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의 진화와 미래》보험미래포럼, 논형

‘궁금하다… 저 사람은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살아 왔을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에게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면 으레 그 사람의 과거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퇴직연금연구소에서 일하며 퇴직연금, 연금, 사회복지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다. 어원, 제도탄생 배경, 역사, 진화 등 연금(퇴직연금)이 걸어온 과거의 길이 궁금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런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국내 서적이 흔하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인 보험연구포럼의 연구원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공부 모임을 결성해 ‘연금과 퇴직소득(Pensions and Retirement Income, 2006)’이라는 서적을 함께 공부하다 그 책에서 다루지 않은 국내연금의 역사와 진화, 미래분야로 관심을 갖게 됐는데, 모든 내용을 아우르는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자료를 찾고 연구해 집필한 책이 바로 《연금의 미래와 진화》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유럽 연금의 기원부터 시작된다. 이 책은 고대에서 중세까지, 근대에서 산업화시기까지, 19세기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연금제도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변화해 왔는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참고로 유럽식 연금제도는 1889년 독일이 최초의 공적 노령연금을 도입한 이후 최근까지 후발 국가들의 연금제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역시 유럽을 모방한 제도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독일 재상의 이름을 따 ‘비스마르크식 제도’로 부른다.  


유럽 연금제도를 들여다본 뒤에는 영국과 미국으로 가보자. 유럽국가는 효과적인 소득재분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공적연금을 중심으로 연금제도가 발달한 반면 영미권은 자유주의적 사고를 중시해 기업과 근로자의 노후복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마련한 퇴직연금제도가 잘 발달됐다. 영미식 연금제도의 탄생은 16세기 코로디와 채덤금고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코로디란 현금으로 음식, 음료, 주거지 등과 같은 미래의 의식주를 수도원 같은 종교기관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권리증서 또는 그 의식주 서비스를 의미한다. 체덤금고는 1588년 스페인과의 전쟁으로 부상당한 잉글랜드 해군을 돕기 위해 설립된 국가적 기금이다. 세계최초로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된 직역연금인 채덤금고는 모든 영국 해군 병사들이 가입하도록 했고 매월 일정금액을 갹출하고 이후 정액의 연금을 장애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미국은 퇴직연금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1875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미국 최초로 사적 연금제도를 도입했고, 1875년부터 1929년 사이에 421개의 사적연금제도가 미국과 캐나다에 도입됐다. 정부도 기업 주도의 퇴직연금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세금혜택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가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규정을 마련하고 관리감독기관을 설립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이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우리나라 연금의 기원과 발전 내용을 다룬 3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연금이나 퇴직연금관련 내용을 다룬 해외서적은 많이 발간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를 상세히 서술한 서적은 많지 않다. 이 책은 우리나라 연금제도의 기원을 찾기 위해 조선시대까지 올라간다. 이 책의 저자들은 국내 최초의 체계적인 퇴직급여제도는 조선초기에 70년이상 시행된 ‘과전제’를 꼽는다. 최초의 근대식 연금제도는 일제 강점기에 시행된 ‘은급’이다. 은급은 조선총독부의 고위 관리로 일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퇴직 후 지급한 연금이다.
또한 3장에서는 우리나라가 공적연금제도 도입이 늦었던 이유, 개인연금보다 퇴직연금도입이 늦었던 이유, 선진국과 우리나라 연금제도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 등 명확히 풀리지 않았던 궁금증들을 해소해 준다. 더불어 국민연금의 탄생비화,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관련된 에피소드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들이 보험 분야의 연구자들이다 보니 현 연금제도의 문제점과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고 있다. 연금제도 개혁과 관련해 세계적인 추세는 어떠한지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알고 싶은 독자라면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
산업혁명이후 출산율과 사망률의 균형을 이루는 이른바 맬서스의 균형이 깨진 이후 많은 국가들이 공적연금제도의 개혁을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며 이는 비단 국가적 문제일 뿐 아니라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거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 다른 나라들의 연금제도 개혁 과정을 통해 그들이 겪은 어려움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현재 우리 체질에 맞는 연금제도는 무엇인지, 올바른 처방을 내려야 할 시기이다. 이런 시기 《연금의 미래와 진화》는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로 활용하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보험미래포럼
보험의 미래를 연구하고 토론하기 위해 국내 대학과 연구원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모임이다. 김재현 상명대학교 금융보험학부 교수, 김헌수 순천향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준호 한신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 오영수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봉주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순재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구성원이다. 이들은 2007년초 포럼을 결성한 뒤 매월 정기적인 학습모임을 갖고 있다.

공도윤(syo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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