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 - 백남기 농민 투쟁 기록
정은정 지음, 윤성희 사진 / 따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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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이 이 책의 초판 1쇄 발행일인데,
책이 나오기도 전에 별점테러를 남긴 자들은
그 저의가 따로 있을 것이다.

먹고 사는 일의 신성함을 온 몸으로 실천한 백남기 농민의
삶과, 쓰러진 후의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서, 뉴스로만 간간이 접하다
이제 시간도 제법 흘러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지워질 만할 때 이런 책이 나와주어 다행이다.

이런 투쟁의 기록이 없다면,
한 성스러운 농민의 생이
권력과 권력에 결탁한 언론에 의해 사실과 다르게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한, 백남기 농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백남기들‘의 이야기이자, 부인 박경숙님의 이야기이다.

책에서 읽은 몇몇 구절들...

 ‘쌀값 21만 원 보장‘은 본래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의 공약이었다. 민중총궐기대회 무렵 쌀값은 한 가마니에 평균 15만 원대였다. 쌀 최대 산지인 전라도의 쌀값은 한 가마니당 14만 원에서12만 원선까지 주저앉았다. 공깃밥 값으로 따져보면 한 그릇에200원인 상황이 20년간 지속되었다는 뜻이다. 농민들이 요구한쌀값 21만 원은 1킬로그램당 3,000원이다. 공깃밥으로 따지자면한 그릇당 100원을 더 쳐서 300원을 보장해달라는 요구였다. 국민 생활비에서 쌀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1인당 1만 원 정도, 물가상승의 요인도 되지 않았다.

 강신명은 이임사에서 "시위대가 폭력을 일삼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그릇된 풍조가 해소될 수 있도록 경찰을 응원해달라"
고 말했다. 칠순을 바라보는 농민이 최루액이 잔뜩 섞인 물대포의 집중 살수를 받아 사경을 헤매는 중이었다. 그러나 강신명에게 백남기 농민은 ‘폭력을 일삼으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갑호비상명령을 내려 쓸어버려야 할 폭도이자 테러리스트일 뿐이었다.
그는 ‘정치‘를 할 생각이 있다며 부끄러움 없이 향후 계획을 이야기했다. 2016년 9월 12일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강신명은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무단횡단으로 교통사고가 나서 다친 사람에게도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퇴임식에서, 강신명의 가족은 ‘자랑스러운 우리 아버지 사랑합니다‘ 라는 플래카드를 준비해 와 다정하게 기념촬영을 했다. 그리고 그 사진은 보란 듯 언론에 보도되었다. 자신이 경찰 수장으로있을 때 벌어진 사건으로 한 집안의 아버지이자 남편이 생사를 넘나들고 있었다. 언론에 공개한 저 가족의 화목한 이벤트가 누군가에게는 평생 씻을 수 없는 모욕이 될 것임을 그들은 정말 몰랐을까.(158~159쪽)

결국 윤서인과 김세의는 그런 사정이 있었는지 몰랐다는 초라한 변명을 늘어놓은 끝에 "백민주화 씨 죄송합니다" 라는 한마디를 던졌다. 하지만 가족들과 대책위는 이들에게 응당의 죄값을 묻겠다는 신념에는 변화가 없다. 이들이 그동안 악의적으로 괴롭힌사람들이 백남기 농민 가족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구의역 사망사고 희생자 등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들의 고통을 신나게 조롱해왔기 때문이다. 그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이 고소의 목적이다.
재판이 있던 그날 법정에서 고개를 숙였던 그들은, 자신의 SNS에 재판이 끝난 후 강남의 양식당에서 먹은 음식 사진을 잔뜩 올리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윤서인과 김세의는 2018년 10월 26일각 벌금 700만 원의 유죄 선고를 받았다.(161~162쪽)

가을걷이를 마치고 쉴 틈도 없이 백중밀 파종을 한 뒤, 백남기농민은 서울로 올라갔다. 추수와 파종의 맞물림 속에서 평생을 살았던 이다. 하지만 백남기 농민의 마지막 농사는 씨앗을 뿌리는일에서 멈추었다. 추수는 끝내 다른 이의 몫으로 남겨두고 말이다. 이웃에게 모든 것을 내주고도 더 내줄 것을 찾던 백남기 농민의 성정이 그가 짓던 밀농사와 많이 닮았다. 그는 밀농사의 교본대로 살다 떠났다. 서두르지 않고 들뜨지 않되 시련을 성장의 계기로 삼았다. 그리고 자신이 뿌린 씨앗이니 자신의 몫이어야 한다.
고도 여기지 않았던 삶이었다. 뿌리는 자와 거두는 자가 같지 않아도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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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날의언어님 메리클스마스~

봄날의 언어 2018-12-25 13:27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도 크리스마스 이브 잘 보내셨나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