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학교’ 7년 성적표, 이만하면 100점 아닌가요?
한겨레 권복기 기자 이정아 기자
»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 지난 2000년 설악산 오색약수터 부근 마을로 내려온 우성숙씨는 단희(왼쪽), 남호 두 아들이 커서 다른 사람을 위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시골 생활 7년째, 설악산의 너른 품속에서 자란 두 아이는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단아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속초/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자연 속에서 ‘파랑새’ 찾은 우성숙씨네

커서 어른이 되면,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행복할 수 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취직을 위해, 취직이 되면 직장에서 살아남고 승진하기 위해, 나이가 들면 자녀들을 위해 참고 희생해야 한다. 행복한 시간은 늘 미뤄진다.

우성숙씨는 다르게 살기로 했다. 그는 아이들의 행복이 미래에 있지 않다고 봤다. 지금 행복하고, 오늘이 행복하고, 그런 오늘이 쌓여가면 아이들의 인생은 행복할 것이라고. 2000년 4월, 우씨는 두 아들과 설악산 오색약수터 부근 마을로 내려갔다. 사업을 하는 남편 김우석씨는 주말부부를 감수하기로 했다. 우씨는 아이들에게 유명 학원과 과외 대신 자연과 시골 생활을 스승으로 줬다. 그로부터 7년이 흘렀다. 우씨와 아이들은 행복의 파랑새를 찾았을까?지금의 행복을 왜 미루나

지난주 우씨는 시댁의 상을 치르러 대구에 갔었다. 주위에서 큰아들 단희 때문에 다들 한마디씩 했다.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힘든 세상에 고등학교에도 보내지 않는 게 말이 되냐는 거였다. 시골 고등학교를 다니는 둘째 남호(17·양양고1)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씨는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위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우씨는 자연이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고 있다고 믿는다.

두 아이는 자연 속에서 뛰놀며 자랐다. 여름이면 부근 남대천에서 멱을 감았고 겨울이면 차에 썰매를 달고 도로를 질주했다. 특히 산을 좋아하는 단희는 일주일에 세 번이나 대청봉에 올라간 적도 있다. “길가의 나무까지 기억한다”고 했다.

남호는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지난해 겨울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남호는 우씨에게 부탁해 서울 학원에 등록을 했지만 금방 내려왔다.

“여기서는 바깥에서 친구를 만나 공을 차고 농구를 하고 남대천에서 목욕을 하고 그렇게 노는데 서울의 학생들은 친구를 학원에서 만나요. 친구가 될 수가 없어요.”

두 아이는 설악산 자락에서 자연 못지않은 스승들도 만났다. 첫 스승은 단희와 남호의 담임을 맡았던 오색초등학교의 한 교사였다. 우씨는 그가 만든 상장을 보여줬다.

‘책임상, 남호는 한 번 하려고 마음먹은 일을 끝까지 열심히 해서 다른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구나. 곶감 만들 새끼를 꼬는 일도 열심히 하였고, 공 찰 때는 세 번이나 넘어졌지만 벌떡 일어나서 뛰었지. 우리 반 모두는 이런 남호를 칭찬하여 상장을 준다.’

“아이들에게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을 가르쳐 주셨어요. 아침밥 먹고 오기와 엄마가 아침상 차리는 것 도와주기가 숙제였는데 숙제 검사를 해서 아침밥을 먹지 못한 아이에게는 라면을 끓여주시곤 했습니다.”

또 다른 스승은 같은 동네에 사는 신명환씨. 사부님으로 불리는 신씨는 아이들에게 걸림없는 삶을 보여줬다. 쌍절곤, 장봉술, 낙법 등 무술부터 골프와 스킨스쿠버까지 자신이 배운 모든 것을 ‘어린 제자’에게 가르쳤다. 차에 태우고 가다 내려놓고 집으로 찾아오게 만들기도 했다. 단희는 중학교 때 신씨로부터 술을 배웠고 물론 금방 끊긴 했지만 담배도 배웠다. 심지어 성교육도 받았다.

