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
이인규 지음 / 조갑제닷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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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 왈,
[‘힘센 나쁜 놈’이 누군지에 대해서 이인규 씨는 그때도 지금도 헌법이나 상식과 크게 다른 관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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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프레지던트 - 국가 기념식과 대통령 행사 이야기
탁현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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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온 힘을 다하는 사람은 멋지다.

아니, 온 힘을 다하는데 잘하기까지 하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


'대통령이 극한 직업이네' 싶을 만큼 문재인 정부 내내 나라는 안팎으로 다사다난했다. 하루하루가 어찌나 긴박하고 숨 가쁜지, 평범히 사는 시민조차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뉴스를 챙기기 바빴을 정도.

그런 시대를 살면서 취미(?)가 되어버린 일이 있었으니, '국가 기념식'을 실시간으로 보는 일이었다. 밖에 있어 실시간으로 보지 못하면, 집에 돌아와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았다. 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을 닦기도 여러 번. 그렇게 감탄하며 보았던 국가 기념식 뒤에는 의전비서관 탁현민이 있었다.


그런 탁현민이 책을 냈다. 문재인 정부 동안의 국가 행사 뒷이야기를 담았다. 의전비서관으로 근무할 때도 이따금 방송에 출연해 행사 뒷이야기를 전하곤 했는데, 한참 재밌을 때 인터뷰가 끝나곤 해 아주 감질이 났더랬다.

책에는 자세히 듣고 싶었던 이야기와 방송에선 언급한 적 없는 뒷이야기가 한 상 가득 실렸다. 대통령 일정을 준비하며 겪은 우여곡절에서부터 국가 기념식을 준비하며 했던 고민과 기념식의 의미, 해외 순방 뒷이야기까지.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풀어놓는 소회에서는 자신이 업으로 삼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과 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오희옥 애국지사의 올드 랭 사인(72주년 광복절 경축식)'과 '장군의 귀환(여천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식과 안장식)'.

'청와대', '국가 행사'라는 듣기만 해도 몸이 절로 경직되는 단어들로 이루어진 책이지만 문체는 꾸밈없고 때로는 유머러스하기까지 해 '빵빵' 터진다. 대통령의 한마디로 인해 한복 국무회의를 개최하게 되었는데, 회의 참석자들이 한복을 구하느라 한바탕 소란이 일었던 이야기. 이 소란통에 정작 의전비서관인 저자는 한복을 구하지 못해, 회의 당일에 황급히 전통의장대 복장을 빌려 입고 회의에 참석한 이야기.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때 얼떨결에 무대로 끌려 나온 대통령이 마지못해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탁 비서관과 눈이 마주친 이야기. 유럽 순방 때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했던 이야기들.


처음 프롤로그에서부터 마지막 에필로그까지 읽는 내내 수없이 코끝이 찡했다.

다시는 없을 5년이었다.


지난 5년 내내 '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략) 우리에게 쇼한다고 비난하는 사람치고 '쇼'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언젠가 했던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쇼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과 우리의 차이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가."

p.5


실수가 없을 수 없고, 때론 실패도 겪게 된다. 그렇지만 잊어버려야 했다. 내일 또 다른 일정과 행사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쉴 수 있는 자리가 아니고, 어떤 프로젝트 하나로 끝나는 일도 아니다. 실수를 잊고 다음을 준비하는 것은 성공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다. 나아지도록 노력하면 반드시 나아진다.

p.425


그때 탈을 쓴 누군가가 대통령 손을 이끌고 무대로 나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람들이 "와 대통령이 나오셨다. 신난다. 문재인! 문재인!"이라고 외쳤고, 한쪽에서는 "김정숙! 김정숙!" 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때 대통령 얼굴은 웃으셨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무엇인가, 아니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아!' 나는 대통령이 찾으시던 '누군가'가 나라고 확신하고 급히 몸을 숙였다. 잠시 후 엄청난 박수 소리와 환호가 터졌다. (살짝 일어나 보니) 대통령이 팔을 쭉 뻗으시고 덩실덩실 춤을 추고 계셨다. 얼굴은 웃고 계셨지만 여전히 누군가를 찾는 눈빛으로... 그때 그 눈빛과 내가 마주쳤고, 대통령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던 것은 오직, 나만 보았을 것이다.

p.150


'주문하면 그때부터 조리해서 30분 이내에 500명을 먹일 수 있다고?' 말도 안 되는 계획이었다. "장관님, 이거 음식 지금 주문해도 절대 시간 못 맞출 것 같아요." (중략)

여기저기서 의전비서관들과 외교부 장관들이 분주했다. 어떻게든 자국 정상을 챙겨야 하는데 음식이 나오지 않으니 다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준비해 온 도시락을 조용히 꺼냈다. (중략)

뒤에서 누군가 물었다.

