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퓨처캐스트》로버트 J. 샤피로, 김하락 옮김, 랜덤하우스

미래를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일 것이다. 내일의 급등주를 미리 사두거나, 로또 당첨번호를 알아 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미래를 들여다보면, 미래는 오늘의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기보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미래는 공포 그 자체다. 이를테면 외부행성과의 충돌로 지구가 한순간에 멸망하거나, 환경파괴로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게 될 거라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최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해 환경 파괴범을 교수형에 처한다’라는 내용의 가상 이야기를 모아 단편모음집 《파라다이스》를 발표했다. 


미래학 서적들을 봐도 그렇다. ‘불안한 미래’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당장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모두가 자멸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래서일까. 미래학 서적 앞에서면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2020 퓨처캐스트》역시 미래학 서적이다. 책의 저자 로버트 샤피로는 전미 상무부 차관을 지낸 경제통으로 빌 클린턴, 앨 고어, 존 케리, 버락 오바마 등 세계 정상급 인사와 기업들의 경제 자문역을 담당해왔다. 세계를 움직이는 최전방 인사들의 가이드 역할을 해온 저자가 수년간에 걸친 연구와 조사 끝에 집필한 책이 바로《2020 퓨처캐스트》이다. 저자는 2020년까지 세계가 겪게 될 주요 변화를 예상하고, 각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그의 메시지는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저자가 《2020 퓨처캐스트》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큰 기둥은 ‘세계인구의 고령화’, ‘세계화’, ‘소련과 공산권,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몰락’이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어 과거 어느 때보다 노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로 인해 정부정책과 국가의 성장 속도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한다. 또한 “인구문제는 국가적 위기를 넘어 의료보장과 연금, 일자리와 소득 등 개인 삶의 질을 좌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고령인구 증가는 일본과 대다수 유럽국가에 영향을 미쳐 이들 국가의 성장을 막고, 지금의 경제 판도를 바꾸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의 예측에 따르면 10년 뒤 고령인구는 전세계인구의 60%(2010년 35%)를 넘어 설 전망이다. 현재 세계는 고령층과 함께 맞물린 저출산으로 세금을 내는 인구는 줄어들고 은퇴한 노령자를 먹여 살리는데 필요한 의료보장과 공적연금급부 등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세금부족으로 정부는 계속해서 세금을 더 걷을 수밖에 없고, 세금을 내야 하는 국민과 세금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국민 사이의 이해상충으로 일대 정치 갈등이 빚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함께 베이비버스트 세대(babybust: 풍조의 만연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인구 증가율이 멈춰선 때에 태어난 세대)의 등장이 맞물리면, 노동력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저축률과 투자율이 줄고 경제성장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모든 국가에게 해당되는 문제지만 미국과 중국 등 몇 나라는 비교적 안정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어 10년 뒤에도 현재의 경제위상(중국의 경우는 지금의 이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유럽과 일본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한국의 출산율은 사실상 붕괴됐으며, 노년층의 수는 2005년 660만명에서 2020년 1,140만명으로 70%이상 급증할 것이고, 그 후로도 계속 증가해 2030년에는 1,50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OECD의 자료를 인용해 한국은 급증하는 노년층 때문에 2020년에는 현재의 연금제도를 더 이상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저자는 한국이나 아일랜드와 같은 작은 국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하더라도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경제체제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또한 한국은 세계화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해 성장을 지속해 개발도상국들에게 좋은 성장 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10년 뒤 저자의 예견이 그대로 맞아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미래학(미래예측)이라는 것은 ‘정확성’ 보다는 ‘바람직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학문이라는 점에서 저자가 《2020 퓨처캐스트》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구구조 변화 등 미래를 좌우할 변수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10년 뒤 펼쳐질 미래의 모습을 미리 그려보는데 있어 로버트 샤피로의 혜안이 도움이 될 것이다.  


로버트 J. 샤피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미국 정재계 인사와 정부를 비롯하여 비영리단체, 국내외 기업체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네콘(Sonecon.LLC)의 공동창립자이자 회장이다. 1998~2001년까지 미국 상무부 차관을 지냈으며, 1992년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는 빌클린턴 경제정책 보좌관을 지냈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 부편집장, <슬레이트> 경제칼럼니스트를 역임했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도윤(syoo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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