“신 선생님은 못하게 막아 아이들이 갈망하도록 하기보다 스스로 해보고 좋고 나쁜 것을 분별해 선택하도록 하셨어요.”

명상 선생님도 생겼다. 우씨에게 명상을 가르쳐준 류성천씨. 아이들이 고민이 생기면 “사람이 살다 보면 된똥을 눌 때도, 무른 똥을 눌 때도 있다”며 편한 말로 마음을 다독여 주는 이다.

물론 가장 큰 스승은 우씨다. 그는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줬다. 스스로 하는 법을 배우도록 하기 위해 늦잠을 자도 그냥 뒀다. 남호는 시험기간에 늦잠을 자서 2교시까지 시험을 보지 못한 적도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교복 다림질까지 혼자 한다. 솜씨에 놀란 이들이 물으면 “엄마가 안해주면 이렇게 돼요”라며 웃는 아이들.

7년 전 도시학교 벗어나
자연 선생님에 내맡겼다
스스로 공부하며 한의사 꿈꾸는 첫째
남 위할 줄 알고 제 생각 단단한 둘째
“이곳에 오길 잘했어요”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우씨를 자주 놀라게 했다. 단희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사형제와 관련해 토론이 벌어졌다. 담당 교사도 사형제를 옹호하던 상황. 단희 혼자 끝까지 반대했다고 한다. 강도가 너희 가족을 죽였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단희는 “누구나 잘못을 합니다. 그 사람도 참회할 기회를 줘야 합니다”라고 답했다. 또래보다 어른스러워서 그런지 단희는 자신보다 서너살 많은 친구가 많다. 단희의 꿈은 한의사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서울 노량진의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고 있다. 어려서 만화 동의보감에 푹 빠졌고 초등학교 1학년 때 천식이 심한 짝의 상태를 병상일기처럼 기록했던 그다.

학교생활과 친구를 좋아하는 남호는 공부를 잘해 ‘특별반’에 뽑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놀기도 좋아하고 운동도 잘해 ‘인기짱’이다. 친구들은 남호의 마음씀씀이를 좋아한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수학시험을 앞두고 남호가 우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친구에게 수학을 가르쳐주러 간다는 거였다. “너 공부는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친구 가르쳐 주고 남는 시간에 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습관적으로 학생들을 때리던 한 교사의 수업 시간을 앞두고 칠판에 ‘폭력은 싫어요’라고 써놓고 반 아이들을 몰고 남대천에 놀러 갔을 정도로 배짱도 있다. 3학년 때는 친구가 양보해달라고 하더라며 ‘따논 당상’이었던 전교 회장 출마를 포기했다.

“오히려 제가 욕심이 생겼는데 남호는 쉽게 내려놓더라고요.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이 되기보다 어떻게 사는 게 중요하지 않나요. 스스로 행복하고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커가길 바랍니다.” 우씨의 유일한 바람이다.

속초/권복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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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2007-03-2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어머니세요. 담아갈게요~
 

[말들의 풍경] <51·끝> 한국어의 미래
한국어의 세계화, 다양하고 알찬 학습교재 마련이 우선이다


교재를 여러 언어로 다양하게 마련해놓는 것은 외국인들의 한국어 학습 의욕을 북돋우는 길의 하나다. 길을 잘 닦아 놓으면, 그 길로 들어서 산책을 할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수천에서 1만 여에 이른다는 자연언어들 가운데, 그 말을 쓰는 사람 수를 기준으로 한국어의 순위는 어디쯤일까? 개별 언어와 방언의 경계를 긋기가 쉽지 않아서 한국어의 순위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흔히 아랍어라 부르는 서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 지역 언어를 그 고전적 형태(문어 형태)에 주목해 한 언어로 간주하면, 한국어의 순위는 아랍어보다 크게 뒤질 것이다. 그러나 각 지역마다 사뭇 다른 구어 형태의 아랍어들을 서로 다른 언어로 친다면, 한국어는 그 각각의 아랍어들(이집트 아랍어, 알제리 아랍어 등)보다는 큰 언어다.

