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표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술자리에 가면 많이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젊을 때 '놀아본' 이야기다. 젊을 때 안놀아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이 책은 노는 이야기에 그치는게 아니라 그 와중에도 자기 목표를 찾고 그 다음엔 죽도록 노력해서 자기 분야의 장인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국내에서도 팬이 제법 많은 저널리스트다. 지금까지 집필한 책들에도 인터뷰가 많은 편이지만 이 책의 인터뷰는 성격이 약간 다르다. 이 사람이 이렇게 이렇게 해서 성공했으니 그렇게 해봐라.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그런 방법이 통할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사람의 인생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몇 페이지로 줄여서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아쉽지만, 압축되어있음에도 이들의 이야기에서 꽤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저자의 취재경력과 꼼꼼함 덕분일 것이다. 성공한 사람을 인터뷰한 책은 많지만 많은 분량때문에 압도되거나 그 사람의 이야기에만 너무 몰두하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여러분야의 장인들의 짧은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나와있는 이런 류의 책 중 대부분이 '개인'이나 같은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다치바나씨는 요즘 젊은이들이 싫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패기도 없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너무 짙다고.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에서도 무작정 관료로 진출하려는 도쿄대생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다르다. 모두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아도, 자신의 목표를 기준삼아 자신의 길을 걷고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어 결국 장인이 된 사람들이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경력을 쌓아 CEO나 사장이 되어 성공한 사람들과는 다른 길이긴 하지만 큰 맥락에서 통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도쿄대생..>에서 지향하는 바도 바로 저런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것일거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주먹이 운다>에서 식당주인은 강태식에게 말한다. "내가 권투는 잘 모르지만, 조지 포먼이 마흔 다섯에 챔피언 딴 건 안다. 이제 갓 마흔 넘은 새끼가 무슨.. 똑바로 살아"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과 멀지 않을 거다.

 목표를 세우는 것은 쉽지만 온 힘을 쏟아부어 계속 추진하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목표를 달성한다. 젊은 나이에 패기하나로 무작정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로 일을 배우러 간 이들이야말로 인생을 "All-in"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인생을 걸고 있는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걸까" "아니면 그저 인생을 낭비하고 있을 뿐인걸까"등등의 고민을 다시 하게 되었다. (계속 고민중이다) 내용이야 어찌되었건, 그 사람들이 말하는 바가 어떻든, 이런 고민을 하게 해주는 것 자체가 책(혹은 간접경험)의 장점이 아닐까.

 여러 가지 멋진 문구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나를 자극했던 것은 "길이 아니면 미련없이 돌아섰다"라는 말. 정도(正道)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매력있는 것은 어쩌면 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평탄한 길을 걸어 착착 경력을 쌓아나간 사람보다는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사람이 더 멋진 법이니까. 하지만 그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이라는 말이 짧은 말에는 매우 긴 세월과 많은 고뇌가 들어있다. 그것을 말로는 모두 표현할 수 없기에 저렇게도 짧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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