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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 - 일, 관계,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30가지 제안
지샤오안 지음, 권용중 옮김 / 홍익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을 봤을 때는 조금 더 실용적으로 책상을 정리하는 방법이 있는 줄 알았다. 끝까지 읽고서야 이 책의 제목이 왜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책상을 정리해야 한다』 인지 알게 되었다. 중국의 시인 시무릉의 시구에 포함된 말이었다니.
이 책의 부제는 '일, 관계,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30가지 제안' 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일, 관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30가지의 조언을 해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단순한 삶'을 살아가길 권한다.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미니멀 라이프 부터, 인간관계나 자신의 취향까지도 줄여서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있다. "인생의 고통은 복잡함에서 오고, 인생의 즐거움은 단순함에서 온다" 라고 말하며 단순한 삶을 살아가길 권한다.
지금 내 방 책상의 상태는 엉망 진창이다. 책을 한권 펼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을 제외하고는 오만가지 것들이 쌓여있다. 수험 용도로 사용하던 펜들과, 또 다른 용도로 사용했던 형광펜, 연필, 각종 다양한 펜들이 다섯 군데의 연필꽂이에 나누어 꽂아둔 것도 모자라 필통도 몇군데에 들어있다. 그리고 반대 쪽으로는 각종 인쇄물이 쌓여있고, 참고하려고 뽑아둔 서류들, 그리고 전시회 팜플렛들도 굴러다닌다. 그 옆 책 꽂이에는 일기장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됐던 노트들이 꽂혀 있고, 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려고 준비해둔 노트들도 꽂혀 있다.
책을 들며 생각했던 것은 이것들을 좀 정리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을 얻고 싶었건만.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은 내가 인생을 이만큼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했던 공부들이 담겨있고, 계획하고 기록했던 노트들이 담겨있으며 그 도구들이 남아있는 것이다. 물론 좀 더 정리를 잘 해서 깔끔하게 치워뒀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게 했더라도- 분명 내게는 많은 것들이 쌓여 남아있었을 거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그것들을 잘 정리해서 보관해두라는 것이 아니라, 이제 내게 필요 없는 것들은 비우고 치우라는 거다. 그것은 물건이기도 했지만, 인간관계기도 했고, 그리고 나의 취향이자 삶의 방향이기도 했다.
사람은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이 계속해서 변하기 마련이고 그러한 것들은 내 삶에 어떻게든 흔적으로 남아있다. 학창시절 좋아한 것들을 추억으로 간직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을 책상에 함께 올려두는 것이 아니라 (버리지 못한다면) 어딘가 상자에 잘 '봉인' 해서 지금의 내 삶에서는 치워두길 권하는 것 같다.
책상이 어질러 져 있는 만큼, 우리 삶이 어질러져 있다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못 찾고 못 할 수 있다. 내가 당장 만년필을 꺼내 중요한 문장을 필사노트에 옮겨 적고 싶은데, 책상에서 그것을 찾지 못한다면? 그 순간을 놓치고 그 문장은 잊어버릴 수 있다. 내가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당장 해야하는데, 이것저것 얽혀있는 다른 일들 때문에 그 순간을 놓쳐버린다면? 나는 정말 중요한 기회를 놓쳐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진정 원하는 것만 남겨둔 채, 다른 것들은 정리해서 어딘가로 잘 봉인시켜두는 그런 삶의 지혜를 만들 수 있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