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운영이 만난 우리시대 진보의 파수꾼 - 사람과 사람 1
정운영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故정운영 교수가 TV토론의 사회자가 된 이후로 토론 문화에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목소리 크고, 말 길게 하는 놈이 대장 노릇을 하던 난장판이었는데, 정운영 교수는 중언부언 하는 놈의 말을 딱 잘라버리고, 삼천포로 새려고 하면 귓볼을 잡아 다시 제 자리로 끌고 오는 새로운 진행 방식을 취했다. 거기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민망할 정도로 엄격했지만, 정말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노회찬에 대한 인터뷰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 책 역시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훌륭한 책이다. 아마 이대로 인터뷰가 이루어졌다면 노회찬도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인터뷰에 감동하지 않았을까.
노회찬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엮어냈기 때문에, 노회찬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그냥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라 생각하고 재미삼아 읽어볼 만 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40대 위기론에 대한 노회찬의 말,
"예전부터 저는 40불혹을 논어와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30이립이란 서른이 되어도 제 발로 서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니 제 발로 서야 한다는 뜻이고, 40불혹은 마흔이 되면 특히 유혹이 심하니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며, 50지천명은 나이 오십이 되어도 인생의 의미를 모르기 십상이니 천명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고, 60이순은 환갑이 되어도 말이 순하게 들리지 않으니 어떤 말도 평안히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정운영 : 현재의 노동운동이 귀족화한다는 비판이 있는데요
"(생략) 오늘날 상대적으로 고임금 계층인 일부 대기업 노동자들을 노동 귀족이라 부르는 것은 노동운동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들의 고임금은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보아야 하며, 자신들의 투쟁과 기업의 지불 능력이 빚은 결과일 뿐입니다.(생략)"

그러나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은 노회찬은 보수에게도 외면받는 한나라당은 곧 망할 것이라는 예측을 했는데 (2004년 12월 책이다), 올해 지방선거의 한나라당 압승을 보면...쩝.

이 책에 한나라당 홍준표가 노회찬을 격려하는 글을 실었는데, 내 생각에 그건 노회찬이 자기 고려대 후배라서가 아닐까 한다.--이념도 넘어서는 고대파워입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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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6-10-11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념쯤은 가비얍게 넘는 고대파워^^ 5년간 고대 후문 옆에서 산 주민!

수퍼겜보이 2006-10-12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명한 산책님 ^^;;오랜만입니다~

수퍼겜보이 2006-10-1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저야말로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