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꼭지도 소위 말하는 요즘 감각이다. 글제목도 흥미롭다. i+i 사람과 사람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이다. 픽션과 논픽션의 갈래도 흥미롭다. 보통 소설, 논단, 특집으로 갈래 짓는데 픽션과 논픽션이라니...경계를 넘나드는 글을 만났다. 편집자의 기획의도가 아닌가 싶다. 요즘 우리 삶이 그렇듯 현실과 비현실, 사실과 소설이 넘나드는 삶이 현실이다.
넷. 가장 흥미로운 꼭지는 그래픽노블이다. 나에게는 글밥있는 책으로 좀처럼 넘어가지 못하는 딸을 위해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순간 '시간여행자.''앵무새죽이기'등 그래픽 노블로 멋지게 재탄생된 작품을 만났다. <멋진신세계> 제일 먼저 읽었다.
다섯. 이제 다시 차례로 읽는다. 책장을 넘기니 옛 책을 다시 살려내는 장인의 손 땀을 사진으로 만난다. 멋스러웠다. 다시 문예지를 새롭게 세우겠다는 뜻으로 읽혀졌다.
<앞 장과 뒷 장사이의 우주 by 문제혁>
종이 한 장을 조심스레 한 끝을 쥐고 뒷 장으로 넘긴다. 이 때 앞 장에서 넘어가는 글자들은 어떤 기분일까? 뒤로 쏟아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을까? 조용히 뒤를 따를까? 내가 느끼지 못하는 찰라 글자들은 그 종이 위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을까?
문득 그의 글을 읽고 찰라 안에 담겨있는 우주가 더 생생히 떠올랐다. 앞 이야기에서 뒤 이야기로 넘어갈 찰라. 작가는 잠깐 멈춰서 커피 한 잔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커피 원두 한 알에 담긴 땀과 빛... 커피를 내리며 방안 가득 담긴 향기, 사각 거리던 키보드가 잠깐 멈추고, 찻잔과 찻받침이 부딪치는 소리가 채운다. 그 사이에는 우주가 담겨있다. 책의 앞 뒷 장에도 우주가 담겨 있는데. 내가 발 붙고 살고 있는 이 찰라에는 얼마나 많은 그 들의 우주가 - 더 큰 우주가 담겨있을까? 우리는 쉽게 우리가 속한 곳에서 다음세대- 세대교체를 말한다. 하지만 찰나의 우주를 깨닫는 이 찰라...이제 쉽게 정체되었다. 또는 바뀌어야 한다.는 말을 더는 못할 것 같다. 무언가 바뀌는 찰라에 사실은 더 많은 것들이 앞 에서 밀어주고 있었다.
<두 사람의 내력 대기 by 최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