨 + 뜻 이름' 한자식으로 변화하는 과정, 신라로 편입된 가야인들의 활약도 마찬가지고:)

📖고고학을 다룬 여행 에세이라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면 과감히 던져버려도 좋다. 친근한 말투 혹은 혼잣말을 하는 듯한ㅋㅋ황윤 작가는 박물관의 내외관, 지리적 설명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맛집(중식, 분식 등장)정보도 자연스레 흘린다. 그것도 세세히, 이런식이다. "(석당박물관)박물관에서 길을 건너지 말고 그대로 보도를 따라 남쪽으로 3-4분 정도 내려가면 영의루라는 붉은색 간판이 보인다. 조금 오래된 건물인데, 딱 보아도 동네 숨은 맛집 포스가 느껴진다."p43 주문한 볶음밥의 자랑도 빠지지 않는 것이 포인트😁 실사 자료는 여행길에 풍부한 자원이 되고 중간에 한번씩 앞에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도 있으니 실제로 김해를 방문한다면 들고 다닐만큼의 가이드 역할도 잘 해낼 책이다.
.
.
🔖이처럼 가야의 전설은 처음에는 북방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지만 그 이후에도 스토리가 꾸준히 추가되면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덕분에 수로왕 전설의 흐름만 잘 따라가 보아도 가야 초기부터 통일신라 말기까지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다난한 과정을 통해 수로왕은 영원불멸의 이름을 지닐수 있게 되었다. 1~2세기 인물이 무려 11세기에도 언급될 정도니 말이지. 그 힘은 역시나 스토리텔링에 있었다. (중략) 그때마다의 스토리 변화 과정 역시 오랜 기간 여러 후손에게 받은 관심으로 얻은 위대한 훈장이라고 할 수 있겠지. p310

📖여담으로, 가야에서 태어난 가야금의 예인 우륵의 생애를 다룬 김훈 작가의 <현의 노래>가 있다. 비록 소설이지만 몰락하는 가야 말기 당시의 현장이 느껴지는 생생함이 있다. <칼의 노래>처럼 손에 들린 것은 서로 다르나 결이 닮았다. 결론은 둘 다 애정하는 소설이라는 거💛

✔자발적으로 서평단에 신청하여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
.
#일상이고고학 #나혼자가야여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치스러운 고독의 맛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박선형 옮김 / 샘터사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치스러운 고독의 맛》

#모리사와아키오 지음 / #샘터

.

.

🔖그래서 사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유서로서 소설을 써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생명보다 훨씬 소중한 아이들에게 아버지로서 남겨줄 수 있는 것은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 꽉 들어찬 이야기니까. P239

.

.

📖<무지개 곶의 찻집>, <쓰가루 백년식당>, <당신에게>등 일본의 대표적인 '감성작가' 모리사와의 첫번째 에세이집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중 내가 읽은 작품은 하나도 없는 상태로 에세이를 먼제 읽게 되었다. 작가의 소설을 먼저 읽든, 에세이를 먼저 읽든 경험상 두 장르에서 보여지는 공통점이 있다면 작가만의 고유의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언제든 그 작가의 작품을 선택할 때 반가움과 안도감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모리사와는, 능글능글한 행복전도사. 자극적인 조미료 없이 자신만의 색깔을 있는 그대로 첨가하여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단순하지만 즐겁고 평범하지만 특별함을 동시에 품는다. 별 거 아닌 사소한 것에도 마음을 울리는 질리지 않는 담백한 맛이 있고 밉지 않은 솔직한 단짠의 맛도 있다. 아마도 그의 소설이 사랑받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지금으로써는 추측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확인하는 기회가 있겠지. 그땐 역시 반가움과 모리사와라는 안도감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빡빡한 일상 속에서 작은 틈새를 발견하고 싶다면, 추천:)

.

.



🔖나는 '현역'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계속 현역이고 싶다고 생각한다. 작품이 팔리고 안 팔리고, 인기가 있고 없고, 잘 쓰고 못 쓰고 등 그런 문제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만족하는 일이라면 현역에 끈질기게 집착해도 괜찮다고 본다. 단 한 번의 인생이잖은가. 자신을 나이, 정년에 가두지 말고 무조건 계속 활동하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 살아가면 된다. P200

.

.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 지원도서 입니다🙋‍♀️

.

.

#사치스러운고독의맛

#사치 #고독 #일본작가 #베스트셀러 #소설가 #에세이 #에세이추천 #힐링타임 #소확행 #무지개곶의찻집 #당신에게 #책리뷰 #책소개 #책추천 #신간도서 #책속의한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이 자라는 방 : 제6회 CJ도너스캠프 꿈키움 문예공모 작품집
강경연 외 153명 지음, 꿈이 자라는 방을 만드는 사람들 엮음 / 샘터사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꿈이 자라는 방》
▪️제6회 CJ도너스캠프 꿈키움 문예공모 작품집
강경연 외 153명 지음 / #샘터
.
.
🏷전국 343곳의 공부방(지역아동센터, 그룸홈 등)에서 3,030작품이 응모, 그중 개인전 수장작 20작품과 단체전 수장작 3작품, 문화키움상 수상작 100작품, 총 123작품이 담긴 책.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의 글과 그림 작품을 고루 볼 수 있다. 올해 응모작이나 수상작들은 다른 해에 찾아볼 수 없었던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코로나 시대'를 사는 아이들의 시점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 달라진 일상에서 느끼는 소중한 것들을 저마다의 개성으로 표현한다. 건축가가 꿈인 제주 하원초 6학년 자겸이는 코로나 때문에 원격 수업으로 바뀐 수업 방식에서 외로움을 느낀 것을 시로 쓴다.

