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 Bartender 5 - One for the Road
조 아라키 지음, 나가토모 겐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분의 소개를 받아서 알고는 있었지만, <신의 물방울>을 읽고 나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기술에서 장인성을 추구하는 일본답게 만화에도 장인정신이 가득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물론 그들의 기술도 들어본 적도 없는 최고수준. (만화가 대단한 것은 일반인이 접할 수 없는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하기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신의 한 수" "신의 기술"과 같은 넘볼 수 없는 이름들이 붙어다닌다.

이 만화도 예외는 아니다. 시작부터 주인공이 "신의 글라스"라는 대단한 타이틀을 들고 일본으로 '귀향'하니까. '미스터 퍼펙트'라는 쿠즈하라 또한 얼음 젓는 법에서부터 모든 기술에 완벽을 추구하며 무엇하나 흠잡을 것 없는 냉혈한 처럼 그려진다. 칵테일에 관한 제법이나, 술 이야기가 전부라면 이 또한 바텐더라는 제목과 "바"라는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았을 것 같다.

젊고, 실력있으며, 상냥하고 배려심이 많은 주인공은 모두 갖춘 것 같지만 아직은 미완성이다. 미숙하다기보다는 젊은이다운 혈기와 성급함,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물론 그에게는 좋은 바텐더가 되어 사람들의 아픈 곳을 달래주고 싶다는 "목표"와 그러기 위해 갈고 닦은 신의 글라스라 불리는 "기술"도 있다. 히가시야마나 쿠즈하라같은 든든한 '스승'의 존재가 그를 어른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 마스터들은 절대 서두르지도 않고, 몇 마디 말로 주인공에게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만화는 그렇다 치고, 현실에서 "바"라는 공간이 '양주'를 마시거나 '여자 바텐더'를 구경하러 가는 곳이 되는게 참 안타까웠다. (내가 다니던 바는 마스터와 바텐더가 모두 형님들이었다. 당연히 인기가 없었달까..) 내 단골 가게들은 추울 때 비를 피해 들어가서 몸을 녹이고 있으면, 술이 아니라도 차를 내주거나, 보드카에 더운 물을 섞어 마시고 몸을 녹이고 이야기를 나누며 지친 몸을 쉬고 가는, 그런 공간이었다. 시험을 아주 망쳤을 때든, 실연 당해서 그 후유증에 시달릴 때든, 마스터들은 인생 선배로서 충고해주기도 하고 때론 바텐더로서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내가 이 책이 반가운 것은 언뜻 그런 분위기가 묻어나는 바를 그렸기 때문일까.

이 책의 독자라면 술집에 출입할 만한 나이가 되는 분들이 많을 거다. 여러분들에게도 그저 친구들과 분위기내러 양주를 마시거나, 한 턱 내는 '술집'이 아니라, 정말 지쳤을 때, 인생이 힘이 겨울 때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바"가 아닐까. 꼭 양주가 아니더라도. :)

지쳤을 때,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멋진 만화. (모르고 있었는데, 애니메이션도 나와있다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