"그 음식들, 그거 어디서 난 건가?"

"우리는 음식이 늦을 것 같아 도시락을 싸 왔다."

"아, 우리도 싸 올 걸 그랬다. 좋겠다."

"어, 부럽지. 부러울 거야."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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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붓다 - 바람과 사자와 연꽃의 노래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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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읽어보고 싶은데' 하고 눈에 밟히는 책 중에는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북드라망, 2021)도 있다. 저자는 고전평론가 고미숙. 우연한 계기로 《청년 붓다》를 통해 저자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인간은 죽고 태어나기를 되풀이한다는 윤회설, 새해가 되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절에서 소중히 가져와 현관에 붙이던 부적, 부처님께 108배를 하면 간절히 바라던 일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불교'라는 말을 접하면 흔히 이런 모습을 떠올렸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떤 작업을 계기로 불교를 다룬 책과 스님이 쓴 책을 여러 권 읽고, 불교 신문을 읽고, 유명한 스님들의 유튜브 설법도 챙겨보았다. 아이가 걸음마를 떼듯 하나둘 톺아나갔다. 그런데 어릴 적 어른들의 어깨너머로 보고 들으며 가졌던 불교의 이미지와 이제야 새로 알아가기 시작한 불교는 왜 이리 다르단 말인가. 불교에 없는 말은 아닌데, 와전되어 잘못 알고 있었던 이야기. 알면 알수록 '불교는 이런 거래'라는 해묵은 이야기들이 산산이 조각났다.


청년 붓다는 이른 나이에 어떻게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나.


고전평론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붓다의 생애를 시간순으로 들려준다. 붓다는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으며 어떻게 부처가 되었는가. 맛보기로 이야기하자면 붓다는 지금의 네팔 카필라바스투 지역에 터를 잡은 샤카족의 슈도다나 왕과 마야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왕자다. 12세에 태자로 책봉되는데, 이름은 '고타마 싯다르타'다.


문체는 구어체에 가까워서 제법 술술 읽힌다. 딱딱한 문체에 익숙한 터라 부들부들한 문체에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책 중반을 넘어서니 옆집 언니 목소리를 통해 듣는 듯 친숙하게까지 느껴졌다. '탐(貪), 진(瞋), 치(痴) 삼독(三毒)' 같은 조금은 생소한 불교 용어가 가끔 나오는데, 앞쪽에서 언급하며 풀어서 설명해 주어 그리 어렵지 않다.


불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차라리 삶의 철학에 가깝다.

붓다(석가모니)는 신이 아니다. 깨달음을 얻고자 한 우리 같은 사람일 뿐이다.


p.274

'불교'하면 가장 먼저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반야심경』의 구절이 떠오를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공(空)이 바로 연기다. 연기법은 생성과 소멸의 원리에 더하여 세계의 상호의존성, 곧 누구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이치가 핵심이다. 세상이 모두 연기적 조건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누구도, 그 어떤 대상도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신이건 인간이건 그 무엇이건. 이것이 바로 공의 핵심이다. 공은 '없다'가 아니다. '허무하다'는 더더욱 아니다. 무상하게 흘러가는 변화 그 자체다. 고로,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하다.

연기법을 깨닫는 순간 고타마 존자는 붓다가 되었다.


p.279

세계를 움직이는 다르마는 연기법이다. 만물의 상호연관성이 그것이다. 이 연기법을 모르면 무명에 갇혀 괴로움을 겪게 된다. 그럴 때 인간은 탐진치 삼독을 '내 것' 즉 '자아'라 여기고 그것을 굳게 지키려 한다. 한 철학자의 언어를 빌리면, '생명의 바다에 무명의 폭풍이 몰아닥칠 때 자아라는 괴물이 우뚝 솟아난다.' 이 자아라는 망상에서 벗어날 때, 그것이 곧 열반이다.