이렇게 기준이 물렁물렁하긴 하지만, 순위를 얼추 가늠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남북한과 해외의 한인공동체 인구를 7,500만 남짓으로 잡으면, 그 사용자 수로 볼 때 한국어의 순위는 12, 13위 정도 된다. 1억 가까운 사람이 쓰는 독일어보다는 작은 언어지만, 7,200만 남짓 되는 사람이 쓰는 프랑스어보다는 큰 언어다. 수천이 훨씬 넘는 언어들 가운데 12, 13번째로 사용자가 많다는 것은 한국어가 매우 큰 언어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 12, 13위라는 순위만큼 한국어가 위풍당당하지는 않다. 우선, 순위의 앞머리 세 자리를 채우고 있는 베이징어(보통화), 스페인어, 영어의 사용자 수가 3억에서 9억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고작 수천만의 화자를 거느린 한국어의 비중은 탐스럽지 않다. 남한 인구가 정체 상태에 있는 데다가 북한 인구는 심지어 줄어드는 추세여서, 적어도 단기적으론 한국어 사용자가 늘어날 것 같지도 않다.

더구나 12, 13위라는 순위가 어떤 자연언어를 제1언어(모어,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 수를 기준으로 매긴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어의 상대적 위세는 훨씬 더 초라해진다. 사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수천개의 자연언어 중 한국어의 순위는 12, 13위
제2, 3 외국어로 배울 매력적인 조건들도 많지 않아

한국어 학습 외국인들“학습교재 단조롭고 부실” 불만
정부 추진 세종학당도 효율적 학습교재 마련돼야 실효

영어가 베이징어보다 훨씬 작은 언어고 심지어 스페인어보다도 약간 작은 언어라고 할 때, 그것은 이 언어들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 수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은 3억2,000만 남짓으로 추정돼 3억3,000만 남짓으로 추정되는 스페인어 사용자보다 조금 적다.

그러나 영어를 스페인어보다 비중이 작은 언어로 판단하는 사람은 없을 테다. 영어는 지구 행성의 보편어에서 그리 멀지 않는 국제 교통어의 지위를 이미 확립했지만, 스페인어는 이베리아 반도와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일부에 갇혀 있으니 말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제 모국어에 이어서 배우는 언어는 베이징어나 스페인어가 아니라 영어다. 영어는 스페인어나 (9억인의 모어인) 베이징어보다 비중이 큰 언어인 것이다.

한국어는 모국어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매긴 순위보다 교통어로서의 순위가 사뭇 떨어지는 언어다. 그것은 한국어공동체 바깥에서 한국어가 그리 매력적인 언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제1언어로 한국어를 익히는 사람은 제1언어로 프랑스어를 익히는 사람보다 많지만, 한국어가 프랑스어보다 더 비중있는 언어라고 판단하는 사람은 없을 게다. 프랑스어를 제2언어나 제3언어로 익히는 사람은 수억 명에 이르겠지만, 한국어를 제2언어나 제3언어로 익히는 사람은 아주 늘려 잡아도 수백만 명 정도일 테니 말이다.

교통어로서의 비중만 보면, 한국어는 모국어 화자가 6,000만이 안 되는 이탈리아어보다도 덜 중요한 언어다.

그렇다면 교통어로서 한국어의 미래는 어떨까? 다시 말해, 외국어로서 한국어의 미래는 어떨까? 이 질문은, 자신이 배울 외국어를 고르는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뭘까라는 질문과 관련돼 있다.

사람들은 우선,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이 쓰는 언어를 배우고자 한다. 어떤 언어를 쓰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언어의 커뮤니케이션 폭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국어 화자가 가장 많은 베이징어나 교통어 화자가 가장 많은 영어는 이 언어들이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제2언어 후보가 된다.

