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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 국내 최고 필적 전문가 구본진 박사가 들려주는 글씨와 운명
구본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1월
평점 :

글씨는 마음이 담긴다고 생각한다. 내 감정에 따라 글씨체가 달라지기도 하고, 명필과 악필을 떠나 진정성이 담긴 글씨는 마음을 울리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전달할 때는 항상 작은 메모라도 손으로 글을 써서 주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다보니 언제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 책은 내가 글씨를 생각하는 것보다 더 무거운 얘기를 담고 있었다.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라는 제목에서 글씨가 우리의 삶까지 바꿀 수 있다고 얘기를 하고 있어 호기심이 많이 생겼다. 어떤 글씨가 어떤 인생을 가지고 온다는 것일지. 공부를 잘 하는 글씨가 있고, 일 잘하는 글씨가 있고, 큰 부자가 되는 글씨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글씨 하나로 인생이 바뀌는기 궁금해하며 책을 펴게 되었다.
저자 구본진님은 대한민국 1호 필적학자라고 한다. 필적학자라는 것은 어떤 사람의 필체를 보고 그 사람의 성격, 내면을 유추해 내는 사람이라고 한다. 저자는 20년 넘게 검사로 재직을 하면서 많은 범죄자들의 필적을 보면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글씨가 사람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독립운동가들의 친필을 600여점 이상 친일파 친필 250여점을 분석하며 연구하였고, 글씨체에서 성격, 성장과정, 취향, 질병, 빈부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글씨에서 이렇게 다양한 것이 보일까?' 의심이 들었는데, 글씨에는 뇌의 흔적이 담겨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주장에 어쩌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글씨로 사람을 보는 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공자, 주자, 이황, 송시열 할아버지, 아리스토텔레스, 아인슈타인, 셰익스피어, 괴테 등 수많은 선인들이 먼저 주장을 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붓 글씨를 썼고, 서예를 조금 배워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먹을 가는 것부터 자세를 잡고 한 획 한 획 긋는 것까지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다. 그러한 과정을 어쩌면 약간의 수행과정과도 같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러한 글쓰기는 정말 사람의 성격이 담겼을지 모르겠다.
이 책 『필체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에서는 중간부터 다양한 필체를 보여주며 그러한 필체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지, 어떤 운명을 지닐 수 있는지를 말한다. 특히나 서로 상반되는 필체를 보여주며 비교해 줘서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기가 쉬웠다. 그리고 뒤에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면 어떤 글씨를 만들도록 노력하라는 챕터가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반신반의하며 읽게 되었는데, 당장 글씨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삶은 더더욱 바로 바뀌는 것이 아니니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허나 꽤 흥미진진한 부분이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후반부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필체를 직접 보여주면서 필체에 담긴 그 사람의 내면을 이야기 한다.
필체가 인생을 바꿔준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곧이 곧대로 믿기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마냥 아닌 것 같지도 않아서다. 분명 글씨에는 많은 것이 담기는 것 같은데, 글씨 하나를 바꾼다고 내 성격이나 인생이 바뀐다고 생각하니 당연히 믿기지가 않는다. 다만, 어쩌면 필체를 바꾸는 정도의 노력을 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가짐, 자세를 바꾸는 것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든다. 내가 인생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한 글자 한 글자에 정성껏 담아 오늘도 한 줄 내 삶의 문장을 써내려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