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약 금지 -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의 변화하는 한국을 읽는 N가지 방법
콜린 마샬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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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서울에 체류중인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 그가 바라본 한국은 어떤 나라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한국요약금지'라는 대범한 제목 앞에서 나는 몇가지로 압축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 외에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했다.

목차만 봐도 이목을 끌지만 내용에 들어서면 조목조목 짚어가며 한국의 사회현상과 문화/예술, 언어는 물론 tv프로그램에서까지 그의 객관적이고 애정어린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그가 말하는 한국을 사랑하는 43가지 이유는 지금껏 한국에서만 거주한 나보고 나열하라 해도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서울/수도권 또는 대도시에 집중된 장점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말이다.

다만 "한국 지방 도시가 한 번도 지루한 적"은 없지만 대도시에 익숙해서 "귀농할 생각은 없"고(대다수의 한국인도 그렇겠지만), "지위 등에 대한 걱정으로 스트레스가 가득한 삶을 복잡하고 답답한 건물들 사이에 밀어 넣으며 살아가"는 한국인과 달리 그런 문제들로 큰 고통을 느낀 적이 없다는 대목에서는 저자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아차리곤 했다.

그럼에도 이방인의 눈에는 매혹적이었을, 현지 사람들은 너무 익숙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라거나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부분들을 저자의 시선을 빌려 보고 생각할 수 있어서 꽤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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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어디에도 옮긴이 OOO의 이름이 없다는 사실. 아! 콜린 마샬이 한국어로 쓴 거구나! 제일 놀라운 깨달음이었다👍

저자의 한국살이 20년차에 2탄을 기대하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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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across_book 의 A.B.C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한국요약금지
#콜린마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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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의 인류 문화 오디세이
마틴 푸크너 지음, 허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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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는다. 모든 독창성은 다른 사람에게 빌린 것에서 비롯된다. 문화 저장 기술이 발전하여 과거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이후 우리 모두는 후발 주자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차용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차용했느나, 또 우리가 발견한 것으로 무엇을 하느냐이다. p54

-마틴 푸크너,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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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푸크너가 꼽은 "세계를 뒤흔든 인류 문화의 15가지 장면". 단순히 가독성이 좋다고 말하기엔 저자가 탁월한 이야기꾼인 듯하다. 또한 그저 재밌다고 표현하기엔 풍성한 이야기들이 주는 깊이감이 남다르다.

그동안 고집스럽게 믿어왔던 문화라는 개념에 금이 가기도 했는데 첫번째로는 문화는 고유한 것인가? 나는 그렇다고 대답해왔고 한가지 더, 문화는 소유하는 것인가?에 대한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어느 국가도 그렇겠지만 한국에 인접하여 영향을 미친 일본과 중국과의 문화적 관계를 고려했을 때 근현대 들어서 부정적인 측면을 자주 접했던 탓에 그런 폐쇄적인 고정관념이 심어진 듯하다. (의식주할 거 없이 자기네 나라의 고유한 문화라고 냅다 우겨대면 일단 곱게 보진 못하겠...🙄 )

그런 측면에서 "문화사의 중요한 원칙, 즉 문화 상품 차용은 엄청난 힘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원칙을 증명"하고 "차용은 그 문화를 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하여 문화 자원과 통찰력, 기술을 제공한다." 그리고 "출처나 소유권, 이념의 순수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놓칠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말이 가장 인상 깊은 동시에 차용과 표절을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하는 지점이기도 했다.("무지와 폭력으로 다른 문화를 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렇게 굳게 닫힌 마음으로 바라보다가 저자의 관점을 빌려 새로운 시각으로 본 문화사는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책속의 세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또는 배움과 자극으로 인해 발전하기도 퇴보하기도 했다. 때로는 새롭게 태어나기도 했다. 이렇듯 문화 접촉이 "역동적인 과정을 촉발하여 인간이 상호작용하고 서로에게 이익을 얻는 방식을 증대"시키는 여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라고도 생각하는데 덕분에 생명이 태동하는 듯한 생생감이 느껴졌다. 다만 문화가 "종종 먼 과거와 직면하면서 발전하"듯이 우리가 과거의 무엇을 보고 어떻게 결합하여 사용할지에 대한 진중한 성찰 또한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미래 세대는 과거를 어떻게 보려나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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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across_book

#컬처_문화로쓴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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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세계 - 『듄』에 영감을 준 모든 것들
톰 허들스턴 지음, 강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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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는 세계를 쌓아 올릴 때,
어떤 작가는 전 우주를 탄생시킨다.❞

-톰 허들스턴, 『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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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사상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널리 알려진
프랭크 허버트의 『듄』이다.
그리고 이 책은 『듄』에 영감을 준 모든 것들을
담았는데 해설집이자 비평서라고 할 수 있다.

키워드로 보는 소설 『듄』
160여장의 사진과 함께, 200권이 넘는 풍성한
참고문헌 자료들이 즐비하다.
드니 빌뇌브의 영화 『듄』만 본 나로서는
생각보다 방대한 자료에 적잖이 놀랐다.
역사와 문화, 환경운동 등 다방면에서
영향을 받은 터라 여러 사상과 사건,인물이
나오고 SF팬이라면 흥미를 끌만한
에피소드들도 알 수 있었다.

