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시대. 폭격이 난무하는 보이는 전투도 있지만, 도시 곳곳 깊숙한 곳에 숨어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전투도 있다. 생활 속에 숨어 기밀을 전하고 정보를 교란하고 적의 세력을 막는 비밀 요원들. 그중에, 아무에게도 기억되지 못할 뻔한 여자 요원들이 있다. 누구보다 용감했던 그녀들이.1946년의 그레이스와 1944년의 엘레노어, 마리의 시점이 교차되며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한 여성의 성장 이야기이자 여러 여성들의 용기에 대한 이야기이고, 저버리지 말아야 할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쟁의 참상에 마음 아파하고, 진실은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잔혹한 전쟁 이야기지만 너무 우울하지 않으면서 긴박함과 처절함을 잘 담고 있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그레이스 시점의 챕터들과 그레이스의 행보에 작가가 담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실려 있는 듯 해서 인상적이었다.약간의 스릴과 더불어 기억에 남을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소설 추천!
더 나은 것이 있다. 춤추는 것. 춤춰야 할 이유를 기다리지 말것. 그냥 춤출 것. 마치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내키는 대로 흥겹게 춤을 출 것. 삶이 행복해도 춤을 추고, 삶이 괴로워도춤을 출 것. 그리고 시간이 다 되어 춤이 끝나면 이렇게 말할 것.아니, 외칠 것. 다 카포! 처음부터 다시 한번. - P389
우리, 다시 여행을 하는 거야.시간 속에서, 기억 속에서, 이미 네게 기억이 많잖아. 우리는우리를 잊지 못하잖아. 곱씹고 싶은 얼굴도, 혀끝에 미세하게 남은 맛도, 한없이 헤매고 싶던 오전도, 더 바랄 게 없다.싶었던 오후도, 웃다 지친 밤도, 잠들고 싶지 않던 새벽도,네 속에 다 남아 있잖아. 여행 가방이 턱턱 튕기던 돌길도,해보다 먼저 올랐던 성곽도, 비가 오던 숲길도, 구원처럼 나타났던 찻집도, 아주 다 사라진 건 아니잖아. 그곳을 여행하는 거야. 생생하게 되살리는 거지. 좋아하는 사람이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어. 간절한 사람이 더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어. 여행을 좋아하는 네가 먼저 여행을 시작하는 거야. 좋아하는 여행을 구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야. 가장 좋아하는집에 앉아서 가장 멀리 떠나보자. 그러기에 딱 좋은 시간이우리에게 도착한 거야. 문득 기억이 간절해지는 시간이 찾아오면 다시 또 펜을 들자. 편지를 쓰는 거지. 여행을 사랑하는 너에게, 아무래도 여행만은 포기할 수 없는 너에게. - P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