🔖학교가 작아졌다!
작은 방은 하나의 교실이 되고
인형은 내 친구들이 되고
컴퓨터 화면은 내 선생님이 되고
2층의 작은 책장은 도서관이 되고
주방은 급식실이 되고
내 방은 놀이터가 된다
뭐든지 내 맘대로!
그러나 작은 학교에는 나만 홀로 남겨져 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다!

📖아이들의 작품을 보는 건 고유의 한 세계를 탐험하는 것 같이 기대이상으로 기발하고 재밌었다. 정말 말 그대로 재밌다는 표현이 맞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오고, 짠하고 기특하다가도 다시 웃음이 나오고. 아홉짤 밍찌도 또래친구들이나 언니, 오빠들의 작품을 보고 자극을 받는 것도 엄마 입장에서 재미가 쏠쏠했는데(?) 1차로 수준급의 그림에서 시각적인 충격(?)을 받고 2차로 자신보다 잘 쓴(?) 동시를 보며 시샘하는 것들이..ㅋㅋㅋ 하지만 어느새 같이 즐기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마치 다른 세계가 다른 세계를 마주하는, 알록달록 예쁜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 듯 싶다.

무엇보다 수상작들의 인터뷰를 보면 어린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깊은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초2학년 예은이는 가끔 혼자 있는 것 같고 외롭고 두려울 때, 자신을 아껴 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자기 그림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어른스런 말을 건넨다. 세상에..예뻐💛 남매가 모두 수상작에 오른 7남매 중 일곱째인 나은이와 여섯째인 영웅이도 있다. 특히 영웅이의 "꿈은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한 문장이 인상 깊었는데 그림 역시 그에 못지 않다. 초6학년 가을이는 어떤가, 튐틀을 넘지 못해 결론만 보면 실패했지만 도전 자체를 자랑스럽고 뿌듯해한다. 그 누구의 위로나 칭찬보다 스스로를 격려할 줄 아는 어린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더 지나고 용기를 내야 할 상황이 또 닥쳐올 거라며 결과에 미리 겁먹지 말고 또 부딪혀보겠다고, 후회한다 해도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빼먹지 않는다.
.
.
📖한 세계를 보고 있으면 이렇게 할 말이 끊이지 않는다. 세상에 예쁘다, 기특해, 멋있다 심지어 고마운 마음까지 생긴다. 그러다 <어린이의 세계>에서 읽은 한 구절이 떠올랐다.

🔖어린이는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위해서 살아 있다. 나라의 앞날은 둘째치고 나라의 오늘부터 어른들이 잘 짊어집시다. (중략) 오월은 푸르고 어린이는 자란다. 나무처럼 자란다. 숲을 이루게 해주자. P247

.
.
📖마냥 말로만 아이들을 대할 것이 아니다. 어른으로서 짊어져야 할 것들이 무겁게 (무섭게) 다가올 때도 많지만 이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그 무게는 훨씬 견딜만 한 것으로 바뀐다. 나는 딱 하루치만큼 어른으로 자라고 있다. 부지런히 자라겠다. 숲을 보고 싶다.
.
.
✔샘터 <물방울 서평단>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
.
.
#꿈이자라는방
#어린이라는세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럴수록 산책 - 걷다 보면 모레쯤의 나는 괜찮을 테니까
도대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럴수록 산책》
글,그림 도대체 / #위즈덤하우스
.
.
🔖언젠가부터 삶은 제 한계를 확인하는 날들이었습니다. 제가 오르지 못할 나무는 여기저기 많았죠, 그걸 기필코 하나씩 확인하며 알아가게 되는건 썩 유쾌하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또 하나 확인한 게 있다면, 어찌됐든 괜찮다는 것이었죠.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사실은 '그렇게 되어도 괜찮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사건의 한가운데에선 그런 생각을 하기 어렵지만요.p60
.
.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날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무조건 걷는 산책가, 도대체 작가의 그림에세이. 산책길에서 만난 일상적인 에피소드, 떠오르는 단상들은 구석구석 행복의 기운을 내뿜는다. 그게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은 나 역시 올해부터 '산책가'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욕심만 쓸데 없이 커다래서 달리기로 시작했으나 유리몸으론 언감생심... 파워워킹도 벅찼으니 어느순간엔 '걷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바쁜 호흡을 내려놓고 속도를 줄이고 사방을 둘러보면 비로소 매일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었다. 마주치는 사람도, 이름 모를 풀 한포기, 한 점 바람조차도 늘 새로웠다. 날마다 새로움 속에서 걷는 일은 그만큼의 새로운 사색의 길로 인도한다. 한 발자국씩 성실히 내딛으면서 털어낼 생각은 두고 오고 우연히 얻은 기쁨은 충만히 담아 온다. 그러므로 동지애마저 일으키는 또 다른 산책가의 글과 그림은 새로운 길을 걷는 기회를 꽁으로(?) 경험한 기분이었다. 비록 우리가 걷는 길은 서로 다르지만 프롤로그의 그의 마지막 말처럼 나도 화답하고 싶다. "언젠가, 걷다가 만나요."
.
.
🔖돌에, 나무에, 달과 별에 끝없이 소원을 빌었을 저 옛날부터 지금까지의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좀 더 잘 살아보고 싶은 존재인 것입니다. p193
.
.
✔자발적으로 서평단에 신청하여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
.
#그럴수록산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켈러 / #돌베개
.
.
🔖옛날 옛날 호랑이가 사람처럼 걷던 시절, 밤이 먹물처럼 까맣던 시절, 아직은 해도 달도, 심지어 별도 없던 시절, 두 세계를 품은 여자 아이가 태어났어. 그 아이는 겉모습이 두 가지여서 호랑이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호랑이로 마음대로 변할 수 있었지 p176
.
.
📖1/4만 한국인이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부분 부분 나누던 한국계 작가 태 켈러는 어릴 때 귀신과 호랑이가 나오는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유년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되고서 비로소 완전한 자신이 되고 싶었던 그가 선택한 정체성 탐구 방법은 가족의 역사와 한국의 역사를 파고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한국 역사의 뿌리까지 깊게 들어간 그는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로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상'을 수상한다.

