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드렁크, 러브
보리 지음 / 해빙기프로젝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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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비드19가 바꾼 가장 큰 변화는 바다를 건너가는 꿈을 당분간은 꿈만 꾸게 만든 일이다. 스물 네 살 되던 해 첫 바다건너 여행을 떠났다. 남동생의 제대 기념으로 가족이 중국여행을 패키지로 다녀왔었다. 그 때 부모님이 꽤 큰돈을 우리 남매에게 투척해 주셨는데, 지금은 어디 있을지 모를 사진, 비디오 테잎만 남았다. 여행 내내 캠코더를 돌려 촬영하는 동생모습이 얄미웠던 기억이 난다. 이십 대- 자기밖에 모르던 우리 남매는 여행 내내 다투었고, 여행사 투어로 충분히 값을 치렀음에도 현장에서 더 지불해야 하는 옵션에 짜증이 났었다. 다녀오고 나서야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다시는 못 갈 것 같다. (가족여행도-패키지여행도...)

이 후 몇 년에 한 번 씩 나도 열심히 돈을 모아 바다를 건너는 꿈을 이뤘다. 어떤 때는 사진으로, 또 여행지에서 티켓, 리플렛 등 별별 것을 부지런히 모은 것으로, 일기에 끼적인 글로... 무언가를 열심히 남겨 놓았다. 하지만 정리하지 않은 것은 기억이 일상 속에서 흩어지듯이 어느 순간 다 흩어져버렸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공감 할 것이다. 요즘은 sns 플랫폼이 다양해서 조금만 시간 들이면 낯선이에게 여행지 정보를 나누고 차곡차곡 바다건너 간 컬렉션을 남겨둘 수 있다. (솔직히 어떤 것은 콜렉션 과시용 같지만...)

그럼에도

현지에서 여행 중에 엽서를 써서 직접 보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녀의 엽서를 훔쳐보는 것이 젤 재밌었고, 읽는 내내 그녀의 여행과 나의 여행이 겹쳐지기도 하고, 나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른 여행 책처럼 정보를 원한다면 이 책은 그렇지 않다. 그냥 편지로 시작해서 편지로 끝난다. 하지만 그 안에는 생각만 하고 엮어내지 못했던 나와 같은 보통 사람들의 여행, 좀 특별해 보이지만 부러운 가족애, 돈 많아서 다니는 여행이 아닌 빡빡한 일상에서 알뜰살뜰 모으거나 횡재(?)수가 좋아 떠난 행운, 그래도 아끼고 아껴야 했던 일정, 사람 또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임시보관함-보낸편지함-내게쓴편지함-스팸편지함-받은편지함의 글 구성도 새롭다.

편지를 매개로 자신의 10년을 정리한 그녀의 부지런함이 부럽다. 그리고 그녀만의 추억일 수 있는 이야기를 글로 잘 정리해 주어 고맙다. 나도 그녀처럼 숙제로 남겨두었던 여행을 사진부터? 뭐라도 하나 정리해 보고 싶지만, 어렵다. 정말...

코비드19가 끝나면 사람들이 꼭꼭 참아두었던 여행을 폭팔하듯? 떠날까? 여행업계에 종사한 분들이 일자리를 많이 잃어 안타깝다. 하지만 그간 바다를 건너는 꿈은 깊이보다는 양에 너무 치중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이시간이 꿈에 대해 다른나라와 문화에 대한 동경하는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다시 하늘과 땅의 길이 열리길 기다리는 시간동안 간절한 마음을 잘 정리하고 싶다. 정말 가고 싶은 곳을 손꼽아 귀하게 가고 싶다.

하늘길이 막혀 우리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 다시 언젠가 또 하늘길이 막힐 줄 모른다.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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