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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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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떤 소설은 재미있고, 어떤 소설은 더 재미있다... 단편집 끝까지 읽은 건 정말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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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가들
정영수 지음 / 창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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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그의 팬이었다. 단편 <레바논의 밤>의 마지막 대화는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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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서점
가쿠타 미츠요.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이지수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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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둘러보다보면 반가운 책들이 눈에 띄게 마련이다.

완전히 잊고 살았던 기억을, 무심히 소환하는 책등.


이날은 나란히 꽂혀 있던 '소담 세계명작시리즈'가 그랬다.

나는 고등학교 입학 연합고사가 없는 지역에서 중학교를 나왔다.

중3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나면 모두가 열심히 놀았다.

십자수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자거나 책을 읽거나.

 

그때 학교 근처 신세계 백화점 지하 영풍문고에서

매일 소담 시리즈를 한 권씩 구입해 다음날 등교해 읽었다.


연한 파스텔톤 표지가 그땐 어쩜 그렇게 예쁘던지.

한 권 한 권 모아가던 개인적인 재미도 꽤 쏠쏠했다.


매일 한 권씩 읽었던 그 책들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분명 작지 않은 역할을 했으리라.




슬쩍 들춰보면 누가 누군가에게 선물하며 적은 메모도 이따금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에게"로 시작하거나 "사랑해"로 끝나는 메모도 있다.

그 사랑들이 이제는 어디로 갔는지 나는 모를 일이지만 애틋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그 기운을

헌책방의 책들은 고스란히 품고 있다.

언젠가의 그 마음들이 흘러흘러 이곳에 숨죽이고 고여 있다는 것을 그들은 모를 테지만, 책들은 안다.


*


<아주 오래된 서점>은 책에 대한 기억이 많은 사람들에겐 휘릭 읽고 덮게 되는 책은 아닐 것이다.

가쿠타 미쓰요가 어린 시절 즐겨 읽던 책을 발견한 장면이나

대학 시절 자주 가던 헌책 거리에서 그 당시를 담담히 떠올리는 장면이나,

마치 내가 그 곁에 있었던 것처럼, 그녀의 표정을 직접 본 것처럼 잘 알 것 같아서

'난 말이지-' 하고 가만가만 과거를 거슬러올라가다보면

이 책 한 권이 불러내는 기억들이 참 많고, 새삼스럽고, 재밌기도 하고...


물론 이 책이 내밀한 개인의 기억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아니다.

인쇄술이며 책의 만듦새, 그 책에 얽힌 에피소드 등 사회문화적 정보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도

오카자키 사부의 입을 통해 청산유수 같은 말로 풀어낸다. 특유의 유머 코드, 한동안 잊지 못할 듯ㅋ 


책 한 권에 얼마나 많은 사연과 시간과 역사가 담겨 있을 수 있을까.

한 번 헌책방에 팔린 책은 책으로서의 수명이 다한 게 아니라

새로운 가치가 부여되어 새로운 사람에게 또 한번 '발견'되길 기다리고 있다는 것,

왠지 감동적이었다. 흣.




헌책방은 일반 서점보다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장소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곳에는 전쟁을 사이에 둔 종이의 역사가 있고, 출판사와 작가의 시행착오가 있으며, 인쇄술의 변화가 있고, 사람들의 생활이 있으며, 조상의 지혜와 장난기가 있고, 시대의 색과 거기서 불거져나온 선(線)이 있으며, 그리하여 끝없는 낭만이 있다.(6쪽)

서점이든 헌책방이든, 가끔 내 책장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드는 가게가 있다. (-) 물론 내 책장은 이렇게 거대하지 않지만, 구석구석에 낯익은 책이 있고 낯선 책은 죄다 읽고 싶어지며 이곳이 가게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_55쪽

이번에 걸었던 도쿄 역과 긴자는 독특한 역사와 풍속이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이들 거리에 있는 헌책방은, 헌책방이면서 동시에 도쿄라는 곳을 내내 지켜본 시대의 목격자이자 증인이다. 그들은 이 나라의 한 면을 진열장에 몰래 조용히 섞어두고 있다. 우리가 태어난 것보다 훨씬 전에 이 나라, 이 거리에 살았던 사람들의 즐거움과 숨결이 현재로 살그머니 이어져 헌책방 여기저기에 가로누워 있는 것이다. 그것을 느끼는 것은 몹시 자극적인 일이었다.(84~85쪽)

이런 곳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초판본·사인본·심지어 염가’인 책을 보면, 피가 역류한다고 하면 과장이지만 확실히 아드레날린이 솟구쳐서 물욕이 회오리친다.(115쪽)

가게 안을 걷다보면 누군가의 생활을 접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이 수많은 책을 제각각 소유했던 사람들의, 책을 읽는 풍요로운 시간의 조각이 여기저기에 아로새겨져 있는 것 같다.(143~144쪽)

가마쿠라의 헌책방은 이 지방 작가들의 책에 그다지 싼 값을 매기지 않는다. 가격에 긍지와 경의가 덧붙어 있는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손님 쪽에서도 덧붙은 경의를 함께 사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것도 그 지방인 가마쿠라에서 사는 데 의의가 있다.(222쪽)

헌책방은 확실히 그 도시의 개성을 응축시킨 장소다. (-) 일 년 동안 헌책도장을 다니며, 나는 분명 헌책방 세계지도를 손에 넣은 것이리라. 그 세계지도는 공간은 물론 시간도 뛰어넘어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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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17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창 시절에 시험 끝난 날이나 방학이 시작되는 날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어요.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stillyours님의 글을 읽으니까 그때 그 사소하고도 즐거운 순간이 떠올렸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stillyours 2017-02-17 20:47   좋아요 0 | URL
으앗 cyrus 님이다!!! 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두서없이 몇 자 적었는데 감사해요 흐흣!
뭔가가 끝나거나 새로 시작되는 날에 책을 읽으며 보냈던 기억, 아마 다시 갖기 어렵겠죠.
그랬던 시기가 있었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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