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세상을 담다
이호용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소리 하루에도 지금 찰나에도 내가 깨닫든 그렇지 않든 수많은 소리가 생성되고 소멸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계초침소리, 냉장고 모터소리, 키보드 자판소리, 건조기의 기계음, 창밖의... 깨달았다 해도 이 찰나의 많은 소리중 하나를 나는 선택한다. 찰나의 동시에 존재하는 소리들 중 나의 선택을 받는다. 어떤 소리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다른 것은 무엇을 떠올리는 사물의 소리로 또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소음으로 평가된다. 소리가 내 귀로 들어와 그 들 사이의 경쟁을 통해 선택되어도 다시 평가라는 절차가 남아있다. 소음이라도 기억 할 테고 어떤 것은 아름다워도 기억에서 버려질 것이다.

제목 하나 만으로도 소리에 대한 생각에 머문다.

저자 이호용...사운드 크리에이터 이자 전자음악 작곡가, 아 돈벌이는 되는 일인가? 라는 일차원 생각을 잠시 떠올렸다. 부록에서 저자의 작품 목록이 나와 있어 몇 개를 찾아봤지만 익숙하지 않아 검색이 쉽지 않았다.

우선 그냥 읽기로 했다.

담아 둘 수 없는 소리를 담기위해 음악적 기호가 아닌 언어로 풀어내다 보니 한 문장 한 문장 힘들여 쓴 낱말을 곱씹어야 했다. 쉽게 휘리릭~ 읽히지는 않는다. 뭔가 흥미로운데 생소한 분야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소리라는 익숙한 분야이기도 해서 낱말을 붙잡고 생각해 보면 또 그리 이해가 어렵지는 않다.

소리와 이야기

중국의 전통그림 만화경 풍경사진으로 소리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part는 ‘소리로 하는 이야기’로 제목붙이면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최초의 이름, 소리 telling은 calling에서 시작된다. 가장 오래된 이야기 방법은 소리를 통한 만남과 대화이다. 저자는 ‘무슨 이야기를 어떤 소리로 전달했을까?’ 빛, 소리, 문자, 이미지, 진동으로 소리이야기를 창조한다고 하는데... 소리이야기도 듣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 몸짓, 눈빛, 감탄, 몸의 감각이 느끼는 진동과 발견해 내는 진동의 상호관계가 소리이야기를 완성한다.

이야기의 진화

소리이야기의 과정, 주로 저자가 작업하고 연구하는 분야에 대한 설명(친절하게)하고 있다. 읽으면서 처음 듣는 낱말은 네이버(naver)에게 물으며 읽었다. 음악을 사이 예술이라 한다. 음과 음보다 그 사이에서 공명과 쉼으로 만들어지는 리듬이 음악의 중요한 요소다. 소리이야기도 우리가 익숙한 음악과 비슷한 과정을 통해 창조되는 것 같다. 뭐 요즘 현대음악 장르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다. 저자는 인터미디어의 개념을 자신의 작업 사이에서 이해한 낱말로 설명하고 있다. 같은 내용을 다른 낱말로 여러 번 언급하여 강조하는데 나에게는 이 설명이 가장 이해가 쉬웠다.

인터미디어는 표면적으로 미디어와 미디어 사이, 즉 수많은 조각들 사이에 존재하는 틈과 같다. 그 틈은 벌어진 것이 아니라 감춰진 것으로 각각의 미디어 조각들이 흘러 떠다니면서 이어지도록 존재하는 공간이자 세상이다.

또한 새로운 예술그룹의 플랙서스 운동이 흥미롭다. 이야기, 노래, 말은 태초부터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는 앤더슨의 주장처럼 무엇 뿐 아니라 어떻게 와 흐름이 연결된다. 이후 라디오와 소리이야기 플랫폼, 녹음기로 이해해 볼 수 있는 소리를 담는 고정매체 어쿠스마틱공연등을 소개하고 있다.

소리이야기 창작여정

사운드스토리텔러 : 언어가 아닌 소리로 이야기 하는사람

조금 더 자세하게 소리이야기전달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듣는이에게 다가가는지 설명하고 있다. 드디어 유튜브가 아닌 구글에서 그의 작품을 찾았다. (아! 요즘 왠만한 검색은 유튜브인줄 알았는데 구글링부터 할 걸...) 그의 작품을 들으며 책을 읽으니 한 걸음 풀쩍~ 이해할 수 있었다. (아~~소리이야기가 이거구나!)

https://m.soundcloud.com/hnext5/habits-of-01-excerpt

뒤이은 part에서는 그가 작업한 project의 의미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작품을 하나하나 찾아서 읽으면 part3 과 마찬가지로 더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겠다.

처음에는 조금 생소했지만 그의 소리이야기 작품을 들으며 좀 더 생생하게 이해되었던 부분은, 아무래도 익숙한 우리말이 들리고, 우리가락과 규칙적인 반복 음이 익숙한 소리로 다가와서 그런 것 아닐까? 듣다보니 뭔가 나의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가게 되었다. (물론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뒤에 설명을 읽고 알았지만...) 그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추상적, 관념적 표현을 소리로 구체화 하는 작업이 가능한 것은, 그 중심에 ’경험하는 몸‘이 있고, 바로 이 몸 곳곳에 각인되 기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칼 융이 제시했던 집단무의식 개념을 상기해본다면 역사의 흐름속에서 특정 문화권에서의 사람들이 갖는 공통된 집단 경험을 통해 보편적으로 각인된 기억이라는 것이 있다. 바로 나는 이러한 지점에서 나만의 사운드스토리텔링을 이어간다.

저자의 인문학적 이해에 바탕을 둔 소리이야기라는 작업이 전달되는 행위를 통해 다시 인간에게 향하고 있음으로 이해하면 될까?

세상 만물의 현상, 그들에 내재된 우주질서 중 하나인 소리공간을 읽고 보는 방법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새로운 언어로써의 소리로 표현할 것인가

소리를 담은 이야기구조를 만들기 위한 과정 중에 있는 핵심활동인 녹음이라는 기록 및 보존의 행위자체가 무언가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로써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좀 어려웠지만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새롭게 만나고 관심 가는 인간을

탐구하듯 새로운 소리이야기를 탐구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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