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역사 - 개역판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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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책을 읽을 때, 작가가 어떤 생을 살아왔는지 떠올리며 읽는 편이다. 언제부턴가 그러기 시작했으니 그 '언제부턴가' 이전에는 그러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한데... 번역을 공부하면서 생긴 일종의 버릇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 책의 저자는 책 좀 읽는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빌 브라이슨. 미국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 유럽을 여행하다가 반해버린 영국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영국 시민권을 획득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스테디셀러를 여럿 남긴 작가. 1951년에 태어났으니 지금은 일흔둘 정도 된 할아버지다. 여행작가가 쓴 과학책이라니. 책 두께는 제법인데 그 깊이도 두께와 같으려나. 반신반의하며 책을 펼쳤는데, 대뜸 빌 브라이슨이 축하 인사를 건넨다.


p.13

당신을 환영하고 축하한다. 나에게는 당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큰 기쁨이다. (중략) 우선, 당신이 지금 이곳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각자 떠돌아다니던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원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협력적이고 정교한 방법으로 배열되어야만 했다. 너무나도 특별하고 독특해서 과거에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존재하지 않을 유일한 배열이 되어야만 한다. 그 작은 입자들이, 우리가 바라듯이, 앞으로 많은 시간 동안 아무 불평도 없이 정교하고 협동적인 노력으로 당신의 육체를 유지시켜줄 것이고, 그런 노력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도 않을 우리에게 귀중한 삶을 경험하도로고 해줄 것이다.

서늘한 실험실 기운 물씬 풍기는 원자 단위의 깨알 같은 축하가 어쩐지 따스하다.


우주, 태양계, 지구를 이루고 있는 물질, 원자, 세포, 빙하기.

빌 브라이슨은 이런 것들에 대해 '인간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보다는 '인간은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책에서 설명하는 방대한 지식을 온전히 머릿속에 욱여넣기란 불가능하지만, 인간이 어느 시기에 어떤 과정을 거쳐서 어디까지 알게 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은 한낱 먼지 같은 존재'라는 이제는 너무 뻔해 무감각해진 표현이 세상 절절히 와닿는다.


빌 브라이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류'의 역사는 '지구'의 역사를 기준으로 할 때 손톱의 때만큼이나 하잘것없다.


p.380

지구의 45억 년 역사에서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최근에 등장한 것인가를 더 잘 이해하려면, 두 팔을 완전히 펴고, 그것이 지구의 역사 전체를 나타낸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중략) "인간의 모든 역사는 손톱줄로 손톱을 다듬을 때 떨어져 나오는 중간 크기의 부스러기 하나에 들어간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더니, 온통 지구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잖아?'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면, 이쯤에서 이 책의 제목 '거의 모든 것(Nearly Everything)'이라는 말속엔 우주와 지구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손톱 부스러기만큼 사소한 '인류'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구의 역사 전체를 놓고 볼 때 손톱의 때만큼 사소한 존재인 인류는 끊임없이 지구를 생각하고 상상한다. 지구상에서 '상황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생물'도 우리 인간뿐이다.


책의 처음을 축하와 감사로 열었던 빌 브라이슨은 책의 마지막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행운과 능력으로 눈길을 돌린다,



p,536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우주에서 어떤 형태이거나와 상관없이 생명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과이다. 물론 인간인 우리는 두 배의 행운을 얻은 셈이다. 우리는 존재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치를 인식할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한 능력이다.







당신을 환영하고 축하한다. 나에게는 당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큰 기쁨이다. (중략) 우선, 당신이 지금 이곳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각자 떠돌아다니던 엄청나게 많은 수의 원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협력적이고 정교한 방법으로 배열되어야만 했다. 너무나도 특별하고 독특해서 과거에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절대 존재하지 않을 유일한 배열이 되어야만 한다. 그 작은 입자들이, 우리가 바라듯이, 앞으로 많은 시간 동안 아무 불평도 없이 정교하고 협동적인 노력으로 당신의 육체를 유지시켜줄 것이고, 그런 노력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지도 않을 우리에게 귀중한 삶을 경험하도로고 해줄 것이다. - P13

지구의 45억 년 역사에서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최근에 등장한 것인가를 더 잘 이해하려면, 두 팔을 완전히 펴고, 그것이 지구의 역사 전체를 나타낸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중략) "인간의 모든 역사는 손톱줄로 손톱을 다듬을 때 떨어져 나오는 중간 크기의 부스러기 하나에 들어간다." - P380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살아있는 모든 생물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우주에서 어떤 형태이거나와 상관없이 생명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과이다. 물론 인간인 우리는 두 배의 행운을 얻은 셈이다. 우리는 존재할 수 있는 특권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가치를 인식할 수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이제 겨우 이해하기 시작한 능력이다. - P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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