📖자칭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인 릴리는 비오는 날 엄마, 언니와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할머니댁이 있는 워싱턴주로 이사한다. 우연히 도로에서 본 어마어마한 크기의 호랑이는 릴리의 눈에만 보이고 할머니께 비밀스레 말하자 호랑이를 믿어서도 안되고 아주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랑이의 목적은 할머니가 예전에 훔친 어떤 것들을 되찾아 제자리에 두려하는 것. 하지만 거대한 상황 앞에서 병마와 싸우는 할머니의 기억은 자주 증발해버리고... 릴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호랑이가 시키는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너무 늦지 않게 할머니를 구할 수 있다고 호랑이는 말한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믿을 수 없고 슬픈 이야기들, 또는 숨기고자 했던 비밀과 드러나는 진실들은 눈물을 찔금 머금게 만들지만 호랑이에 맞서며 호랑이와 조력하고 이야기들을 딛고 나아가는 릴리는 더이상 예전의 조아여 릴리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의 생각과 목소리를 당당히 내고 행동하는 릴리가 되고 있었기 때문에.

📖소설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옛날 이야기 중 '해님과 달님'을 모티브로 자매의 갈등, 우정, 혼혈, 정체성 혼란속에서도 소중한 사람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발동한다. 할머니가 훔쳤던 이야기별 단지가 하나씩 열릴 때마다 예상했던 옛날 이야기들은 21세기에 닮은듯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반짝이는데 되물림 하고 싶지 않았던 아픈 기억도 소중한 사람의 부재에서 오는 상실감마저도 결국은 사랑으로 귀결되어 마음을 울린다.

📖한국의 건국 신화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되고 싶은 곰과 호랑이가 동굴에서 100일동안 쑥과 마늘만 먹는 이야기. 곰은 인내하여 사람이 되었고 사회적 의미로는 '고난과 시련을 인내함'으로 요약되는 여성다움이다. 그렇다면 호랑이는? 작가의 궁금증이 막 피어오른다. "고생을 거부한 대가로 추방을 당한 여자는? 그리고 그 여자가 다시 돌아온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 여자는 무엇을 원할까?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이토록 태 켈러가 궁금해 했던 물음들은 직접 이야기를 씀으로써 호랑이 여인에게 그 답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그것만큼은 강인하게 살아남아 모두의 이야기로 존재하게 된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으로.

🔖지금 스무 겹쯤의 두려움이 내 심장을 덮고 있다. 무슨 말을 잘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무슨 일을 잘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할머니를 다치게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할머니를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마법의 호랑이를 향한 두려움. 하지만 그 겹겹의 두려움을 모두 걷어 내면, 가슴속 깊숙한데서 다른 것이 불타고 있다. 호랑이를 잡는 맹렬함이다. 나는 그 감정을 꽉 움켜쥐는 것을, 아프도록 세게 쥐는 것을 상상한다. 나는 작다. 하지만 쉬운 먹잇감이 아니다. P173
.
.
🐯여담으로, 이 소설은 초등 고학년부터 읽을 수 있는데 서른다섯 짤인 나는 얼마나 펑펑 울었는지 모른다....ㅠㅠ...갈수록 눈물이 많아져서 큰일이다... 나도 우리 할머니 보고싶다. 완독하고 자면 꿈에서는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잔뜩 품어본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
#호랑이를덫에가두면
#뉴베리상 수상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