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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제국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의 세계를 탐험하다
칼 짐머 지음, 이석인 옮김 / 궁리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다니는 카페에 어떤 분이 올려주시는, 한겨레 신문의
[아깝다 이 책!] 소개글들을 지켜보다가 끌리는 책을 사두는데,
드디어 그 중 한권, [기생충 제국]을 다 읽었네요.
읽은 소감, 아아아아......
충격, 공포, 허탈, 그리고 깨달음.
기생충이 스스로 생활할 능력도 없는 하등 생물에 불과하다는건 오해일 뿐,
생물계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꼭대기를 차지하는 이 너무나 작고 작은 요물은
숙주를 자신의 먹이기계로 만들어버리는 고도의 정신적, 화학적 조작도 우습게 합니다.
수많은 생명체를 멸종시키는 인간도 지금껏 단 한종류의 진핵생물의 백신도 만들지 못했고
적혈구를 먹어치우는 말라리아 열원충이든 18 미터까지 자라는 촌충이든 괴물이빨 구충이든
인간의 몸속에서 암수가 껴안은 채 30년도 넘게 살며 수백만개의 알을 낳는 흡충이든,
왠만한 기생충들은 퇴치방법은 커녕 그 기본적인 생태조차 이제 겨우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저요? 갈수록 흥미진진한 내용에 너무나 감동(?)을 받은 나머지,
바쁜 와중에도 일부러 약국가서 구충제 사와 애들 먹였습니다 -.-
하지만 전세계 인구의 1/3, 서유럽 특정지역은 90% 가 가지고 사는 톡소포자충이나
특정 지역에서는 전체 달팽이의 40% 몸속에 가득 찬 흡충의 미사일 유충들도,
이것을 박멸하여 없애버리려고 나서는 것이 꼭 옳은 방법인지는 의문이라네요.
기생충은 아득한 옛날부터 숙주와 기생, 공생하며 숙주의 진화에 적극 관여해왔고
궁극적으로 전체 생태계를 감시하고 조절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합니다.
인간도 각종 기생충들과 면역체계가 싸우며 이기고 지면서 진화과정을 밟아왔기에,
기생충이 거의 박멸된 선진국은 자신의 면역체계라는 새로운 적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면역체계가 자신의 소화기관을 공격해서 초토화시키는 장염이나 크론병, 천식, 아토피...
고삐풀린 면역체계가 날뛰어 생기는 각종 희귀병이 만연하는게 꼭 우연일지 되묻습니다.
생태계에서의 기생충의 역할과 위치, 그 생태를 추적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노력...
책을 덮자 정말 끔찍하면서도 눈을 감을 수 없는 파노라마 한편이 지나간 듯 합니다.
책을 번역하신 분은 저명한 의사이십니다.
너무나 전문적인 내용을 참 잘 번역하셨다는 느낌입니다. (고생 무진장 하셨겠다는..)
옥의 티라면, 교정과정이 급했던 모양인지 오타나 비문이 꽤 눈에 띄어 아쉬워요.
기회만 주어진다면 제가 전체적인 오타(!)만이라도 싹 검수해서 재판 찍고 싶은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