특히 「스타워즈」와 얽힌 이야기,
실제로 남편은 듄이 스타워즈를 따라(?)
했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지만😹
그 반대의 상황을 책속에서 알게 되어서
다시 설명해 주기도 했다.
거장들이 서로를 비판한 일화도 깨알 재미😆

이렇게 수많은 것들을 한 작품에 녹여낸
작가의 역량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을 다시
영화로 탄생하는 과정이 위에서 언급한
문장에 들어맞았다.
한 소설이 세계만 쌓아 올린 게 아니라
전 우주를 탄생시킬 수도 있구나,
여실히 깨닫게 된다...플러스로 역시 책으로
읽어야겠구나...🫠 영화 한편 보고 이 책을
오롯이 소화하기에는 내 세계관이 좁다고
느꼈기 때문에.

진정한 『듄』의 팬들은 뼛속 깊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하고🙈
하지만 대대로 물려주며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면 점에서 소장가치도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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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goldenbough_books

#듄
#듄의세계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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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과거 을유세계문학전집 131
드리스 슈라이비 지음, 정지용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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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에게 묻겠다. 경제적인 이유로 오랫동안 담배를 피울 수 없었던 골초에게, 담배꽁초는 무엇을 의미할까? 만일 내가 나의 배고픔을 채워야 한다면, 나는 창고를 다 털 것이다. 그런데 만일, 바로 그 순간, 군주가 나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면 어땠을까? ‘네 안에는 과인이 알 수가 없고, 또 과인을 겁주는 무엇이 있다. 너는 더 이상 과인의 세계 안에 있지 않다. 네가 원하는 바를 말로 표현해 보아라. 과인이 너에게 그것을 허락하겠다.’ 나는 대답했을 것이다. ‘자유를 원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 자유를 거절했을 것이다. P58

-드리스 슈라이비, 『단순한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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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에 비견되며 이슬람 세계에
극단적인 반향을 일으킨 슈라이비의 대표작❞

-절대 권력자 아버지는 자칭 군주, 약하고, 복종적이고, 수동적인 어머니 그리고 "침묵도 의견"이라는 듯이 존재감은 지운 일곱의 아들들. 그러나 이 소설의 화자인 드리스만은 달랐다. 프랑스 학교에 다니면서 이슬람 전통 사회의 바깥의 세계를 탐닉하며 자신이 속한 세계를 부정하며 아버지와 투쟁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의 전개는 드리스의 반항이 물꼬를 트면서 분출되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도처에 흐른다.

그리고 또 하나,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드리스의 영원한 이방인의 상황. 드리스는 당시 프랑스령 모로코의 경계를 한발자국만 벗어나도 그의 이상적인 세계에 도착할 수 있었다. "혁명, 자유, 평등, 박애, 민주주의"가 있는 곳, 정신적인 아버지인 로슈 선생님과 학교 친구들이 있는 곳. 드리스 스스로 서양 근대 문화를 받아 들이고 정체성을 확립한 곳! 하지만 어디서든 드리스는 여전히 군주(아버지)의 존재여부하에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막강한 부와 명예를 가진 아버지의 영향이 곳곳에 닿았기 때문이다. 아랍인이길 거부했지만 프랑스인도 될 수 없었던 한 소년의 이야기는 어떻게 막을 내릴까?

-먼저 가족간의 상황, 부당함을 넘어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군주의 권력이 이슬람 전통 사회안에서는 설명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때마다 종교란 것에 회의감이 든다. 전통은 지켜 마땅한 것일까, 그러기엔 소설속에서 아버지의 모습에 많은 모순이 섞여 있어서 아이러니하다. (대마초와 숨겨둔 고급 양주들 ㅋㅋㅋ 방탕한 생활외에도 폭리로 부를 축적🫠) 현실을 반영한 작가의 신랄한 비판은 이슬람 가부장제의 폭력성과 더불어 식민주의 담론까지 드리스를 통해 당시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돕는다.

-완독하고서 알게 된 사실은 소설속 드리스의 부모, 형제의 이름이 작가의 가족 실명을 사용했고, 실제 지명이라는 것. 그리고 작가 드리스와 소년 드리스는 꽤 닮은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자전적 소설 같지만 작가는 부인했다.

-드리스 슈라이비의 반항3부작. 『단순한 과거』, 『숫염소들』, 『열린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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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ulyoo
#단순한과거 #드리스슈라이비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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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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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기다려주는 어른, 쉽게 단정 짓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정원,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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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초등학교 4학년의 새학기 교실에서 시작하는 어린이들의 세계. 정훈이와 친구들(석진, 준서, 하리)이야기이다.

마침 불과 며칠전까지 정훈이와 동갑이었던 딸에게 이 책을 먼저 건넸다. 감상을 물었더니 별말은 없고 표정에는 뿌듯하고 당당한 기색만 역력하다. 그럴 수밖에- 나 역시 그렇게 느꼈으니까. 제목처럼 (온갖)똑똑한 척은 다해놓고 가끔(때론 자주) 뭘 모르는 존재들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이라는 것을, 커다란 손바닥으로 등짝을 맞는 듯한 강도로 다시 깨달아야 했다.

마냥 어리숙하고 철없을 것 같은 아이들의 세계 속에서는 어른에게는 성가시다고 치부될 쉽게 단념하지 않는 마음과 이상한 말을 내뱉는 어른에게 딱 그만큼 되갚아(?)주는 야무짐이 그득하다. 그런 모습들이 말대꾸라고, 건방지다고 말할 수는 없다. 차별과 불평등에 제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자꾸 이런 사실들을 깜빡하는 내가 정말 바보는 아닐까 싶고🫠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이들이 딱 이렇게만 자라줬으면 하는 엄마 마음도 숨길 수 없었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 애들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들에서 느끼는 불안감보다 몇번이고 이 책을 다시 보면서 얻을 아이들에 대한 믿음과 확신에 더 다가서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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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포터즈 자격으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mediachangbi_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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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만화 #미디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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