p.301

무아는 달리 표현하면 존재와 세계의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나라고 할 것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면 더 이상 이기적인 욕망에 복무할 이유가 없다. 자연스럽게 그 마음은 타자와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당연한 일이다. 나의 욕망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서 어떻게 타자와 연결될 것인가로 나아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 연결이 곧 생명이고 운동이다. 따라서 무아는 결코 허무주의, 비관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자아의 감옥에 갇혀 있다가 비로소 그 감옥의 벽을 부수고 나온 격이니 그야말로 환희용약하지 않겠는가. 그 자유와 기쁨의 파동이 마음의 경계를 넘어 확장해 가는 것이 바로 자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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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미술관 - 지친 하루의 끝, 오직 나만을 위해 열려 있는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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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새삼스레 곱씹어본다. 따분함을 견디지 못해 끝내 책장을 덮어버린 책은 그렇다 쳐도, 적어도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은 재미나게 읽은 만큼 선명히 기억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기억 속에 고이 담아두었다가 문득 생각날 때 꺼내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다고 모조리 필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책을 다 읽고서 '막연한 느낌'만 남는 나의 독서 방식을 어떻게 고쳐볼 순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떠올랐다. 한동안 살뜰히 챙겨본 예능 <알쓸인잡>에서 김영하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책을 읽고 나면 내용의 70% 이상은 바로 잊는다고. 하지만 책을 기분 좋게 봤다는 느낌은 남기 마련이라고. 아무래도 방금 다 읽은 책의 내용을 섬세히 떠올리지 못하는 건 나 뿐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위로의 미술관》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은 얻었지만, 어느 지점에서 왜 미소 지었는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들 내 탓은 아닌 거다. 틈틈이 펼쳐 읽을 때마다 마음이 따스해졌으니, 그걸로 되었다. 그럼에도 잡아두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끄적이는 중.


《기묘한 미술관》으로 독자들을 만난 적 있는 저자는 《위로의 미술관》을 통해 오늘날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회화 작품에 얽힌 이야기와 화가의 일생을 들려준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되는 날', '유난히 애쓴 날', '외로운 날', '휴식이 필요한 날'. 총 네 개의 장에 저마다 어울리는 화가를 배치했다. 화가 한 명당 6, 7쪽 정도의 페이지를 할애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위로'라는 책의 취지에 걸맞게 말이 쉽고 부드러워서 가뿐하게 읽기 좋다.

고흐, 모네, 모지스, 마티스, 프리다 칼로, 고갱, 몬드리안처럼 무척 익숙한 화가들에서부터 알폰스 무하, 조르주 쇠라, 귀스타브 쿠르베, 칼 라르손, 라울 뒤피처럼 어디에선가 한 번쯤 작품을 본 적은 있지만 이름은 생소한 화가들까지. 미술을 그리 깊이 알지 못하는 내가 읽기에 제격이었다.

다만 주제별로 화가를 엮어서 읽는 내내 시대가 끊임없이 넘나드니 누군가에겐 머리 아프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물론 조각난 시대를 퍼즐 맞추는 머릿속에서 끼워맞춰 보는 재미도 있다.


--p.134

뒤피는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 짓지 않았지만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 즐거움이 담긴 그림을 그렸지만, 그의 인생도 누군가의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린 시절은 가난했고, 작품 활동을 왕성히 하던 시기에는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으며, 노년에는 육체의 고통을 경험했다. 그의 인생은 그림 속 음표처럼 오르락내리락했고, 그가 사랑한 파도처럼 몰아치며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삶에 미소를 지으며 단조보다 장조를, 우울한 날보다는 눈이 부시게 빛이 좋은 날의 파도를 그려냈다. 그리고 모든 걸 경험한 그는 우리에게도 물러서지 말고 무엇보다 삶의 주어진 기쁨을 느끼라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


앞서 살다 간 화가들의 생애를 읽는데 왜 위로가 될까?

내가 좋아하는 이 그림을 그린 그의 삶도 나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구나. 사는 내내 힘들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던, 그저 나와 같은 사람이구나. 이렇게 삶을 마주한 한 인간으로서의 연민, 동지애 같은 것을 느끼기 때문 아닐까. 마냥 기쁨만 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삶이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뒤피는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 짓지 않았지만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평생 즐거움이 담긴 그림을 그렸지만, 그의 인생도 누군가의 인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린 시절은 가난했고, 작품 활동을 왕성히 하던 시기에는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으며, 노년에는 육체의 고통을 경험했다. 그의 인생은 그림 속 음표처럼 오르락내리락했고, 그가 사랑한 파도처럼 몰아치며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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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 개역판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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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책을 읽을 때, 작가가 어떤 생을 살아왔는지 떠올리며 읽는 편이다. 언제부턴가 그러기 시작했으니 그 '언제부턴가' 이전에는 그러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한데... 번역을 공부하면서 생긴 일종의 버릇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 책의 저자는 책 좀 읽는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빌 브라이슨. 미국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유럽을 여행하다가 반해버린 영국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영국 시민권을 획득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스테디셀러를 여럿 남긴 작가. 1951년에 태어났으니 지금은 일흔둘 정도 된 할아버지다. 여행작가가 쓴 과학책이라니. 책 두께는 제법인데 그 깊이도 두께와 같으려나. 반신반의하며 책을 펼쳤는데, 대뜸 빌 브라이슨이 축하 인사를 건넨다.


