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믿음의 글들 166
조셉 딜로우 지음, 김선형 옮김 / 홍성사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성경 아가서는 희한하다. 처음 성경을 읽는 사람은 왜 아가서가 성경에 들어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가서에는 어떤 교훈적인 사건이 나오지도 않으며, 심지어 하나님을 직접 언급하는 경우도 드물고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집어낼 만한 구절도 많지 않다.

보수적인 교회에서 아가서는 하나님과 이스라엘 간의, 혹은 하나님과 신자 간의 사랑에 대한 비유(알레고리)로 해석되어 왔다. 따라서 인용되는 구절도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고...'), 문맥을 무시한채 가스펠 송 가사로 활용되기도 하였으며('동남풍아 불어라 서북풍아 불어라 가시밭의 백합화'), 심지어 표준새번역 성경이 나왔을 때 그 표현의 정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나에게 입맞춰 주세요, 숨막힐 듯한 임의 입술로').

아가서는 영어제목대로 노래 중의 노래, 문학 중의 문학으로, 아무리 비틀어 보려 해도 남녀간의 사랑을 솔직하게 다룬 문학작품이다. 조셉 딜로우의 해설서 '아가'는 이 점을 명백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아가서가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현대 독자는 그 사랑 표현의 방식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상대 여성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표현들이 너무 낯설고, 가끔은 뜬금없는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다, 화자도 남자-여자-코러스로 순식간에 바뀌곤 한다.

딜로우의 '아가'를 읽으면, 많은 의문이 해결된다. 저자는 상식적이면서도 정통적인 해석을 과거의 주석들을 참고하면서 전달함으로써, 독자가 원문의 강렬한 사랑의 이미지들을 생생하게 느끼게 도와준다. 저자의 해설을 읽다보면 아가서가 얼마나 '야한' 책인지 새삼 느끼게 되고, 그만큼 아가서의 힘은 살아난다. 또한 거룩한 성경에 이런 글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유대인들은 아가서를 결혼 축제 때 모여서 낭독하며, 이 때 미성년자들은 끼워주지 않았다고 한다. 성경 중에서 유일하게 '미성년자 가독불가'였던 셈이다. 그동안 억지로 거룩하게만 해석하려고 애써왔던 아가서를, 혹은 매우 지루하게 느껴졌던 어설퍼 보이는 사랑의 시를 원문의 힘 그대로 가까이 다가가게 해주는 좋은 해설서가 딜로우의 '아가'이다.

다만 한 가지 흠을 잡자면, 각 장의 말미에 나오는 적용 부분은 다소 구태의연한(?) 내용이 많고, 아가서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다소 방해가 되는 곁다리 이야기들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생각된다. 사실 성경을 올바르게 읽고 해석하려면 적용의 문제도 중요하겠으나, 이 책에 실린 적용의 내용은 결혼이나 가정을 다루는 다른 좋은 기독교 서적에 비해 크게 새로운 것이 없다.

기독교인으로서 성(性)의 문제에 대한 신선하고도 솔직한 성경의 한 목소리를 듣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심지어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서 아가서를 접해볼 기회를 본서는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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