이미 많은 사람이 쓰고 있는 언어를 사람들은 배우려 들고, 그러니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은 더 많아진다. 부익부 빈익빈인 셈이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7,500만 남짓의 인구집단은 이 언어를 외국어로 배우고자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는 규모다.

그러나 모어 화자가 이렇듯 많은 데 비해, 한국어를 교통어로 사용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한국어 공동체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힘이 가까운 과거에 이르기까지 그리 크지 못했고, 한국인들이 역사의 오랜 기간 국제교류에 소극적이었다는 뜻이겠다.

이 점이 교통어로서 한국어의 가능성에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어를 외국어로 익히는 사람이 지금 적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우고자 하는 욕망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 다음, 첫 번째 조건과 부분적으로 겹치겠지만 중요성에서는 아마 으뜸으로, 사람들은 제게 경제적 이득을 베풀 언어를 제2언어로 배운다. 사람들이 (모국어 화자가 가장 많은) 베이징어를 제쳐놓고 영어를 제2언어로 배우려 드는 것은 영어가 경제활동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회사에 일자리를 얻으려 해도 영어를 다소 아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회에서 영어는 각급 학교의 필수 외국어로 지정돼 있다.

고를 권한을 학생들에게서 박탈할 만큼 영어는 온 세상의 교육과정에 깊이 뿌리내렸다. 그것은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의 경제적 힘과 관련이 있다. 북한과 함께 한국어 사용권의 핵심부를 이루는 남한 지역의 경제적 활력은 교통어로서 한국어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베트남이나 몽골처럼 한국과 경제관계가 긴밀해진 나라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셋째, 사람들은 문화 영역의 자아 실현을 위해 외국어를 배운다. 여기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허영심이다. 이를테면 프랑스어는 스페인어에 견주어 모어 화자가 훨씬 적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을 뺀 대부분 지역에서, 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우는 사람이 외국어로 스페인어를 배우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거기엔 프랑스어권에서 축적된 문화가 스페인어권에서 축적된 문화보다 더 풍요롭다는 판단이 개재돼 있다. (거기엔 또 부분적으로 정치적 이유가 개재돼 있다.

한 때 유럽의 중심국가로서 스페인 못지않게 넓은 해외 식민지를 경영했던 프랑스는 오늘날 유럽연합이나 국제연합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스페인보다 훨씬 더 큰 정치적 발언권을 지니고 있다.) 외국인들의 문화적 허영심을 만족시킬 매력이 한국어에는 넉넉하지 않다. 역사의 대부분 기간에 한반도 문화는 고전중국어로 다시 말해 한문으로 축적됐고, 한국어가 문화의 도구로서 본격적으로 행세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한 세기 남짓 전이기 때문이다.

넷째, 사람들은 배우기 쉬운 언어를 배운다. 다시 말해 제 모국어와 문법 유형이 비슷하거나 어휘가 닮은 언어를 익히려 한다. 일본의 경제력은 프랑스를 포함한 프랑스어권 전체보다 크다. 그렇지만 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 수는 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우는 사람보다 훨씬 적다.

그 이유의 큰 부분은, 앞에서 시사했듯, 프랑스어로 축적된 문화가 일본어로 축적된 문화보다 더 매력적으로 비친 데 있겠지만, 대부분의 언어권 사람들에게 일본어가 배우기 너무 어려운 언어라는 사정도 거기 포개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세계적 규모로 행사하는 경제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 다수는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문화권에 몰려 있다.

최근 들어 그 관계가 뒤집히긴 했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이나 스페인 사람들이 제2언어로 영어보다 프랑스어를 선호했던 것도 영어보다는 프랑스어가 이탈리아어나 스페인어와 더 닮아 배우기 쉬웠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연관효과’라 부를 만한 것도 학습동기 부여에 간여한다는 점을 지적하자. 사람들은, 꼭 제 모국어와 닮지 않은 언어일지라도, 서로 닮은 언어들이 많은 언어를 배우고 싶어한다. 이를테면 프랑스어를 외국어로 익힌 사람이 그 다음에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나 이탈리아어를 배우기는 쉽다.

