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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국내 유일 명화 104점 수록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고대 그리스어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65
호메로스 지음, 페테르 파울 루벤스 외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평점 :
전문가를 초빙해 영화 <오디세이> 스토리를 이야기하는 와중에, 누군가가 실시간 댓글로 ‘왜 자꾸 스포를 하느냐’라고 태클을 걸었다. 진행자가 맞받아쳤다.
“너네 3천 년 동안 안 읽고 뭐했어?! 뭘 스포야, 이제 와서 3천 년 만에~!!”
맞지. 3천 년 동안 안 읽은 건 나였다.
기원전 8세기경, 그러니까 약 3천 년 전 쓰인 걸로 추정되어 현존하는 서양 문학 중 가장 오래된 작품. 세계 명문 대학의 필독서라는 『오디세이아』를 난 몇십 년 동안 읽지 않았다. 그리스 신화, 서양 고대사엔 도무지 흥미가 일지 않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더랬다. 그러다가 영화 <오디세이> 이야기를 접했고, 영화를 두 번 보았고, 마침내 책을 펼쳤다.
‘3천 년 된 서사시라는 게 대체 어떤 느낌인지 한번 읽어나 볼까?’
이런 마음이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과정은 흡사 눈코입 있고 사지 달린 인형에 옷을 입히며 가꿔나가는 작업 같았다. 영화와 전문가들의 해설을 통해 접한 이야기의 기본 틀에, 영화에 다 담지 못한 세세한 요소를 나만의 상상력으로 덧붙여 가는 과정.
등장인물 이름은 왜 다 비스무리한 건지. 신은 또 왜 이리 많은 거며, 신은 왜 이 신과 결혼했는데 저 인간이랑도 결혼하는 것인가. 신과 인간의 족보가 꼬여서 헤아리기도 힘든 와중에 자기 핏줄은 왜 이리 끔찍이 아끼어 인간에게 무지막지한 벌을 내리는 것인지…. 그리스 신화와 서양 고대사에 흥미가 단 1%도 없는 난 이런 생각을 하며 스토리를 따라갔다.
그럼에도 마음에 박힌 장면들이 있다.
먼저, 신이 인간에게 잠을 내리는 장면들.
삶의 무게를 버거워하는 인간을 위해 신은 잠을 내린다. 인간이 잠드는 장면을 이렇게 따스하면서도 달콤하게 그릴 수 있다니. 당시의 가치관일까, 호메로스의 필력일까.
두 번째로, 이를테면 ‘히아신스와 같은 풍성한 머리채’와 같은 호메로스의 묘사.
호메로스가 그려내는 등장인물의 언행과 호메로스의 표현을 관찰(그렇다. 이번 ‘독서’는 거의 ‘서양 고대사 관찰’에 가까운 행위였다)하다 보면 3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 생각하고 행동하는 건 별반 다르지 않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동질감을 느끼다가도 ‘인간은 어쩜 이리도 한결같단 말인가’ 싶어 어처구니없고 환멸스럽기도 했다.
책의 <해설>에 이런 설명이 나온다.
고대 그리스 시인 헤시오도스가 자신의 서사시 『노동과 나날』에서 자기 시대까지의 인류 역사를 다섯 시대로 나누었다고 한다. 시간순으로 황금, 은, 청동, 영웅, 철 시대다.
그중 청동시대는 “인간들은 점차 거칠고 완고해졌으며, 청동으로 만든 무기를 들고 끊임없이 전쟁을 벌였다. (중략) 이 시대는 대홍수로 인해 종말을 맞았다.”라고 설명했고, 헤시오도스 자신이 살던 철시대는 “인간들은 점점 철면피가 되어 악을 부끄러워하거나 분노할 줄도 몰랐고, 결국 신들은 인간을 완전히 버렸다.”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지금 세상에서 신을 볼 수 없게 된 건 이런 이유인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다가 생각해 보면 나도 철면피이지 않은가, 라는 느닷없는 자기반성으로 독서 감상 마무리.
📖 p.523
“밤새도록 깨어 지키는 것은 고역인 데다 이제 너는 재앙에서 빠져나올 테니, 그만 잠에 사로잡혀라.” 여신은 이렇게 말한 뒤 그의 눈꺼풀에 깊은 잠을 내려주었다.
📖 p.588
그러자 아테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름다움을 듬뿍 쏟아부어 그를 더 크고 당당하게 보이도록 했으며, 머리에서는 풍성한 머리채가 히아신스처럼 흘러내리게 해주었다. 헤파이스토스와 팔라스 아테나에게 온갖 기술을 전수받은 장인의 공예품이 우아함을 뽐내듯, 그런 솜씨 좋은 사람이 은에 금을 입히는 것처럼 바로 그렇게 여신은 그의 머리와 우아함을 쏟아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