p.13

당신을 환영하고 축하한다. 나에게는 당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큰 기쁨이다. (중략) 우선, 당신이 지금 이곳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각자 떠돌아다니던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원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협력적이고 정교한 방법으로 배열되어야만 했다. 너무나도 특별하고 독특해서 과거에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존재하지 않을 유일한 배열이 되어야만 한다. 그 작은 입자들이, 우리가 바라듯이, 앞으로 많은 시간 동안 아무 불평도 없이 정교하고 협동적인 노력으로 당신의 육체를 유지시켜줄 것이고, 그런 노력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도 않을 우리에게 귀중한 삶을 경험하도로고 해줄 것이다.

서늘한 실험실 기운 물씬 풍기는 원자 단위의 깨알 같은 축하가 어쩐지 따스하다.


우주, 태양계, 지구를 이루고 있는 물질, 원자, 세포, 빙하기.

빌 브라이슨은 이런 것들에 대해 '인간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보다는 '인간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책에서 설명하는 방대한 지식을 온전히 머릿속에 욱여넣기란 불가능하지만, 인간이 어느 시기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디까지 알게 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은 한낱 먼지 같은 존재'라는 이제는 너무 뻔해 무감각해진 표현이 세상 절절히 와닿는다.


빌 브라이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류'의 역사는 '지구'의 역사를 기준으로 할 때 손톱의 때만큼이나 하잘것없다.


p.380

지구의 45억 년 역사에서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최근에 등장한 것인가를 더 잘 이해하려면, 두 팔을 완전히 펴고, 그것이 지구의 역사 전체를 나타낸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중략) "인간의 모든 역사는 손톱줄로 손톱을 다듬을 때 떨어져 나오는 중간 크기의 부스러기 하나에 들어간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더니, 온통 지구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잖아?'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면, 이쯤에서 이 책의 제목 '거의 모든 것(Nearly Everything)'이라는 말속엔 우주와 지구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손톱 부스러기만큼 사소한 '인류'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구의 역사 전체를 놓고 볼 때 손톱의 때만큼 사소한 존재인 인류는 끊임없이 지구를 생각하고 상상한다. 지구상에서 '상황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생물'도 우리 인간뿐이다.


책의 처음을 축하와 감사로 열었던 빌 브라이슨은 책의 마지막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행운과 능력으로 눈길을 돌린다,



p,536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우주에서 어떤 형태이거나와 상관없이 생명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과이다. 물론 인간인 우리는 두 배의 행운을 얻은 셈이다. 우리는 존재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치를 인식할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한 능력이다.







당신을 환영하고 축하한다. 나에게는 당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큰 기쁨이다. (중략) 우선, 당신이 지금 이곳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각자 떠돌아다니던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원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협력적이고 정교한 방법으로 배열되어야만 했다. 너무나도 특별하고 독특해서 과거에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존재하지 않을 유일한 배열이 되어야만 한다. 그 작은 입자들이, 우리가 바라듯이, 앞으로 많은 시간 동안 아무 불평도 없이 정교하고 협동적인 노력으로 당신의 육체를 유지시켜줄 것이고, 그런 노력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도 않을 우리에게 귀중한 삶을 경험하도로고 해줄 것이다. - P13

지구의 45억 년 역사에서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최근에 등장한 것인가를 더 잘 이해하려면, 두 팔을 완전히 펴고, 그것이 지구의 역사 전체를 나타낸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중략) "인간의 모든 역사는 손톱줄로 손톱을 다듬을 때 떨어져 나오는 중간 크기의 부스러기 하나에 들어간다." - P380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우주에서 어떤 형태이거나와 상관없이 생명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과이다. 물론 인간인 우리는 두 배의 행운을 얻은 셈이다. 우리는 존재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치를 인식할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한 능력이다. - P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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