네덜란드어를 외국어로 익힌 사람이 그 다음에 독일어나 덴마크어나 영어를 익히는 것도 쉽다. 그러나 동아시아 바깥 사람이 일본어를 어렵사리 배워보았자, 그 ‘연관 효과’로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는 한국어 정도다. 그러니 일본어는 동아시아 바깥 사람들에게는 덜 매력적으로 보인다.

한국어도 같은 처지다. 한국어를 익히는 사람들이 그나마 일본에 꽤 있는 것은, 두 나라 사이에 확대되고 있는 교류나 어찌해볼 수 없는 지리적 근접성말고도, 일본사람들이 배우기에 한국어가 비교적 쉽다는 데 그 이유의 한 가닥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로 앞에서 내비쳤듯, 사람들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까운 나라의 언어를 외국어로 배운다. 최근 프랑스어를 제치고 스페인어가 미국인들의 제2언어로 떠오른 것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를 비롯해 라틴아메리카 지역 대부분에서 스페인어를 쓰는 데다가, 미국 사회 안에 스페인어를 쓰는 이민자가 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적 인접 효과가 지리적 인접 효과를 상쇄하는 경우도 있다. 루마니아나 폴란드나 세르비아 같은 중부 동부 유럽 나라들은 지리적으로 프랑스보다 독일과 더 가깝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외국어로서 독일어보다 프랑스어를 더 선호한다. 그 나라들에 이런저런 이유로 프랑스 애호가 퍼져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최근 늘어난 것도, 일본인들에겐 한국어가 비교적 배우기 쉬운 언어라는 사정에다가, 지리적 문화적 인접성(‘한류’에 대한 친화감을 포함해)이 포개지며 나타난 현상일 테다.

이런 모든 조건들을 따져서 판단할 때, 교통어로서 한국어의 미래는 밝지 않다. 다시 말해, 한국어를 외국어로 배울 사람이 앞으로 크게 늘 것 같지는 않다.

한국어권 경제의 확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고, 학습 동기를 유발할 다른 요인들도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래도 간접적으로나마 한국어를 배울 의욕을 북돋을 길은 있다. 그것은 사전을 포함한 한국어 학습 교재를 될 수 있으면 여러 언어로 다양하게 마련해놓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과 대학과 연구소가, 한국어학자와 외국어학자와 교육이론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한국어를 익히기 시작한 외국인들이 흔히 투덜거리는 것이 너무 단조롭고 부실한 학습 교재에 대해서다. 일리가 있는 불평이다.

좀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어에 매력을 느껴서 이 언어를 배우길 우리가 바란다면, 그런 투덜거림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가 한국어를 보급하기 위해 세계 여러 곳에 세울 예정이라는 세종학당도 다양하고 효율적인 한국어 학습교재가 마련된 바탕 위에서야 제 구실을 할 것이다. 한국어는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조붓한 길이다. 시원하게 뚫린 한길이 아니다. 그러나 정성스레 닦아놓으면 그 길을 산책로로 골라 거닐 사람이 왜 없으랴.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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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인간아 > [퍼온글] 오드리 햅번이 아들에게 들려준 글..

매일 오는 메일중에 사랑밭 새벽편지란 것이 있다. 메일이 넘칠 때는 안 읽기도 하고, 한가할 때는 마음을 열고 읽기도 한다.

오늘 온 메일은 <오드리 햅번이 아들에게 들려준 글>이란 제목이었기에 유심히 봤고, 여기에 옮겨둔다.

 


 

  오드리햅번이 아들에게 들려준 글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져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된다.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위 내용은 오드리 햅번이 숨을 거두기 일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 때에 아들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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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대니 서의 집
대니 서 지음, 김은령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3년 1월
절판


빈티지 목재는 가격 부담이 적다. 나는 근처의 벼룩시장에서 미션 스타일로 만든 책상을 하나 발견했는데 가격이 50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특별히 비싼 가구는 아니었고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고급품도 아니었지만 오랜 세월을 견뎌 낸 그 모습과 독특한 세부 장식은 방 전체에 역사적인 분위기를 더해 주었다. 가구는 집이라는 건축물에 있어 보완물일 뿐이라고 믿었던 저명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처럼, 나는 새 가구와 오래된 가구를 잘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인테리어 용품 카탈로그에서 방금 빠져나온 듯한' 분위기를 방지할 수 있으며 동시에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반영된 독특한 생활 공간을 만들 수 있다.-81-82쪽

마지막으로 한마디 꼭 하고 싶은 말.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예술 역시 보는 사람의관점에 따라 다르다. 만일 자기 마음에 든다면 즐기면 그만이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골동품 상점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유화 한 점을 찾아내 간직하든, 사랑하는 사람에게 청혼을 하기 위해 차를 몰고 달려가다가 끊었던 속도 위반 딱지를 액자로 만들든 상관없다. 이런 기념품을 자랑스럽게 전시해 두면 지나간 시간과 경험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145-146쪽

정원을 계획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을 주변 풍경에 잘 어울리는 식물을 고르는 것이다. 씨앗은 바람이 부는 대로 날아다니다 자리를 잡고 덤불 숲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인간의 손길은 대자연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것에 부속적으로 약간만 더해져야지, 자연의 섭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일곱 난쟁이 모양으로 다듬어 놓은 회양목을 군데군데 심은, 흠 한 점 없는 잔디밭은 아름답기는커녕 기이하고 지나치게 통제된 느낌을 줄 뿐이다.-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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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찍은 사진 한 장 - 윤광준의 사진 이야기
윤광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멋진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카메라도 한 대 사고, 사진집도 열심히 들여다보고.. 하지만, 욕심만큼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한 때는 필름값에 현상비 꽤 들여가며 카메라를 여기저기 들여대보기도 했지만, 이정도면..하고 마음이 흡족해질만한 사진을 만들기는 정말 정말 힘들었다.

어느새 카메라를 들여대는 일도 점점 줄어들고.. 이제는 정말 드물게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 물론, 지금도 멋진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사그라든 것은 아니다. 멋진 작품 사진들만 바라보며 비슷한 사진을 만들어보려 흉내를 내보고, 그런 사진만이 모든 것인양 욕심을 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멋진 사진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작품 사진, 그것만이 멋진 사진은 아니라는...

이 책에 나오는 사진들은 어찌 보면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는 언뜻 그냥 스쳐갈 수도 있는 사진들로 보이는 것이 많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사진들에 담긴 이야기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긴다. 그 이야기가 소중하다면, 그 사진도 소중한 것이다. 멋지게 폼 잡는 사진이 아니라 소형 자동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그 순간이 사진속에 따뜻한 이야기로 잡힐 수 있으면, 그건 멋진 사진이다.

소형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자동 노출로 찍은 사진도 작가는 차별하지를 않는다. 오히려, 그런 사진을 찍으라고 얘기한다. 물론, 이 책에 그런 이야기만 있지는 않다. 사진, 카메라와 관련된 여러 지식들도 전해 주고, 전문적인 접사 사진을 위해 본인이 들였던 공과 시간에 대한 경험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이 책이 내 마음속에 크게 울리는 이야기는 소박하고 작은 내 주변의 내 삶을 사랑하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라는 것이다. 큰 카메라, 렌즈, 작품 사진.. 이런데 대한 욕심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순간순간 필름에 잡아놓은 나의 이야기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큰 작품이라는 것. 이젠 열심히 사진을 찍어댈까 보다. 욕심내지 말고 자동노출에 의존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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